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재난통신망' 기록 폐기..."얼마나 무책임한가"

2023년 04월 14일 10시 45분

2023년 04월 14일 10시 45분

이태원참사 당시 재난 대응 기관 사이에 이뤄진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이 3개월만에 모두 삭제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반면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인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해경과 세월호 간 교신은 영구보존기록으로 보존되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세월호참사 이후 정부가 1조 5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재난 유관 기관 간 통신 통합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 LTE 방식의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개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응급의료기관 등을 연결하는 재난안전통신망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기관 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참사 규모는 더욱 커졌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당시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이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라며, 경찰이 단말기 1,536대로 8,862초, 소방은 단말기 123대로 1,326초, 의료는 단말기 11대로 120초 동안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기관 사이의 교신 시작과 종료 정보, 녹취 등 교신 내용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안전통신망의 통신 내역 정보를 관리하는 명확한 기준조차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취재진이 이태원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내역의 존재 여부를 묻자 행안부 대변인실 유지선 안전소통담당관은 “이태원 사고 때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은 삭제돼 없다”고 말했다. 
삭제된 이유에 대해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과 김석준 과장은 “3개월이 지나면 (서버) 용량이 다 차서 자동 삭제된다는 걸로 아시면 된다”며,  “이거(저장 기간 제한)는 운용의 묘”일 뿐 “(남은) 용량이 적으면 한 달도 할 수 있는 거고 두 달도 할 수 있는 거다”라고 답했다. 
참사 직후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은 “이번 사고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동일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재난 대응 기관의 초동 대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사라진 것이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사고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동일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행정안전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이태원이 위치한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70조(재난상황의 기록관리)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사회재난의 경우 “재난수습 완료 후 수습상황과 재난예방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의견 등을 기록한 재난백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도 ‘재난백서’ 작성 대상이지만 아직 작성 주체와 시기가 정해지기 전에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기록이 삭제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참사 때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한 “재난관리기관 간 상호통신이 미흡”했으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경찰, 소방 등 재난 대응 기관이 참사 때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 기록이 삭제되는 것을 방치했다. 

“이태원 참사 통신 기록, 자동 삭제됐다”

앞서 행안부 관계자가 재난통신망 기록은 3개월이 지나면 삭제된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일까. 2020년 제정된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규정’ 11조는 “통화그룹에 대하여 녹취할 수 있으며 녹취한 정보는 3개월간 저장·관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의 ‘녹취’에는 통신 시각, 통신 기관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취재진은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통신망의 녹취 정보 등을 3개월만 저장하도록 한 이유를 물었다.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 김석준 과장은 “3개월 이내에 용량이 다 차서 자동 삭제된다”며, 그 기준은 “우리(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의 데이터 저장 용량은 얼마나 되는 걸까. 재난안전통신망 초기 설계 단계 때부터 구축기획단장으로 참여한 심진홍 기획인프라과 과장은 “설계할 때 100만 가입자를 예상하고 설계를 했다. 현재 사용이 아마 20만대 쯤 되니까, 아직은 (데이터베이스 용량에) 여유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규정 만들 때, 의견 협의하면서 3개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 거다. 명확한 다른 규정이 있는 건 아니”라 설명했다. 즉, 통화 내역 정보의 보존기간을 저장 용량을 감안해 3개월로 ‘자체’ 판단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현재 저장 용량은 충분히 남아 있는데 설계 당시의 3개월이라는 기준 때문에 이태원참사 관련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을 보존하지 않고 삭제해버렸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참사 이후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2022년 11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난안전통신망의 주요 활용사례를 홍보했다. 충북 배터리제조공장 화재(‘22.1.21.), 울진산불(‘22.3.4.), 전북 군산 야적장 화재(‘22.6.6.) 등이다. 
하지만 이들 재해와 관련한 재난안전통신망 기록도 현재 확인할 수 없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세 화재 사건 당시의 재난통신망 통신 내역 자료 요청하자, 행안부는 “보존기간(3개월)이 경과하여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역대 최장기, 최대 피해 면적을 기록한 울진산불을 포함해, 행안부가 통신망 주요 활용 사례로 홍보한 재난의 통신기록도 모두 삭제됐다.
▲ 재난안전통신망 활용(통신) 내역 요구에 대해 ‘3개월’이 경과해 제출할 수 없다는 행안부 답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제공) 
행정안전부가 통신 기록을 삭제하다보니, 행안부와 지자체의 말이 서로 달라 재난통신망을 실제 제대로 활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문제도 생겨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충북 배터리제조공장 화재와 전북 군산 야적장 화재에 대해 충청북도, 전북 군산 등 지자체를 포함한 재난안전 관련기관은 당시 재난망 단말기 보급도 충분하지 않았고, 재난망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울진 산불 역시 행안부는 ‘재난망 주요 활용사례’로 꼽았지만, 화재 당시 경북도청, 울진군, 경북소방 등을 제외한 산림청 소속 직원만 일부 통신망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의 주요 활용 사례 내용이 현지 소방과 지자체의 말과 다르다는 질의에 행안부는 “(통신 내역은 확인할 수 없지만) 사고 시점으로 재난망 통화량이 많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세월호 간 통신 내역은 현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 이관돼 보관되고 있다. 목포광역VTS센터 관계자는 “세월호 관련 문서는 무단으로 폐기할 가능성이 있으니, 영구보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설명했다.

