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영업사원의 유언장 : 대기업의 복수

2021년 05월 06일 16시 20분

2019년 7월 MBC가 롯데칠성의 조직적인 탈세 의혹에 대해 보도합니다. 국세청은 곧바로 세무조사를 거쳐 롯데칠성에 추징금 493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MBC의 보도와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모두 한 제보자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제보자 입장에서 보면 정의가 실현된 셈이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넘게 지난 2020년 12월 이 제보자는 구속됐습니다. 횡령과 공갈 혐의였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죄인은 억울합니다. 아니 억울해 합니다. 이 제보자도 억울함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습니다. 구치소에서 유서를 써서 가족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보자의 누나가 뉴스타파를 찾았습니다. 지금 상황을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곳은 뉴스타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속성상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 특히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언론에게 이 일은 MBC의 보도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마무리가 된 사건일 뿐이었습니다. 억울한 사람은 널리고 널려있습니다. 
속된 말로 각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종의 의무감으로 사건을 들여다 봤습니다. 방대한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봤습니다. 그 결과를 독자 여러분께 정리해서 공개합니다. 이 제보자가 감옥에 갈 정도의 죄를 지었는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사법적 절차는 중요한 시스템이지만 그게 완벽한 적은 없습니다. 그게 또 전부도 아니고요. 

대기업 롯데칠성에 들어가다 

1973년생 김대영(가명) 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해야 했지요. 안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택시도 운전했고, 청호나이스, 던킨도너츠에서도 일을 해봤습니다. 우연히 롯데칠성에서 음료수 배달도 했습니다. 롯데칠성 직원 중 한 명이 성실하게 배달을 하던 김 씨를 눈여겨 봤습니다. 2006년 그 직원의 추천으로 롯데칠성 영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 생겼습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 김대영(가명) 씨의 어린 시절 모습. 
영업은 비교적 적성에 맞았습니다. 대구 시내를 구석구석 돌면서 거래처 사장님들과 만나고 계약을 따냈습니다.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지시를 하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실적 목표를 맞추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습니다. 

끔찍한 독촉 문자들 

롯데칠성은 지점별로 실적 목표 물량이 할당됩니다. 예를 들어 A지점에 할당된 목표가 한 달에 10억 원이라고 해보죠. 여기 영업사원이 5명이면 1인당 2억 원이 됩니다. 한 달에 20일을 근무한다고 치면 하루에 목표액의 5%, 천만 원씩 팔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매일매일 이 실적을 달성해야 했습니다. 실적을 독촉하는 문자는 실시간으로 계속됐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김 씨가 롯데칠성 동대구지점에서 근무할 때 상사로부터 받은 문자들 중 일부입니다. 
▲ 김대영 씨와 직장 상사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휴가를 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도 문자는 계속됐습니다. 
▲ 김대영 씨와 직장 상사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그래도 여기까지는 영업사원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애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영업사원이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위에서 나온 문자 중에 “다른 사람도 뚜드리 잡았습니다”라는 게 있습니다. 뚜드리는 두드려의 사투리로 보입니다. 무엇을 두드려 잡는다는 말일까요. 문맥으로 보면 실적을 잡는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보통 생각하는 실적이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가판’이었습니다.

피 말리는 가판의 세계 

가판은 가상 판매의 줄임말입니다. 판매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일단 전산상으로만 판매를 했다고 잡아 놓는 것이죠. 거래처 가운데 말이 통할 만한 곳의 양해를 얻어 처리를 합니다. 실제로 판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건은 회사 창고에 그대로 있게 됩니다. 김 씨와 상사가 나눈 대화를 보면 가판을 너무 많이 해서 추가로 잡는 건 무리라는 하소연이 자주 등장합니다. 상사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판을 잡으라고 독촉을 하죠. 
▲ 김대영 씨와 직장 상사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문제는 실제로 팔지 않았더라도 판매했다고 잡아 놨기 때문에 때가 되면 영업사원이 판매 대금을 회사에 납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업사원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걸 메워 넣는 걸까요. 아까 설명에서 물건은 회사 창고에 그대로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물건이 있는 거죠. 다른 거래처에 가서 이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거죠. 그 거래처도 뻔히 아는 겁니다. 가판 잡아 놓은 물건이라는 걸. 그래서 싸게 넘겨야 받아 줍니다. 이른바 무자료 덤핑이 됩니다. 
복잡하니까 다시 도식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가판으로 100만 원어치를 잡아 놨다가, 거래처에 20만 원 싸게, 즉 80만 원에 넘깁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100만 원을 입금해야지요. 영업사원은 자기 돈 20만 원을 메워 넣어야 합니다. 롯데칠성과 거래를 했던 도매상 사장 염 모 씨는 김 씨가 일했던 동대구지점을 “가판 공장”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가판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증언이지요. 
물론 실제로는 영업사원에게 판촉물량 같은 것이 할당이 됩니다. 이 판촉물량으로 손해보는 금액의 일부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판의 수량이 많아지면 완전한 보전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영업사원에게 빚이 쌓이게 되는 구조지요.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미 판매한 제품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무자료 거래가 된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제품 유통 과정에서 탈세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지요. 

