뉴스타파, 미군기지 환경오염 보고서 31권 '원문 공개'

2022년 04월 18일 10시 00분

▲ 사진 : 용산 미군기지.

우리는 이 철조망 안을 제대로 모른다. '용산기지' 이야기다.    

최근 갑작스레 용산이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하면서부터다. '용산에 마련되는 대통령 집무실, 그리고 그 주변에 국민과 소통을 위한 공원 조성'. 윤 당선자의 '용산 플랜'이다. 

용산기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상징하는 곳이다. 지금은 사용자가 미군이지만 일본 제국주의 군대, 더 가면 청나라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군이 용산기지 북쪽에 지휘소를 세운 건 1882년. 1908년에는 일제가 용산기지에 일본군사령부를 설립했고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이 기지를 접수했다. 군사시설인 만큼 사방에 철조망이 쳐져있다. 

이 철조망 내부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까?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도 있고, 둔지산이라고 불렸던 야트막한 산도 있다고 한다.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도 흐르고 있다. 큰 느티나무 군락지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것들을 모른다. 용산기지 안에 정확히 어떤 건축물들이 있는지, 그 건물들은 어떤 용도로 쓰인 건지, 내부 생태 환경은 어떤지, 그리고 이 땅이 도대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용산기지를 포함해 한국의 여러 미군기지 관련 각종 정보에도 마치 철조망이 쳐진 것처럼 접근이 어렵다. 많은 정보가 '국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된다. 

문제는 공개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공개를 해야 하는 정보도 우리 정부는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지 오염 문제가 특히 그렇다. 환경부는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시작되면 기지 오염도 조사를 한다. 기지 내부 토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지하수는 얼마나 오염됐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존재한다. 

이 보고서는 반환 절차가 다 끝나기 전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환경부가 미군기지 내부의 환경오염을 기지 반환 전에 공개한 것은 심각한 다이옥신 오염이 발견됐던 부평 미군기지 일부(2017년 10월)와 용산기지 지하수 오염(2017년) 사례 뿐이다. 용산 지하수 오염 실태는 당시 민변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부평미군기지 역시 환경부의 브리핑에 앞서 시민단체인 인천녹색연합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었다. 처음에 환경부는 비공개 결정을 했고 이후 비공개결정 취소를 위한 소송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기지 반환이 완료된 후에는 어떨까? 공개할 수 있는 정보지만, 정부가 먼저 나서서 공개하지는 않는다.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올 때 겨우 공개한다.

▲ 지난 2월 나온 정부 합동 보도자료. 용산기지 일부와 캠프 레드 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일부의 반환 사실을 알렸지만 기지 오염 정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보도자료를 보자. 지난 2월 정부는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용산기지 일부를 추가 반환받고,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을 반환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아무리 읽어도 이들 기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미 환경부가 반환 전에 실시한 환경오염 조사를 통해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오염 문제의 책임있는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말 정도가 들어있을 뿐이다.

토양 오염이 심각하면 인체 위해성도 높아진다. 한국은 이미 토양 오염으로 인한 국민 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 예방, 토양 생태계 보전,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 보호를 위해 토양환경보전법을 만들어 토양을 관리하고 있다. 미군기지 토양에서 중금속, 유류 오염 물질이 정화 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해 검출되는 건 이제 새로울 것도 없게 느껴질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국민에게 먼저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환경부가 기지 반환 전에 작성하는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는 정부의 '사전 정보공개 목록'에도 없다. 사전 정보공개 목록이란 정부기관이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는 문서 리스트다. 이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다는 건 일반 시민으로서는 정부가 이런 자료를 갖고 있는지 자체를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데 어떻게 일반 시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을까. 

▲ 뉴스타파가 수집한 미군기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

2010년부터 미군기지 환경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에 뉴스타파는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를 정부에서 자발적으로 먼저 공개할 수 없냐고 물었다. 환경부 담당 과장은 미군기지의 특수성을 말했다. 다른 일반적인 토양과 다르게 미군기지는 정보공개 자체도 미국측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서의 주도 하에 미군기지 관계 부처인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엔 국무조정실에 물었다. 그러나 국조실 주한미군기지지원단 과장은 뉴스타파에 "미군기지의 환경 조사는 환경부가 주관 부처이니, 그 정보를 공개할지 말지에 대해선 환경부가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서로 엇갈리는 말 속에 담긴 뜻은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주관 부처인 환경부가 먼저 주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자도 않고 있고, 관계 부처간 협의를 주도하는 국조실이 먼저 협의를 주도하지도 않고 있다는 말이다. 

▲ 뉴스타파가 지난 3월 보도한 용산기지 관련 오염 보도. 뉴스타파는 2020년부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세월 용산기지에 설치돼있던 철조망 일부가 곧 걷힌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용산기지 전체의 4분의 1이 반환될 예정이다. 차기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까지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면 용산기지의 공원화도 금방 이뤄질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기지가 개방돼 시민 출입이 많아진다면 기지의 오염 정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건 건강과 알권리 차원에서 필수적인 일이다. 용산기지가 정확하게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알아야 섣부른 개방에 문제가 없는지, 환경정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비단 용산기지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국엔 여러 반환 미군기지가 있고, 아직 반환되지 않은 기지도 있다. 

뉴스타파는 시민 건강과 알권리를 위해 2020년부터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와 위해성 평가 보고서 전체를 원문 그대로 공개하기로 했다. 19군데 미군기지에, 모두 31권이다. 기지마다 환경조사 보고서와 위해성 평가 보고서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 함께 묶여있는 경우도 있다. 책자 형태로 뉴스타파에 공개한 보고서를 일일이 스캔해 전자 파일 형태로 만들었다. 쉽게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도록 검색 기능도 추가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보고서에는 2005년 반환 이후 정화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다시 토양에 매립된 각종 폐기물이 발견돼 부실 정화 논란에 휩싸였던 춘천 캠프 페이지, 심각한 다이옥신 오염이 발견된 부평 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보고서와 2020년 반환된 12개 기지 및 2022년 반환된 5개 기지가 포함돼 있다. 올해 반환된 5개 기지 중 3곳은 용산기지의 일부분이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추가 반환될 미군기지 관련 환경조사 보고서 역시 수집되는 대로 추가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이 링크에서 다운받거나 아래 표에서 기지별 파일을 열람하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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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취재강혜인
촬영최형석
데이터김지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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