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 문자 속 김건희, 46% 수익에도 '먹은 것 없다' 항의

2023년 02월 21일 10시 55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 공개 이후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및 공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김건희 여사가 두 달 사이 46%의 수익을 보고도 '먹은 것이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작전세력끼리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1)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으며, 2) 작전 세력이 관리하던 본인 명의 계좌의 거래 상황을 계속 모니터하며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대판했대요, 할인해서 넘겨줬다고. 먹은 것도 없는데”

지난해 12월 9일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2차 작전 주범 중 하나인 B 인베스트 민 모 이사를 신문하던 검사가 문자 메시지를 하나 공개했다. 2011년 1월 13일, 민 이사가 또 다른 주범인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검사가 법정에서 공개한 2011년 1월 13일자 문자 메시지. 원문을 그대로 공개하기 위해 오탈자를 수정하지 않았으며 비속어는 XX로 처리했다.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김’은 김건희 여사다. 김건희 여사가 누군가에게 “대판했다”는 것이다. ‘먹은 것도 없는데 할인해서 넘겨줬다’는 게 그 “대판했다”의 이유다. 김건희 여사는 또 ‘대우 지점장’, 즉 자신의 주식 계좌가 있던 당시 대우증권 (현 미래에셋대우) 지점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법이 있냐”라고 따졌으며 누군가가 그렇게 화난 김건희를 어떻게든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토러스 증권 김 지점장은 비속어를 사용해 김건희 여사를 비하하는 듯한 답변을 보냈다.  
대체 어떤 맥락에서 벌어진 일일까?

작전세력이 김건희 계좌로 수행한 20만 주 블록딜

법정에서 검사들은 이 문자 메시지를 제시한 뒤 민 씨에게 이렇게 물었다. 
문자 메시지가 오간 날은 2011년 1월 13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작전세력 간의 문자 메시지에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 2011년 1월 13일은 주가가 최고점을 향해 올라가던,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바로 전날인 2011년 1월 12일, 김건희 여사는 토러스 증권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1만 4천 주를 조 모 씨에게 '블록딜'로 매도했다. 블록딜이란 대량의 주식을 장외에서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앞서 이틀 전인 2011년 1월 10일에도 김건희 여사는 김 모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 2천 주를 블록딜로 매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15일 보도에서, 이 블록딜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 거래를 직접 수행한 것은 2차 작전의 주범 중 하나인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원래 미래에셋대우 증권의 계좌에 들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주식을 그대로 토러스 증권으로 옮긴 뒤 블록딜을 한 것이다. 
문제는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이 계좌주인 김건희 여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블록딜을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5월 20일 공판에서 김 모 지점장은, 김건희 여사의 동의를 받았는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권오수 회장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다.
검사가 재판에서 위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이유 역시 권오수 회장 또는 B 인베스트가 김건희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를 관리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권오수 회장과 B 인베스트 관계자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실 관계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판결에서, 이런 검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김건희 명의 미래에셋대우증권 계좌 : 범죄일람표 (3) 순번 421내지 423 매매가 체결된 후 민00이 피고인 김00에게 매수 사실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따라서 해당주문은 민00이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더하여 B인베스트 직원인 이0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해당 계좌 (당시 증권사명인 대우증권으로 기재)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앞서 본 정황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B인베스트 측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민00 또는 피고인 이00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66쪽

