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4대강식 준설로 홍수를 막겠다고?

2023년 07월 21일 17시 00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올 여름 홍수피해를 계기로 지류, 지천에 대한 준설을 포함한 정비를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올 여름 홍수피해의 원인은 대부분 산사태와 제방 관리 잘못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진단으로 삽질을 하는 4대강사업 시즌2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리 밑에서 낮아진 제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강물.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미호강은 애초부터 수위가 정말 높았다"며 “하천 준설 정비를 제대로 해라"고 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9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을 방문해 "획기적인 하천 정비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내성천과 같은 중소규모 지류 지천에 대한 준설 등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사업 이후 방치되어 왔던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또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해 정부 여당이 지류 지천에 대한 대대적인 사업을 시작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올 여름 홍수 피해와 강바닥 준설 문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준설이라는 잘못된 방향을 택함으로써 정작 제방관리 등 꼭 필요한 대책이 시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제방관리 실패와 산사태가 원인인데 준설을 하겠다니 

이번 홍수에서 가장 큰 사망자를 낳은 것은 경북 북부의 산사태(사망 16명)다. 다음은 충북 오송 궁평 지하차도 참사(사망 14명)인데 원인은 근처 미호강에 설치된 임시제방이 부실해 무너졌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그 중 미호강의 임시제방 문제를 취재했다. 
궁평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시제방. 다리 공사로 기존제방을 허문 자리에 급조됐는데 높이가 낮다.

미호강 임시제방은 어떻게 무너졌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미호천교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편이성을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었다. 그러다 홍수가 예보되자 급히 임시제방을 만들었는데, 그 제방은 높이와 견고함이 규격에 미달하는 것이었다. 하천설계기준에 의하면 계획홍수위(29.02m)에 여유고 1.5m를 더한 30.52m가 돼야 하는데, 임시제방은 29.74m로 0.78m가 부족했다. 7월15일 오전 8시 30분 경 임시제방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미호천교 지점의 수위는 29.79m였다. 미호강 수위는 오전 9시 20분 경 29.87m까지 올라갔다. 제방이 기준대로 지어졌다면 제방을 월류(물이 제방을 타넘음)하지는 못할 수준이었다. 기존 제방은 차량이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튼튼했던 반면 임시제방은 모래와 흙으로 만들어서 안정성도 미흡했다.
하천점용 허가를 담당하는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담당자는 뉴스타파에 '임시 제방 복구를 하려면 기존 제방 높이나 강도를 똑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신은 '임시제방을 만든다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고, 제방이 어떤 상태였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행복청이 기존제방을 허물겠다는 허가를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행정공백이 있었다는 말이다. 반면 행복청은 관련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는 향후 조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 제방이 설계기준에 맞게 30.52m로 지어졌다면 미호강의 최고 수위(29.87m)에도 안전했을 것이다.

근본 문제는 기준에 맞는 제방을 설치할 수 없는 교량 높이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호천교의 교량 상판 높이가 제방을 하천설계기준에 맞게 설치하기 곤란할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교량 밑에 제방을 기존 제방 높이로 설치하려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량은 낮아서 기존 제방이나, 최소한의 하천설계기준에 맞는 높이의 제방을 설치하기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행복청 관계자도 뉴스타파에 '(하천설계기준에 맞는 제방을 설치하기) 힘든 걸로 지금 현장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방을 기준대로 설치할 수 없는 교량 설계였다면 하천점용허가를 내줄 때 설계를 고치라고 했어야 하지 않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금강유역환경청 담당간부는 '모든 걸 다 검증하고 하천 점용 허가를 한다고 그러면 우리 조직이 열 개가 있어도 모자랄 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다. 교량이 낮게 설계돼 제방도 낮아지는 통에 홍수가 나는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는 2020년 구례와 남원에서 일어난 홍수를 들 수 있다. 

