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효성 부회장, 계열사 지분 차명 인수자금 '셀프대출' 의혹

2023년 03월 10일 17시 40분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지인을 차명으로 내세워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매입하면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또 다른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서 정상적인 심사나 담보 없이 수십억 원대의 대출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타파는 최근 효성그룹 계열사인 수입차 업체 '더클래스효성'의 2대 주주였던 김재훈 씨가 효성 오너일가의 차명주주였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현실 '재벌집 막내 아들'이 계열사 지분 쓸어담는 법)
추가 취재 결과, 김 씨가 디베스트파트너스라는 법인 명의로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인수한 자금 23억 원의 출처가 당시 효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였던 '효성캐피탈'에서 받은 대출이었고, 효성 오너일가의 입김으로 대출이 제대로 된 심사나 담보 없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확인했다.

'더클래스효성' 2대 주주 김재훈은 조현상이 내세운 차명주주

김재훈 씨는 지난 2007년 12월 더클래스효성이 진행한 유상증자에 23억 원을 투자해 ‘상환전환우선주’ 41만여 주를 주당 5500원에 배정받고 2대 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더클래스효성 지분은 주식회사 효성이 58.02%, 김 씨 소유의 법인 디베스트파트너스가 31.54%, 효성그룹 오너일가 3형제(조현준, 조현문, 조현상)가 각각 3.48%씩 나눠 갖게 됐다.
뉴스타파는 2007년 신주 인수 직후 김재훈 당시 디베스트파트너스 대표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체결한 합의각서를 최근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조현상이 갑, 김재훈은 을로 적혀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을, 즉 김재훈은 “본건 주식의 소유권은 대외적으로 회사(디베스트)가 인수했음에도 대내적으로는 갑에게 있음을 확인하며 갑의 지시에 따라 보관하고 처리한다”라고 돼 있다. 겉으로는 더클래스효성 지분 31.54%가 김재훈의 디베스트파트너스 소유로 돼 있지만 실제 주인은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라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김재훈 디베스트파트너스 대표의 역외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더클래스효성 지분 인수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는 김재훈 씨에게 더클래스효성 지분 특혜 인수 의혹과 투자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질의했다. 김 씨는 로펌을 통해 투자기회를 소개받았고, 투자금은 대출로 조달했다고 답변했다. 

효성 오너일가 둘째 조현문 측 "23억원 투자금... 효성캐피탈에서 대출"

그러나 취재 결과, 김 씨가 2007년 더클래스효성 우선주를 인수할 때 원금과 이자비용까지 포함해 총 26억 원의 투자 자금을 효성캐피탈에서 담보도 없이 빌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더클래스효성 주주이자 효성캐피탈 등 효성그룹 계열사의 중요 업무 관리를 담당하는 전략본부장이었던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의 2남 조현문 변호사도 이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 7월 18일 조현문 변호사가 한 법무법인을 통해 더클래스효성에 보냈던 회계장부 열람과 등사를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입수해 이 주장을 확인했다.
▲지난 2013년 7월 18일 조현문 변호사가 한 법무법인을 통해 더클래스효성에 보내 회계장부 열람과 등사를 청구하는 내용증명. 뉴스타파의 ‘2013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보도 이후 비리 의혹 검증을 위해 회사의 지분 및 회계 현황을 조회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내용증명 문건에는 "최근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보도자료를 통해 김재훈과 디베스트파트너스가 세상에 알려져" 더클래스효성이 "법적 사회적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따라 조현문의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명예가 손상돼 청구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현문 측은 또 이 문건에서 "김재훈은 조현상 부사장의 차명이니 김재훈(정확하게는 김재훈을 내세운 조현상)이 귀사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디베스트 출자 관련 계약서, 대금 이체서류 등을 확인하고 싶다고 적었다.
조씨 측은 문서에서 "디베스트는 2007년 12월경 효성캐피탈로부터 26억 원을 대출받았다"며 "이는 사실상 조현상이 자기에게 불법대출한 것으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0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 대출은 디베스트가 귀사의 상환전환우선주식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할"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7월 18일 조현문 변호사 측은 더클래스효성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2007년 진행된 유상증자에 참여한 디베스트는 조현상 부회장의 차명이었으며, 해당 지분 인수 비용 또한 효성캐피탈로부터 ‘불법대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클래스효성 측은 조현문 측의 이 청구 요청에 답하지 않았고, 조현문 측은 곧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당시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한 문서의 일부분에 대해 열람 등사를 인용했다. 그러나 디베스트파트너스 명의의 대출 서류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조 변호사 측은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하지 못 했다.