국가기록원 매뉴얼엔 “절차 없는 삭제는 임의폐기”⋯ 담당부서는 ‘나 몰라라’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규정’ 제 18조(자료 관리)는 “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장은 재난안전통신망 운영과 관련한 자료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즉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기록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은 기록물이라는 의미다. 또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 따라 재난안전통신망의 통신 내역 데이터는 기록관리가 필요한 ‘행정정보 데이터세트’로 볼 수 있다

국가기록원이 2020년 9월에 만든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기록관리 실행 매뉴얼’은 ‘행정정보 데이터세트의 관리대상 선정, 보존방법 등 행정정보 데이터세트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공공기관의 장이 관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해야(제32조의3)’하고 ‘관리대상 선정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시스템의 행정데이터 임의 삭제는 기록물 무단 폐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즉, 행안부는 국가기록원 등과 협의해 재난안전통신망 통신기록의 관리대상 여부를 협의하고, 관련 절차를 마련했어야 한다.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기록관리 실행 매뉴얼’(국가기록원, 2020)에 명시된 행정정보 데이터세트 기록관리 실행 절차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통신 내역 정보(데이터)에 대한 저장 및 관리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데이터 관리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통신망이 구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았다. 
국가기록원 기록관리정책과 김수영 주무관은 “중앙행정기관은 (구축한 행정시스템이 생산하는 자료가 기록관리가 필요한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반드시 해야(거쳐야) 한다. 관련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시스템 목록을 다 적어서 저희가 유형을 구분하고, 구분한 뒤 저희랑 한번 협의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까지 (판단 요청을) 해야 한다, 이런 건 없다”고 덧붙였다. 기록 관리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재난안전통신망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통신망 기록이 아예 공공기록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난안전통신망 관리과 김석준 과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자님하고 저하고 통신한 걸 다 기록해서 보관 해놔야 되냐”라며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내역은 “공공 기록물로 볼 수는 없”고, 공공기록물 여부 역시 “우리(재난안전망관리과)가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당한 절차 없이 재난망 통신 기록이 ‘자동 삭제’되는 것에 대해 조영삼 전 서울기록원장/뉴스타파 전문위원은 “임의로 3개월마다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행정 운영 위한 시스템인 행정정보시스템의 경우, 폐기할 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 핵심 기관인 소방과 경찰에서는 재난 신고 기록 등을 어떻게 관리할까.
소방부터 살펴보자. 재난상황 시 119종합상황실에 신고된 내역과 출동 관제 등의 처리 내용 자료는 1년간, 재난상황의 신고접수 등 녹취파일은 3개월간 저장ㆍ관리하는데, 기록물의 보존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록물은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보존기간을 따로 정하여 관리한다. 경찰도 비슷하다. 112신고 접수 처리 자료는 1년간, 112신고 접수 및 무선지령 내용 녹음자료는 3개월간 보존하며 문서 및 녹음자료의 보존기간을 연장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보존기간을 연장하여 특별 관리한다. 
세월호참사 당시 교신 기록이나, 소방과 경찰의 재난 상황 기록물 보존 사례와 비교할 때 이태원참사 관련 재난통신망 기록을 3개월만에 폐기한 행안부의 행태는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조사도 않기로 한 행안부, 자동 삭제 얼마나 무책임한가”

재난 현장 기록물은 재난 원인을 규명하고, 또 다른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 필요성이 사라질 때까지 보존해야 할 핵심 자료다. 재난 발생 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난안전통신망의 통신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안전통신망법 16조(재난안전통신망의 사용)는 재난안전 관련기관은 “재난의 대응 및 복구과정에서 재난안전 관련기관 간 상황의 지시, 보고 및 전파하는 활동” 등을 할 경우 “재난안전 통신망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난 발생 시 반드시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재난망 통신 내역에는 재난 대응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또한  재난안전법 제70조(재난상황의 기록관리)는 “재난 발생 시 대응과정 및 조치사항”을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난 상황 발생 시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난안전통신망에서 오가는 교신 내역은 ‘재난 발생 시 대응과정 및 조치사항’이라는 점에서 기록, 관리뿐 아니라 폐기까지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은 저장관리 대상인지 여부조차 확인받지 않은 상황이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과 겸임교수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통신은 단순히 통신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휘시스템, 작동시스템이 잘 되었느냐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통신 기록이 잘 보존돼야 재난안전시스템이 잘 가동됐는지 우리가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최소 일 년 이상, 일정 기간은 반드시 의무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복남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단장은 재난망 통신기록 삭제 역시 행안부가 보이고 있는 무책임한 행태 중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단장은  “이태원 참사 조사를 할 때, 행안부는 조사 대상에서 완전히 빠져 버렸잖아요. 압수수색이나 형사 조사를 받지 않았고, 이후에는 자체 조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렸죠. 재난 안전 관련해서 조사해야 할 것을 안 해 버리고 나서는, 저장 기간이 지나서 (통신 기록이) 지워졌다고 하는 거 잖아요. 얼마나 무책임한 처사입니까”라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