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항쟁 71주년 기획 : 육지 것은 모르는 제주에 대하여

2019년 04월 03일 08시 00분

한반도의 남쪽 끝자락, 제주특별자치도.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는 제주를 어떤 존재로 기억하고 있었나? 1980년대부터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휴식의 공간이 됐다. 최근에는 ‘한 달 살이’나 ‘제주 이민’ 같은 삶의 거처를 잠시 옮겨 제주를 새롭게 경험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유채꽃밭 관광객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제주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방문 관광객의 89.8%가 여가, 위락, 휴식을 위해 제주를 찾는다고 답했다. 제주는 힐링과 치유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육지 것’들은 제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랜 세월, 변방의 섬 제주가 겪어온 차별과 폭력의 시간. 대를 이어 체화된 제주 사람들의 조심스러움과 켜켜이 쌓인 피해 의식은 외지인들 눈에 텃세로 보이기도 하고, 배타적인 적대감으로 비치기도 한다.

▲ 제주 4.3사건  (제공 : 4.3 평화재단)

1948년 4월 3일 이후 제주는 차별과 국가폭력의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4.3 사건을 통해 제주는 빨갱이 섬이 되어야 했고 제주 사람들은 ‘반공국가’의 시민권을 얻을 수 없었다. 국가 공동체의 안보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정이라는 작은 공동체의 희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 국제관함식에 반대하는 제주 사람들

서울과 제주라고 하는 지리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대단히 다양한 차이들이 있는데 그 차이가 뭘 만들었냐면 폭력을 만들어 내더라. 우리 (제주)의 문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폭력. 그 극단에 4.3이 있고 그 이후에 벌어진 개발에 대한 문제들이 있었다.

김동현 박사/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자본의 끝없는 욕망 앞에 제주는 한없이 무력했다. ‘육지 것’들의 무자비한 부동산 투기에 노출됐고,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제주 사람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2017년 말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의 토지 소유 현황을 보면, 개인 토지의 1/3 이상이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

언제쯤 제주는 겪어온 차별과 폭력의 시간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을까? 제주도청 앞 한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담겨 있다.

조상 대대로 제주에 살았다고 하더라도 제주의 자연을 그의 돈벌이로만 여기는 사람은 ‘육지 것’이며, 비록 어제부터 제주에 살게 되었다 하더라도 제주를 그의 생명처럼 아낀다면 그는 ‘제주인’이다.

새로 쓰는 제주사

지금껏 ‘육지 것’들은 제주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누군가 되묻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이 기억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제주 4.3항쟁 71년을 맞아 지난 70여 년 동안 때론 국가의 이름으로 때론 자본으로 이름으로 제주에 가해진 폭력의 실체와 그 상처의 현장을 취재했다.

취재작가 오승아, 정예원
글 구성 최미혜
촬영 김한구
연출 김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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