지옥 같은 월말 정산 

어릴 때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김 씨의 누나도 이런 사정을 처음부터 자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동생은 월말만 되면 3-4백만 원 씩 빌려갔지만 다음 달에 꼬박꼬박 갚았습니다.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돈을 빌린 곳은 누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친한 거래처 사장님들에게도 수시로 돈을 빌렸고, 제2 금융권에도 빚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러다 2016년 2월 작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은행원인 누나가 마감을 처리하고 있던 오후 4시 쯤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을 못하고 계속 울더랍니다. 곧 본사에서 감사가 나온다는데 돈이 3-4천만 원 모자란다는 겁니다. 여기저기 전화를 다 돌려봤는데 돈 빌릴 데가 없다고, 살려달라고, 회사 잘리게 생겼다고 동생이 울먹였습니다. 누나는 급하게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여기저기 돈을 끌어다 3천만 원을 맞춰줬습니다. 2017년 3월에는 조금 더 큰 사건이 터졌지요. 동생이 이런 문자를 남기고 사라진 겁니다. “나 찾지 말고, 혹시라도 내 시체 찾게 되면 조카들 생각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 집안에 난리가 났습니다. 동생은 사흘만에 돌아왔습니다. 
누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은행원의 전문성을 발휘해서 동생의 채무 내역을 조사해 봤습니다. 당시에도 벌써 빚이 수억 원이었습니다. 단순히 액수가 많은 걸 넘어서 이자율이 27-8%나 되는 저축은행, 캐피탈 같은 곳에서 채무가 연체되고 있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사실 동생은 아내의 직장 문제로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고 경제적인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다닌다고 하면서도 옷 하나 제대로 된 걸 사입는 걸 본 적이 없었지요. 누나는 동생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버리는 회사를 왜 다니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10년 넘게 회사를 다녔는데, 곧 관리직으로 갈 건데, 관리직가면 가판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애들 학자금도 나오는데, 지금 회사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나만 이런 것도 아닌데… 김 씨는 누나에게 다시는 가판을 잡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회사를 계속 다녔습니다. 

결국 터졌다 

2018년 4월 회사에서 결국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김 씨의 후배이자 동료 영업사원이었던 염 모 씨(앞에서 나온 거래처 사장 염 씨와는 다른 사람입니다)가 본사를 찾아간 겁니다. 가판 때문에 생긴 염 씨의 빚은 2억 4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염 씨의 표현에 따르면 “모가지 끝까지 대출이 차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일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염 씨는 본사 채권팀에 가서 “더 이상 이렇게는 일을 못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본사 채권팀은 대구로 가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업사원들 사정은 대부분 비슷했다고 염 씨는 기억했습니다. 본인과 같은 구미지점에 있었던 선배도 빚을 4천만 원 정도 졌는데 회사와 실랑이 하기 싫다며 “그냥 조용히 가겠다”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회사 측과 염 씨 사이에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일종의 합의를 한 거죠. 개인 대출 1억 원 정도는 염 씨가 책임을 지고, 장부상 미수금 1억 원 정도는 탕감해서 회사에서 감당하기로 한 겁니다. 회사는 염 씨에게 계속 일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지만 염 씨는 떠나고 싶어 거절했다고 합니다.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해서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합의를 할 때 회사가 미수금을 탕감해 줬다는 사실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는 각서도 썼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터뜨릴 사람(영업사원)이 정말 많았다, 문제가 장기화 되면 다 들고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고 염 씨는 기억했습니다. 
염 씨의 합의 과정을 지켜보던 김대영 씨도 결심을 했습니다. 일단 판매대금 수금한 것 중 1억 원으로 급한 빚을 갚았습니다. 그리고 대구에 내려와 있던 본사 채권조사팀에 본인을 신고했습니다. 조사를 해 보면 자신의 빚이 왜 쌓였는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롯데칠성은 김 씨를 염 씨와 함께 대기발령하고 4개월 가량 조사를 했습니다. 
김 씨가 계산한 본인 손해 금액은 4억 7천만 원이었습니다. 김 씨는 회사 측에 전액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없으니 문제가 있으면 법적으로 하자고 버텼습니다. 회사 측은 김 씨의 누나를 만나서 설득했습니다. 본인도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잘못이 있지 않느냐, 100이면 100을 어떻게 다 보상 받으려고 하냐, 서로 손해를 조금씩 보는 선에서 합의하자… 누나가 기억하는 회사 측의 논리였습니다. 
결국 미수금 2억 원은 탕감하고 손해본 금액은 위로금 1억 6천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가 됐습니다. 빚을 정리하는 것과는 별개로 김 씨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협의 끝에 다른 지점에서 배달을 할 수 있는 지입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회사가 약속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입니다. 

