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마약방] 마약상 김형렬, 신종 마약 'ADB-부티나카' 국내 밀반입

2021년 09월 07일 13시 00분

뉴스타파가 추적 중인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이 그 동안 거의 알려진 적이 없는 신종 마약 'ADB-부티나카(ADB-Butinaca)'를 국내에 밀반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베트남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형렬은 텔레그램에서 '김사라(salagim)'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전세계' 박왕열 등과 공모해 마약 밀반입을 주도해 왔던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월 마약상 김형렬의 신상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경찰 수사자료 입수...마약상 김형렬의 국내 총책 구속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강원지방경찰청 수사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월 마약상 김형렬의 국내 총책인 일명 'K3' 허 모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허 씨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김형렬이 각종 방법으로 국내로 밀반입한 마약류를 건네받은 뒤, 김형렬의 지시에 따라 중간 판매책에게 전달한 사람이었다. 즉 김형렬이 국내로 보낸 마약을 관리하는 '국내 총책'이다.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작성한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의 국내 총책 허 모 씨에 대한 검찰 송치결정서.
김형렬이 허 씨에게 보낸 마약의 종류는 다양했다. 대마와 필로폰, 합성 대마 등이다. 경찰 수사자료에는 허 씨가 "김형렬이 국내로 밀반입해 서울 마포구 한 건물에 보관해놓은 합성 대마, 대마가 든 종이 가방을 김형렬의 텔레그램 지시에 따라 찾아 갔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허 씨가 옮기고 다닌 김형렬의 마약은 또 다른 텔레그램 마약상 '징기스칸' 김 모 씨에게 흘러 들어가기도 했다. 수사기록엔 "김 씨가 김형렬에게 연락해, 김형렬이 자신에게 갚아야 할 돈 대신 마약을 제공받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서울 강남역 7번 출구 인근에서 대마와 액상 대마를 건네 받았고, 김형렬에게 돈을 주고 필로폰을 구입하기도 했다.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작성한 마약상 '징기스칸'에 대한 검찰 송치결정서 내용 중 일부. 징기스칸은 마약상 김형렬과 수차례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징기스칸' 김 씨는 지난 3월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필로폰 487g. 시가 16억 원, 약 1만 5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김 씨가 유통한 마약 중 상당수는 김형렬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상 '징기스칸'이 SNS에 올렸던 마약 광고 영상 캡쳐본. 

김형렬, 신종 마약 'ADB-부티나카'도 밀반입

김형렬은 'ADB-부티나카'라는 마약도 국내로 밀반입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수사자료에는 "김형렬의 국내 총책인 'K3' 허 씨가 ADB-부티나카를 관리하고 운반했다"고 적혀 있었다.
'ADB-부티나카'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 마약이다. 마약 사건을 여럿 다뤄온 한 변호사는 "ADB-부티나카는 대검찰청의 마약 동향 보고서에도 올해 5월에야 처음 등장할 만큼 국내엔 유통된 지 얼마 안 된 마약"이라고 말했다. 
한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합성 대마 'ADB-부티나카'의 광고 사진. ADB-부티나카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종 마약이다.
'ADB-부티나카'는 마약류관리법에서 정한 향정신성의약품 중 가장 유해한 '가' 등급으로 분류돼 있는 합성마약 'JWH-018'의 유사체다. 주요 정신작용 물질인 카나비노이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드는 일종의 합성대마다. 하지만 유해성은 필로폰이나 JWH-01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8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독물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ADB-부티나카'의 마약 효과는 'JWH-018'의 3배 정도였다. 

뉴스타파 보도 후에도 범죄 저지른 김형렬...경찰 "소재 파악 못했다"

경찰 수사자료에는 김형렬이 국내 총책 'K3' 허 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내용도 들어 있었다. "곧 마약을 보낼테니 잘 받으라", "국내로 밀반입할 마약을 구입할테니 돈을 보내라"는 등의 내용이다. 신종 마약 중 하나인 디메틸트립타민(DMT)도 밀반입하겠다며 세관의 마약류 검색 절차인 '이온 스캐너 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내용의 문자도 있었다.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이 국내 총책 허 모 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내용. 대화는 지난 3월에 이뤄졌다. (출처 : 강원지방경찰청 수사자료)
이 모든 대화는 뉴스타파가 지난 2월 김형렬의 신상과 범죄 행각을 공개한 직후 이뤄졌다. 김형렬은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경찰의 추적을 받는 와중에도 계속 마약 범죄를 저질러 왔던 것이다.  
현재 경찰은 베트남 수사당국과 공조해 김형렬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반 년이 넘도록 김형렬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완전히 셧다운 상태다. 경찰의 수사나 수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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