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프로젝트 2] 박근혜의 시행령, 윤석열의 시행령...헌법 위에 시행령③

2023년 04월 20일 15시 00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한 유명한 발언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국회를 심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오히려 자신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그가 이렇게 화를 낸 이유는 국회가 대통령의 시행령을 바로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가 합의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잘못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포를 거부하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법을 통과시킨 여당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배신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했는지 누가 판단할까.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 위헌인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만드는 시행령은 판사 혼자서도 결정한다. 이유는 시행령에는 중요한 내용이 없어야 한다고 헌법이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시행령은 시행령이 아니다. 형식만 시행령이지 실체는 법률에 버금가는, 법률을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이 사실상 법률이 됐지만, 유·무효 판단은 판사 혼자 한다. 이들은 시행령으로 사람을 120일씩 가두어도, 시행규칙으로 채용을 취소해도 괜찮다고 판결한다.
시행령을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법률안 거부권을 양곡관리법에서 이미 행사했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시행령 통제법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헌법재판소는 “법치주의는 법률유보 원칙이 그 핵심”이라고 거듭해서 밝혀왔다. 법률유보란 국민의 기본권 문제를 행정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헌법재판소는 설명한다.
법치주의를 따라야 하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다. 법치주의는 권력은 법률을 지켜야 한다는 명령,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다. 대통령이 시행령 통제법을 거부하려면, 적어도 시행령으로 법률을 위협하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면됐다.
제작진
취재이범준
영상 취재정형민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