배신감 

이렇게 회사 측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롯데칠성에서 10년 넘게 일한 김 씨에게 남은 건 빚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2-3년의 스트레스로 이가 모두 내려 앉아 틀니를 껴야 했습니다. 휴가도 제대로 낼 수 없어 치료를 미뤄왔던 탓도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음료 시장에는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택배 상하차를 해봤지만 약값만 더 들었습니다. 대리운전도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안마시술소 카운터 일도 해보고, 볼링장에서 청소도 했습니다. 회사가 곧 약속대로 일자리를 줄 거라고 기대하면서 버틴 겁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 김대영 씨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영구치가 몇 개 남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가 너무 미웠습니다. 합의를 한 본인이 바보 같았습니다. 2019년 1월 결국 김 씨는 국세청에 찾아갔습니다. 본인이 영업할 때 결재하고 수금했던 자료들을 모두 넘겼습니다. 국세청은 롯데칠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반 년을 기다려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언론사를 찾았습니다. 
2019년 7월 MBC는 롯데칠성이 무자료 뒷거래로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한달 뒤인 8월, 국세청은 롯데칠성에 493억 원의 추징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진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롯데칠성의 복수 

MBC의 보도가 나간 다음달 롯데칠성은 김대영 씨를 고소했습니다. 공갈과 횡령 혐의였습니다. 회삿돈으로 개인 빚 1억 원을 청산했다(횡령), 김 씨가 국세청이나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갔다(공갈)는 게 롯데칠성의 주장이었습니다. 검찰은 롯데칠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김 씨는 놀랐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하자는 자신을 설득해 회사에서 합의를 해달라고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회사 측 주장은 다릅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지병이 있었던 아버지는 결국 퇴원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그리고 재판은 김대영 씨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김 씨는 일단 회사 측의 강요로 가판을 하다가 거액의 빚을 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문자들을 재판부에 제출했지요. 그런데 그 문자를 보낸 직장 상사가 가판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사실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이 가판을 강요하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냐고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김대영 씨는 재판 전에 이 직장 상사와 통화하면서 녹음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파일을 들어보면 재판 때 했던 증언과 전혀 다른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법정 증언>
⚫김 씨 측 변호인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덤핑 판매든 가상 판매든 할당량을 무조건 채우라고 지시한 거 아닌가요? 
⚪직장 상사 : 1년에 한두 건 있을까 말까하는 얘기지 매달 그런 건 아닙니다. 
⚫문자메시지로 확인되지 않습니까?. 다시 보여드릴까요. 다 보실래요? 
⚪그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덤핑판매를 하라고 한 적 없습니다. 판매를 독려해서 팔아오라고 했을 뿐이지 돈이 차액나면서 판매하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직장 상사의 통화 내용>
⚫김 씨 : 그냥 있는 그대로만 좀 이야기해 줘. 
⚪직장 상사 :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어차피 문자, 가판 잡은 거 다 알고 하는데 굳이 내가 가판 안 잡았다고 이야기할 그것도 없고. 가판이 있었는 거 뭐 어차피 있었는 거는 애들 다 아니까는 그 부분은 뭐.
⚫전체적인 지점들 자체가 완전 덤핑이고 뭐고 얼마나 하러 다녔노. 그때는 뭐...
⚪그랬으니 뭐. 응. 
2018년 김 씨와 롯데칠성의 합의 과정에 대한 양측의 기억은 전혀 다릅니다. 롯데칠성은 김 씨의 공갈과 협박으로 돈을 뜯겼다는 입장이고, 김 씨는 조사를 해보니 회사 측 책임이 커서 본인에게 위로금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 씨의 채권 사고가 났을 때 본사에서 넉 달 동안 조사를 한 자료가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롯데칠성 측은 조사 자료를 보관할 이유가 없어서 폐기했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김 씨가 공갈을 했느냐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렸습니다. 회사 측이 내세운 공갈의 근거 중 하나는 김대영 씨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사건이 터진 뒤 김 씨는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편지를 받은 영업본부장은 법정에 출석해 “편지가 아예 협박성 내용이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롯데칠성은 이 두 개의 편지를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분실했다는 겁니다. 김 씨와 함께 편지를 같이 작성한 동료 직원은 편지에 협박성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김 씨의 제보로 롯데칠성의 탈세 혐의를 밝혀낸 국세청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국세청에 세무조사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국세청은 김 씨의 진술서 말고는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12월 15일 김대영 씨는 징역 2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더불어 국세청은 김 씨의 탈세신고에 대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김 씨의 제보 자료가 이른바 ‘중요한 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관련 탈세 혐의는 10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10년 전부터 인지했으면서 왜 김 씨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는 조사하지 않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후회 

김대영 씨의 누나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후회되는지. 누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롯데칠성에 입사할 때 말리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김대영 씨의 동료 직원이었던 염 모 씨는 회사 측의 소송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다른 영업사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너희들 회사 이렇게 나가봐야 다 이런 식으로 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롯데칠성 측에 관련 사안을 문의했지만 “판결이 예정된 사건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2심에서 검사는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2심 선고는 오는 5월 14일입니다. 
제작진
촬영기자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