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머니, 쌍방울 전 대표에게로...'주가조작' 전 부사장도 연루

2021년 11월 12일 16시 20분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업자가 공공 영역과 결탁하면 일반 사람은 꿈도 못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성남시 대장동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특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를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민간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전유한 천문학적 개발 이익은 어디로 갔으며 이를 국고로 환수해 국민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가 가져간 불법 수익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종잣돈으로 씌였던 저축은행 대출금의 환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취재 결과를 세 개의 기사로 나누어 보도한다.  - 편집자 주 
①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기업 인수... 주가조작 시도 정황까지
② 대장동 머니, 쌍방울 전 대표에게로...'주가조작' 전 부사장도 연루
③ 대장동 남욱 빚 2600억 원, 예보는 안 찾았나 못 찾았나
‘대장동 불법 수익’의 일부가 쌍방울 출신 임원들을 통해 ‘기업 인수 자금’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최 모 전 쌍방울 대표와 김 모 전 쌍방울 부사장이 천화동인 1호로부터 수십억 원의 자금을 빌려 비상장 기업을 인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천화동인 돈 빼돌리기 주역은 ‘조폭 출신’ 쌍방울 전 대표

앞서 뉴스타파는 대장동 특혜 개발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민간 업자의 자금 흐름을 일부 확인해 보도했다. 천화동인 1호 돈으로 비상장 기업 T사와 S사를 사들였는데, 이를 시작으로 주가조작, 그리고 자금 해외 유출로 이어지는 ‘작전’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했다.
▲ 천화동인 1호 돈으로 최 씨가 인수한 T 사 외경
이 작전을 주도한 인물은 현재 에이펙스인더스트리 대표인 최 모 씨로, 별다른 조건 없이 2020년 4월 천화동인 1호로부터 기업 인수 자금 투자를 약속받은 후 2020년 6월 천화동인 1호로부터 30억원을 빌려 비상장사 기업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최 씨가 천화동인의 자금을 받아 인수한 T사 전 대표 문정윤 씨는 “최 씨가 평소 김만배 씨와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으며, 최 씨와 김 씨는 사업파트너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씨가 “쌍방울 재직 당시 많이 했던 일"이라면서 "T사 기업가치를 부풀려 한 몫 챙기고 떠나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상장사 인수하고 나서는 우리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서 우회상장을 한다고 얘기했어요. 자기(최○○)가 쌍방울에서 그런 거 많이 해봐서 잘 안다고. 그러면 기업가치가 몇백억 뛰니까 그거 들고 우리는 '그거 팔아먹고 우리는 필름 들고 해외시장 가면 된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저는 그래서 ‘나는 그런 게 목적이 아니고 이 제품을 2탄 3탄 개발하는 게 목적인데...’ 이상하잖아요. 만약 주가조작해서 떼어먹으면, 내가 독박쓰는 거잖아요.”

- T사(최 씨가 인수한 회사) 전 대표 문정윤 씨
에이펙스인더스트리 대표인 최 씨는 뉴스타파 취재 결과 쌍방울의 대표를 지낸 인물로 확인됐다. 최 씨는 2011년 쌍방울에 입사한 후로 주로 해외사업본부를 총괄해 오다, 2013년 8월부터 약 두 달간 쌍방울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7년 한국 유림의 총본산 성균관에서 최연소 부관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과거에는 목포새마을파 등의 조직폭력 단체에 몸 담았다.
▲ 최 전 쌍방울 대표 프로필
최근 최 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월 14일이다. 그날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만배 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날이다. 서울구치소에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의문의 남성이 온몸으로 김만배 씨를 보호했는데, 당시 김 씨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오토바이맨이 최 씨로 드러났다.
▲ 김만배 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10월 14일 최 전 쌍방울 대표 모습(왼쪽)

‘주가조작’ 경력 쌍방울 전 부사장도 개입

천화동인 돈으로 기업 인수에 성공한 최 씨는 또 다른 쌍방울 출신 인사를 참여시켰다. 최 씨는 2010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쌍방울 부사장을 지낸 후 주가조작에 가담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 씨를 천화동인 1호 돈으로 인수한 T사의 대표 자리에 앉혔다. 
김 씨는 2010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쌍방울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T사와 S사에서 각각 대표와 사내이사를 맡는 등 김 씨는 대장동 불법 수익으로 기업 인수 작업을 벌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김 씨는 2019년 6월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가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최제성 전 쌍방울 대표에게 회사 인수 합병 관련 미공개 정보를 전달해주고, 최 씨가 주가조작으로 수 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릴 수 있게 도움을 줬다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의혹 부르는 ‘대장동 인물들’과 ‘쌍방울’ 연결고리 

최 씨에게 천화동인 1호를 대표해 돈을 건넨 이한성 씨도 쌍방울 관련자다. 현재 천화동인 1호 대표인 이 씨는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적이 있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화영 전 의원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내다 2018년 6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도지사 당선 이후 지사직 인수위원회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외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킨텍스 대표를 지내고 있던 최근까지도 쌍방울의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 씨(좌)와 이화영 전 국회의원(우)
대장동 인물들과 쌍방울간의 연결고리는 더 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남욱 씨의 변호인단에 쌍방울의 전현직 사외이사가 포함된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남 씨가 금품로비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았던 양재식 맹주천 두 변호사는 모두 쌍방울이나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였다. 양재식 변호사는 쌍방울, 맹주천 변호사의 경우 계열사인 광림의 사외이사를 역임 중이었다.
▲ 남욱 씨가 2015년 금품로비 재판을 받았을 당시 남 씨 변호를 맡았던 쌍방울 및 계열사 사외이사들
쌍방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 아니냐고 국민의힘 측이 의혹을 제기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화천대유의 불법 수익을 빼돌리는 데에도 쌍방울 출신 인사들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터라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 요구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함께 수사하는 ‘세트 특검’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1년 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후보의 수사 무마의혹을 함께 수사하는 ‘조건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보도가 나간 후 쌍방울 측은 뉴스타파에 연락해 “최 전 대표와 김 전 부사장은 오래전 본사를 퇴사했으며, 두 사람은 현재 본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다.
제작진
취재이명선 임선응
촬영정형민 최형석 오준식 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