‘먹은 것 없다’고 '대판'한 김건희… 수익률은 두 달간 46%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화를 낸 이유는 주가조작 세력이 허락없이 자기 계좌에 있던 주식을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먹은 것도 없는데 할인해서 넘겨줬기’ 때문, 즉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1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종가는 주당 6,04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400원이었다. 12일 종가는 6,07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200원이었다.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판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할인해서 넘겨줬다’고’ ‘대판’한 이유다.
내 주식을 허락없이 싸게 팔았다는 건 누구라도 화를 낼 만한 사유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경우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애초에 김건희 여사 자신이 계좌를 주가조작 세력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계좌의 거래를 전적으로 위임했다면 그리고 위임받은 사람이 수익을 확실하게 내주고 있다면, 개별 거래에 대해 일일이 화를 낼 이유는 없다. 
김건희 여사가 맡긴 문제의 ‘볼록딜’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익률을 알아보자. 
우선 블록딜 때문에 “할인해서 줬다”는 문제의 주식을 김건희 여사가 얼마에 매수했는지 확인해보자. 뉴스타파가 취재해 재구성한 김건희 여사의 거래 내역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이 주식을 매수한 건 2010년 10월 28일에서 11월 9일 사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 기간 중 7거래일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42만 9,910주, 15억 5,474만 원 어치 매수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3,616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11월 23일에서 이듬해인 2011년 1월 10일 사이에 장내 매도했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절반 가량의 주식을 2011년 1월 10일과 12일에 걸쳐 ‘블록딜’로 매도한 것이다. 1월 10일에 블록딜로 판 9만 2천주는 매도 가격이 5,400원, 12일에 판 11만 4천 주는 5,200원으로 평균 매도 단가는 5,289원이다. 
정리하면 김건희 여사는 주당 평균 3,616원에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천주를 두 달 정도 되는 시점에 평균 5,289원에 팔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7억 4,489만 원을 투자해 3억 4,47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은 46.3%다. (이 수익은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김건희 여사의 전체 수익 10억 5천만 원 안에 포함된다.) 

초과 수익 기대한 건 ‘작전’ 알고 있었다는 방증?

‘주가조작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공모했는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남긴 46%의 수익에도 김건희 여사가 화를 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첫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서 희망했던 ‘기대 수익률’이다. 김건희 여사는 권오수 회장을 통해 다른 작전 세력에게 계좌를 넘겼다. 그리고 이들은 두 달 만에 46%라는 훌륭한 수익률을 올리며 김건희 여사의 재산을 3억 원 넘게 불려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는 화를 내며 ‘대판’했다. 대체 김건희 여사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한 것일까,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기대했던 그 수익률은 ‘작전’없이 가능한 정도의 수익률일까. 
이는 김건희 여사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조작 작전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활용당했다’는 계좌,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개입

둘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맡긴 계좌를 방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화를 냈다”는 것은 김건희 여사가 작전세력이 관리하던 자신의 계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통령실의 표현에 따르면 계좌를 “활용당했을 뿐”이고 매수 유도를 “당했을 뿐”인 김건희 여사가 실제로는 적극적인 주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판부 역시 비록 1차 작전 때의 일이지만 김건희 여사가 작전 기간 중 수시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피고인 이00의 진술, 김건희와 계좌 관리인 사이의 통화 녹취, 신한투자 증권 계좌 관리인 A의 수사기관 진술 기재 등을 종합하면, 김건희는 피고인 이00에게 위 계좌에 관하여 신한투자증권에 매매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위탁했고, 피고인 이00로부터 주문을 받은 A가 김건희에게 별도로 전화 확인을 취하여 매매 의사를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하였다. 1.12부터 1.29 기간 동안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가 행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54쪽 각주 28

대통령실 "진술 없다"... 물증으로 진술 이끌어내는 게 수사

대통령실은 지난 2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하였으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하였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2023.2.14 대통령실 입장문 중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강도 높게 조사를 받은 수십 명’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진술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의 개입 사실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건 권오수 회장인데, 권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와 공모에 대해 진술할 유인이 있겠는가? 자신의 무죄 주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현직 대통령의 부인의 범죄 혐의에 대해 진술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권오수 회장 외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들은 검사가 김건희 엑셀파일 같은 명백한 물증을 제시했는데도 재판 내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들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을 사실로 인정했고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진술이 아니라 물증이다. 수사란 확보한 물증으로 피의자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김건희 엑셀 파일’ 같은 물증 외에도, 위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주가조작 세력들이 서로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라는 물증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분명히 남아있다.필요한 것은 수사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