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총선 기획 3부작> 2부 : 성평등 국회

2024년 02월 29일 20시 00분

뉴스타파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 대표성과 다양성 문제를 짚어보는 <총선 기획 3부작>을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청년 대표성 문제를 다룬 첫 번째 <세대 다양성 국회> 편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 대표성을 다룬 <성평등 국회> 편입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여성의원은 57명입니다(21대 국회 임기 시작 기준). 여성 의원 비율 19%. 2024년 2월 기준으로 OECD가입 국가 38개국 중 36위, 꼴찌 수준입니다. 국회 의회 연맹(IPU)에 등록된 186개국 중에선 공동 122위로, 전 세계 여성 의원 평균 비율 26.5%보다도 낮습니다.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50% 할당제가 도입된 이후 조금씩 늘어왔습니다. 하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2004년 13%였던 여성 의원 비율은 20년 동안 고작 6% 늘었습니다. 여전히 10%대에 불과한 여성의원 비율, 이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①여성 19%, 국회는 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

여성 의원 19%인 국회가 과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민의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2만 2469개를 먼저 성별을 나누어 전수 분석했고 그다음은 여성 관련 법안을 추출해 남성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먼저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의 주요 관심 분야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발의한 법안의 내용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의원이 실제로 여성 문제와 사회적 약자에 관한 법안을 훨씬 더 많이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성 관련 법안, 사회적 약자 관련 법안의 통과율은 매우 낮습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전체 법안 통과율은 5.13%인데 사회적 약자 법안의 통과율은 3.7%였고 여성 관련 법안은 이보다도 낮은 1.9%의 통과율을 기록했습니다.

② 진전없는 ‘여성 안전’…국회는 없었다

여성 관련 법안 통과율 1.9%의 이면에는 처리되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법안이 있습니다. 여성의 안전과 직결된 법안도 다수 있습니다. 일명 ‘비동의 강간죄’ 법안, 임신 중지(낙태) 관련 법안이 대표적입니다.
‘비동의 강간죄’ 법안은 현행 강간죄의 처벌 기준을 바꾸는 법안입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처벌 기준인 ‘폭행 또는 협박’을 시대 흐름을 맞게 ‘동의 여부’로 확대하자는 법입니다. 미투 운동 당시 다양한 관계에서 폭행과 협박이 없는 형태로도 강간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 개정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습니다.
20대 국회 10건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3건이 발의됐지만 무고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정부 여당의 엄포 속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입니다. 
‘낙태’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헌재 결정 5년이 다 되도록 관련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이뤄지는 고가의 수술 비용으로 여성들의 고통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군대 성폭력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법안 △신체, 경제적 위기의 임신부를 보호하는 법안 △교제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 △청소년 한부모의 자립을 지원하는 법안 △성희롱한 법인 대표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 △생리대 가격을 낮추는 법안 △미지급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입니다. 여성 대표성이 결여된 국회 구성이 여성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③여성 30% 공천...더 나은 민주주의의 시작

이번 22대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예비 후보자는 모두 243명으로 남성 1343명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월19일 통계 기준).
국회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분명한 방법은 여성의 지역구 공천을 최소한 30%까지 높이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에서도 30% 여성 추천을 권고조항으로 두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유력 정당들은 이미 당헌에 30% 여성 추천을 의무조항으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253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3%, 국민의힘은 10%에만 여성을 공천하는데 그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에 여성 30% 공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놓고도 아무런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들 정당에 이번 총선에 여성 30% 공천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총선 기획 3부작 - 2부 : 성평등 국회>
<'다양성 국회'를 위한 특별 페이지>
https://pages.newstapa.org/2024/dashboard/
위 페이지로 들어가시면 22대 총선에 도전하는 청년, 여성 비율을 정당별로, 지역별로 볼 수 있습니다.
※법안 분석, 이렇게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른바 '여성 관련 법안'과 ‘사회적 약자 법안’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2023년 12월 31일 기준 21대 국회 재적의원 298명의 대표발의 법률안 2만2469개를 추출했습니다. 결의안, 탄핵소추안, 특별검사 임명안, 징계안 등은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경력단절, 성폭력, 육아, 돌봄, 불법촬영, 젠더 등 여성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자체 판단한 40개 키워드를 통해 1차로 법안을 분류한 뒤, 2차 개별 검수를 통해 '여성 관련 법안' 1486개를 추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 관련 법안은 반드시 ‘여성만’ 관련된 법안은 아닙니다. 가족 돌봄, 성소수자처럼 그동안 여성이 더 관심을 가져왔다고 알려진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성 관련 법안 키워드)
여성, 난임, 임신, 출산, 육아, 모성, 양육, 돌봄, 젠더, 성폭력, 성평등, 가정폭력, 성차별, 성인지, 성희롱, 성교육, 신생아, 영아, 산모, 미숙아, 한부모, 미혼모, 불법촬영, 분만, 몰래카메라, 정신대, 위안부, 낙태, 여성가족부, 성매매, 미성년, 육아휴직, 출산휴가, 스토킹, 성범죄, 교제폭력, 경력단절, 가사노동, 월경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은 장애인, 노인, 아동, 청소년, 이주민, 난민, 다문화 등의 키워드를 넣어 1502건을 추출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 중 여성 법안과 중복 추출된 법안은 제외했습니다.
이 같은 법안 분석 방법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여성후보공천할당제의 성과와 실효성 확보방안>과 여성가족위원회가 발간한 <제19대 국회 여성/성평등 입법현황과 제20대 국회입법과제>를 참고했습니다.
법안 가결률은 [(원안 및 수정가결된 법안 개수) ÷ (발의된 법안 개수) X 100%]로 계산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의원 1인당 법안 발의 건수는 2023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남성의원 240명, 여성의원 58명을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오준식, 이상찬, 신영철, 김희주, 정형민
편집박서영, 윤석민, 장주영
CG정동우
제작송원근, 박종화
데이터 취재최윤원, 김지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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