2020년 구례, 남원에서도 낮은 다리 때문에 홍수 발생

2020년에 난 큰 홍수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구례읍 침수사태는 제방이 계획 홍수위보다 낮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특히 구례읍 양정마을을 지나는 서시1교의 상판이 낮아서 제방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곳으로 서시천의 물이 들어와 양정마을과 구례읍을 침수시키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에 미호천교 밑 임시제방 문제로 발생한 홍수와 똑같은 형태다. 
남원에서는 섬진강 제방이 붕괴되는 사태가 일어났는데, 이것도 문제는 다리의 낮은 높이였다. 금곡교라는 다리가 주변 제방보다 낮아 그 쪽으로 물이 몰려들어왔고 결국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다. 2020년 수자원학회가 섬진강 홍수 원인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76개소 피해지구 중에서 11개가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교량, 도로 등 취약시설로 인한 침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대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방 문제가 다리나 도로 설계에서 충분히 감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방 관리가 잘못돼 홍수가 일어났는데, '강바닥 준설을 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문제는 이런 중요한 문제점을 외면한 채 윤석열 정부가 엉뚱하게도 '강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미호강 수위가 높았다'며 '준설을 제대로 하라'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교수(대한하천학회장)은 윤대통령의 이 지시에 대해 ‘깨알 지시'라며 "대통령은 '지류 지천에 대한 정비를 하라'는 지시를 하고, 해법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지 준설을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것은 무리수다."고 말했다. 그는 "윤대통령은 미호강의 강바닥이 많이 높아져서 홍수가 난 것같은 발언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2011년에 비해 2018년에 미호강 전체가 9cm 높아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인용한 수치는 2018년에 작성된 미호천 하천기본계획에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호천의 하상은 2028년에는 오히려 14cm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2020년 섬진강 76개 홍수 피해지구에서 제방을 넘는 홍수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기후변화로 기존의 홍수위를 넘는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제방을 넘는 홍수보다 제방부실로 일어나는 홍수가 훨씬 많다. 수자원학회가 2020년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76개의 피해지구 중에서 계획 홍수위를 넘는 홍수 발생으로 제방을 월류한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 제방이 홍수위보다 낮거나 부실해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였다. 홍수위를 넘는 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효과 면에서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갑자기 하폭이 좁아졌는데 하폭을 넓힐 방법은 없고 또 제방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준설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처럼 강 전체를 파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되메워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감사원의 2018년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강의 하상은 4대강사업으로 준설을 한 공간의 28.8%가 되메워졌다. 영산강은 26.5%, 한강 4.8% 낙동강 4.1%다. 5년이 지난 지금은 또 얼마나 더 메워졌을지 모른다. 
준설로 홍수위를 떨어트리겠다는 정책을 쓰면 계속 준설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토건업자들의 배를 채워주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골재를 팔아먹는 길을 터줄 뿐, 홍수 예방에는 합리적이지 않다. 반면 제방을 튼튼히 하고 필요시 높이는 것은 훨씬 효과적이다. 홍수터를 확보하는 등의 선진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준설이 홍수를 막아줄 것이라는 것은 미신이다

준설이 홍수를 막아줄 것이라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 사실 4대강 사업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전 구간을 깊게 준설할 것을 지시한 것은 한 가지 목적, 즉 운하의 뱃길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뱃길을 만들기 위해 강을 파다보면 수심도 내려가니 홍수 소통도 잘 되지 않겠냐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4대강 본류는 제방이 거의 정비된 상황이었고, 제방을 넘는 홍수는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2018년 감사원은 '4대강지역과 비4대강지역의 홍수피해액 변화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지역의 홍수피해액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지형학)는 "우리나라의 홍수는 제방관리가 부실하거나 제방 배후의 습지 배수를 위한 양수 시스템이 부실한 2가지 원인이 99%다. 이번에도 미호강 주변 제방 부실로 배후에 있는 지하 터널이 침수가 된 사건이 아닌가. 제방 관리 소홀과 배수를 위한 양수 시스템이 맞물려돌아가지 못한 것이 원인인데, 이때다 싶어서 4대강 진영의 정치 논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면죄부를 주고 정당화시켜서 다시 또 지천에 보를 막고 준설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옳은 방법 아니다. 제발 정치 논리를 떠나서 환경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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