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무차별적 보험사기 몰이 제동...김현순 씨 1심 무죄

2021년 02월 15일 18시 10분

암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양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기 혐의를 받았던 보험소비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뉴스타파 보도 2년 9개월 만이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단독2부(윤동현 판사)는 지난 10일 부산 대신한방병원에 입원했던 암환자 김현순 씨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병원과 공모해 허위 입원 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2018년 3월 약식 재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평범한 암 환자까지 보험사기범으로 모는 과잉 처분이라며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신청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8년 5월 김 씨의 사례를 통해 정상적인 청구 절차를 거쳐 보험금을 받은 일반 보험소비자까지 보험사기범으로 만드는 보험업계와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보험의 배신⑤ "아가, 할미는 참말로 보험사기꾼이 아니데이")
그간 보험업계는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과 보조 시술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다. 암 치료에 필수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미 보험금이 지급된 사건의 경우, 부당청구에 의한 보험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었다. 이로 인해 김 씨와 같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보험금을 받고도 뒤늦게 보험사기범으로 몰리는 피해자들이 생겼다.
2018년 3월, 부산 대신한방병원 입원환자 91명은 보험사기 혐의로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았다. 김현순 씨를 비롯한 환자 60여 명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보험업계의 무리한 '보험 사기 몰이'에 제동을 걸었다. 김씨가 병원과 공모해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실제 인근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던 암 환자였기 때문에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입원과 보조 시술을 병행하는 이른바 '패키지 치료'로 보험금을 부풀렸다는 검찰 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들로서는 한방병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보조 시술이 항암 치료에 도움이 될지 판단할 수 없었고, 암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의사의 말을 따랐을 뿐이라고 봤다.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편취하겠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씨의 변호인 김창희 변호사(법률사무소 청송)는 수사기관의 과잉 기소가 암 환자들의 고통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사기관이 병원과 환자의 공모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했다. 그러나 김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다른 입원 환자가 이미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현순 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3년이나 가슴 앓이를 해야 했다"며 "검찰이 절박한 상황의 암 환자를 상대로 무리한 재판을 진행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