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카 돌려쓰기 실태② 검찰 ‘음악 동호회 회식’도 특경비로 부정 사용

2024년 01월 25일 10시 30분

수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전입 검사들의 회식비로 돌려쓴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검찰 직원들의 ‘음악 동호회 회식비’도 특정업무경비에서 부정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 취재단’(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지난해 1월, 검찰 내부 음악동호회 회원들과 1인당 5만 원이 넘는 참치요리를 먹고, 이 중 일부를 특정업무경비로 청구했다. 천안지청장은 한 달 뒤인 2월에도 전입 검사들과 50만 원이 넘는 고기를 먹은 뒤 회식비 일부를 특정업무경비 법카로 긁었다. 
이 같은 검사들의 회식비를 조사와 수사 등에 쓰도록 돼 있는 특정업무경비로 돌려쓰는 예산 부정 유용은 공동취재진이 확보한 영수증 원본과 각 지방검찰청의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과 기관장(지청장·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기록을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정업무경비는 검찰을 포함해 경찰, 국정원 등 수사와 조사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쓰는 예산이다. 업무추진비 등 다른 예산 항목으로 전용할 수 없게 돼 있다.
당시 천안지청장은 지난해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재직 중인 정유미 검사장이다. 취재진의 해명 요청에 정 검사장은 세금 유용 여부를 확인해 답변하겠다고 말했으나,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고양지청에 이어 천안지청에서도 업추비·특경비 돌려쓰기 실태 확인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입 검사 간담회 회식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2월 7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검찰청사 앞 고깃집에서 새로 온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명목으로 회식했다.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2023년 2월 7일 천안지청장이 전입 검사들과 회식하고 결제한 카드 영수증 원본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이날 결제 영수증에는 총 52만 8,900원을 먹은 것으로 나온다. 주문 내역을 보면, 고기세트 3개, 눈꽃살 2개, 황제살 2개, 안창살 2개 등을 먹고, 소주 10병, 맥주 24병 등 34병의 술을 마셨다. 총 52만 8,900원은 두 개의 카드로 결제됐다. 밤 8시 19분쯤, 30만 원을 먼저 결제하고, 약 4분 뒤인, 밤 8시 23분, 다른 카드로 나머지 22만 8,900원을 긁었다.
천안지청장이 나눠 결제한 두 개의 영수증을 처리한 수법은 고양지청과 정확히 같았다. 30만 원은 천안지청장의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다. 명목은 ‘상반기 전입검사 만찬 간담회’다. 여기까진 사용 목적에도 맞고, 예산 지침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천안지청장, 전입검사 간담회 회식비 50만 원 넘자 일부 금액 특경비로 돌려 지출

하지만 그다음이 진짜 문제다. 나머지 22만 8,900원을 수사나 조사에 쓰여야 할 특정업무경비 예산에서 처리했다. 지난해 2월, 천안지청의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부를 보면, 2023년 2월 7일 자로 22만 8,900원 지출 기록이 나온다. 해당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업무추진비로 회식비를 쓴 바로 날짜, 결제한 식당, 금액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이날 이 고깃집에서 22만 8,900원을 쓴 카드 지출은 이 영수증이 유일하다. 천안지청이 특정업무경비로 썼다는 영수증과 공동취재단이 새로 확보한 영수증이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이어, 조사나 수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검사들의 술과 고깃값으로 부정 유용한 사례가 또다시 천안지청에서 확인된 것이다. 특정업무경비를 수사 용도 외에 업무추진비(회식비, 간담회) 등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된다. 
업무추진비와 특경비와의 아주 긴밀한 유기성, 쪼개가면서 집행되고 있는 이런 실태들을 보면서 사실은 특정 부서나 특정 예산 항목만 살펴봐야 되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같이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조치해야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들이 왜 그러면 검찰에서 계속 이루어지냐, 아직까지 검찰의 예산에 대해서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 보면서 감사하고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검찰에서 예산의 원칙을 어겨가면서 벌어지는 이런 예산 집행이 비일비재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진임 소장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천안지청, 검찰 ‘음악동호회’의 참치집 회식비도 특경비로 지출   