제보자 “효성캐피탈, 디베스트 대출 심사 과정에 오너일가 압박도”

최근 뉴스타파는 전 효성그룹 관계자에게서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2007년 12월 더클래스효성 유상증자 때 지인(김재훈)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지분을 매입했다는 제보와 함께 조현상과 김재훈이 체결한 합의각서를 입수한 바 있다. (관련 기사: 현실 '재벌집 막내 아들'이 계열사 지분 쓸어담는 법)
이 제보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12월 유상증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김재훈이 대표인 디베스트파트너스 이름으로 신주를 매입할 때 인수 자금  23억 원은 효성캐피탈에서 빌렸고, 대출 승인 과정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김재훈 씨가 주주로 있는 디베스트파트너스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그 회사는) 일반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입장도 못 했고, 그럴 만한 신용과 담보 여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효성캐피탈 대출 당시 정상적인 담보도 제공되지 않았고 신용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심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효성캐피탈 내부에서도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디베스트는) 비상장 회사였고 그 당시에 주식 가치는 미지수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그건 대출이 진행돼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효성그룹의 오너의 자제가 이 건에 대해서 진행을 해주기를 원하는 요청을 효성캐피탈에 했기 때문에 내부 규정이나 정상적인 판단은 조금은 무시되거나 건너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후 매년 실시하는 금융감독원 감사 준비 과정에서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대출로 이 대출 건이 거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너일가 부당 대출 문제 때문에 차명 사용했을 수도 있어”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는 “(실명으로 대출받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이 들어서 친구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서 주식을 샀다가 그걸 넘겨 받았을 개연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담보 제공 등 기본적인 대출 심사절차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면, 대출금 액수가 5억 원 이상이므로 당시 효성캐피탈 담당자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에 해당되며, 조현상 부회장이 당시 차명으로 즉 친구의 회사 명의로 대출을 받았고 친구가 해당 주식에 대한 소유 의사가 없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계열사의 특정인이 금융계열사에서 대출을 받도록 지원하는 행위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또 “배임죄는 가볍지 않다”며 “일단 5억 원 이상이면 (징역) 3년 이상이라 중한 죄가 될 수 있고 금융실명법도 얼마든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오너일가, 과거에도 효성캐피탈 ‘사금고’처럼 사용하다 적발

효성그룹 오너 일가는 과거에도 그룹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을 이른바 ‘사금고’처럼 사용하다가 문제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3년 10월 검찰은 효성그룹과 효성캐피탈을 압수수색했다. 또 직후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효성캐피탈이 2004년부터 당시까지 자사 등기이사였던 오너 일가 3형제에게 모두 598회에 걸쳐 4152억 원을 대출해줬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민병두 당시 민주당 의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당시 등기이사 자격이 없음에도 이사회에서 대출을 의결하며 대출을 받아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데 썼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은 또 효성 임원들이 효성캐피탈에서 대출받은 수백억이 다시 오너 일가의 계좌로 들어간 차명 거래도 금감원이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2014년 7월 효성캐피탈에게 기관 경고와 과태료 처분, 전현직 대표이사와 이사 등 임직원들에게는 이사회 결의 없이 대주주에게 신용공여(주식을 담보로 현금 융자)하고 이사회 의사록을 허위작성한 혐의로 문책 경고 처분 등을 내렸다. 이후 2020년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을 매각했다. 
일반 시민과 소상공인, 소규모 기업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게 어려우면 더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캐피탈사나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가야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2007년 조현상이 차명으로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인수할 당시, 효성캐피탈이 어떻게 인수 자금을 대출해줬는지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뉴스타파는 당시 효성캐피탈 부당 대출 의혹에 대한 더클래스효성 측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 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