수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검사들의 밥값 등 회식비로 돌려쓴 천안지청의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월 10일, 천안지청장은 ‘음악 동호회’ 회원으로 있는 검찰 직원들과 천안시 모 참치집에서 회식을 가졌다. 
▲ 천안지청장은 2023년 1월 10일, ‘음악 동호회’ 회원으로 있는 검찰 직원들과 회식을 가졌다. 
공동취재단은 이날 천안지청장이 참치집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 ‘원본’을 새로 입수했다. 5만 5천 원짜리 디너 정식 10개(55만 원), 콜키지(주류 반입) 비용(3만 원), 소주와 맥주 10병(7만 원)을 마셨다. 식대는 총 65만 원이었다. 디너 정식 10개 주문 내역을 보니, 이날 회식에는 1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명 식대로 6만 원 넘게 나온 셈이다. 
▲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2023년 1월 10일 천안지청장이 ‘음악 동호회’ 회원으로 있는 검찰 직원들과 회식하고 결제한 카드 영수증 원본. 
그런데 천안지청장은 회식비 65만 원을 각각 40만 원과 25만 원씩, 두 장의 다른 카드로 나눠 결제했다. 그리고 40만 원은 지청장의 업무추진비에서, 나머지 25만 원은 천안지청 특정업무경비로 지출했다. 천안지청의 2023년 2월의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보면, 같은 날, 같은 참칫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25만 원이 결제된 영수증 1장이 발견됐다. 정부 예산 지침을 무시하고, 국민 세금을 불법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천안지청이 공개한 두 장의 영수증. 천안지청장은 2023년 1월 10일 회식비로 나온 65만 원을 두 장의 카드로 나눠 결제한 뒤 40만 원(왼쪽 영수증)은 업무추진비에서, 나머지 25만 원(오른쪽 영수증)은 특정업무경비로 지출했다. 
천안지청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사유를 보면, 참치집 회식비로 나온 40만 원에 대해서는 ‘음악 동호회 간담회’라고 ‘정직하게’ 썼다. 그렇다면, 천안지청은 음악 동호회의 또 다른 회식비인 25만 원을 특정업무경비 예산으로 돌려썼는데, 대체 어떤 수사업무를 했다고 써놨을까. 그러나 천안지청은 이 25만 원짜리 영수증에 대한 특정업무경비의 집행 명목을 먹칠로 까맣게 가려놔 볼 수 없었다.   

경위 파악하겠다던 정유미 검사장, 묵묵부답...천안지청도 “답변드릴 사항이 없다”

당시 천안지청장은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재직 중인 정유미 검사장이다. 취재진은 정 검사장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정유미 검사장은 처음엔 개인카드로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가, 취재진이 특정업무경비에서 지출된 사실을 확인시켜 주자, 자신은 ‘숫자에 약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경위를 파악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후 정 검사장에게 연락해 특정업무경비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한 입장과 함께, 관련 예산을 반납할지 물었으나, 열흘이 다 되도록 답변은 오지 않았다.
■취재진: 작년 1월 10일날에 음악동호회 직원 간담회를 하셨는데 40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쓴 걸로 돼 있어요. 근데 저희가 확인한 영수증에는 이날 총 65만 원을 쓰셨더라고요. 그런데 나머지 25만 원은 다른 카드에서 쓴 걸로 나오는데. 기억하실까요?
■정유미 검사장: 그래요? 그건 제가 확인해봐야죠. 전…뭐, 금액이 규정보다 많이 나와서 제 개인 카드로 썼을 수도 있고.
□취재진: 이날 특정업무경비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5만 원을 긁으셨더라고요.
■정유미 검사장: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일단 제가 확인 좀 해보고…
□취재진: (업무추진비) 예산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만큼 써야 되는데 왜 이렇게 나눠서 쓴 건지. 특정업무경비는 조사와 수사 검사, 수사관들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시면서 쓰는 비용으로 알고 있는데
■정유미 검사장: 솔직히 말하면 제가 숫자에 약하기 때문에 직원들한테 물어봐 가면서 쓰기도 하고, 금액이 넘었다 하면 내 카드를 주기도 하고 그때그때 어떻게 썼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일단 그때 이걸 처리했던 직원들한테 한번 물어봐야 될 것 같거든요. 

정유미 검사장과의 통화 
▲ 당시 천안지청장이었던 정유미 검사장, 현재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재직 중이다. 
천안지청장 재직 시절, 정유미 검사장의 세금 부정 유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더 있다. 정유미 검사장이 천안지청장으로 있던 지난 2022년 7월, 검찰청사 앞 한우집에서 ‘과장 오찬 간담회’를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36만 원을 썼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한우집에서 특정업무경비로도 41만 4,800원이 지출됐다.   
정유미 천안지청장은 같은 해 12월, 천안의 한 중식당에서 '의료자문위원과의 만찬 간담회'를 하고, 업무추진비 30만 원을 썼다. 그런데 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보니, 같은 날, 같은 중식당에서 특정업무경비 법카로 35만 원을 긁었다. 
▲ 천안지청 재무팀 관계자는 “특별하게 답변드릴 사항이 없다”며 특정업무경비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질의서를 보내, 취재진이 찾아낸 사례들이 특정업무경비 부정 사용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천안지청 재무팀 관계자는 “특별하게 답변드릴 사항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https://newstapa.org/projects/NMjEM
https://newstapa.org/article/TW1nu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취재기자강민수 박중석 조원일 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김지연
촬영기자신영철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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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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