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 사건 선고 결과 주목...직원들은 "양진호가 시켰다"

2022년 09월 06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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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지난 2018년 연속 보도한 한국미래기술 회장 양진호 씨의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 사건 1심 선고 결과가 오는 8일 나온다. 뉴스타파가 이 사건을 보도한 지 약 4년 만이다. 양 씨는 웹하드 서비스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소유하고, 동시에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를 운영해 불법 영상이 필터링 없이 유통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양 씨는 회사 직원에 대한 폭행·갑질 등으로 기소돼 이미 징역 5년을 확정받았지만, ‘웹하드 카르텔’ 사건 관련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양 씨에게 남은 혐의는 웹하드를 통한 불법 영상 유포 및 방조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이다.
오는 8일 양 씨에 대한 1심 선고에 앞서 법원은 지난 7월 양 씨를 제외한 양 씨 회사 임직원 9명에게 웹하드 카르텔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음란물 유포 및 방조(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양 씨 회사 임직원 7명에게 각각 50~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포 방조(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필터링 업체 뮤레카 대표 김 모 씨와 웹하드 업체 파일노리 운영이사 김 모 씨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 원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 ‘웹하드 카르텔’ 존재 인정

법원은 양 씨 회사 임직원 9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결론적으로 음란물 등 불법 영상 유포의 책임이 양 씨에게 있다고 봤다. 특히 양 씨가 2011년부터 뮤레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경영한 사실에 주목했다. 콘텐츠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는 웹하드 카르텔의 중추로 지목돼 온 회사다. 법원은 뮤레카 전 대표 김 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음란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함에도 오히려 양진호의 지시에 따라 필터링 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사실상 음란물 유포를 위한 웹하드 카르텔 형성에 일조하였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법원은 김 씨 등에 대한 판결에서 웹하드 카르텔의 존재를 인정했다. 더 나아가 필터링 업체의 ‘기술적 책임’도 분명히 짚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모든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아 DNA(불법영상 식별 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운영 인력과 예산 부족 문제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결국 수익성의 문제로 불법을 방치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뮤레카는 일반 저작물의 경우 총 26만 6668건의 DNA값(필터링을 위해 필요한 동영상 고유의 정보값)을 보유한 반면, 음란물의 경우는 단 903건의 DNA값만 보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음란물 또는 불법촬영 영상에 대해선 DNA값을 생성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였다. 더구나 뮤레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공한 해시값(불법영상 식별 정보)을 고의로 지연해 적용하는 등 필터링을 우회하는 수법으로 양 씨 회사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한 재판부는 뮤레카가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이지원인터넷서비스), 파일노리(선한아이디)와 공모해 불법 동영상을 유통하고 수익을 극대화시켰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뮤레카 등 웹하드 카르텔 업체 3곳은 음란물 유포 방조죄에 따른 양벌규정으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회사를 모두 지배한 양 씨 역시 법적 책임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법원, 음란물 유포 방조죄에 벌금 처분  

다만, 이런 판결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김 씨 등이 받은 형량과 관련해 일부 의문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판결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임원 A씨는 소위 ‘바지 사장’으로 ‘양진호의 지시’를 받아 웹하드 운영을 총괄했다. 그는 2015년 5월~2018년 9월까지 웹하드에 올라온 음란동영상 5만 2천여 건의 판매를 방조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가 음란물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헤비 업로더’를 보호하거나 독려하는 등의 수법으로 음란물 유포를 조장했다고 판단했다.
임원 B씨도 ‘양진호의 지시’로 음란물 유포에 가담했다. 그는 자신이 업로더 조직을 관리했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란동영상을 웹하드 전면에 노출시켰다고 자백했다. 법원은 B씨에게 음란물 유포 방조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불법촬영 영상 유포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음란물 유포는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같은 방조죄로 처벌받은 부하직원 5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양진호를 비롯한 상사들의 지시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다”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 발견됐지만 혐의 부인

이제 남은 것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포 방조 혐의를 받는 2명의 김 씨다. 웹하드 카르텔 수사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최소 107건의 불법 영상이 양 씨 소유 웹하드에 업로드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5년 6월~2017년 7월 사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된 성범죄 영상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양 씨 회사가 2015~2017년 ㅇ사와 주고받은 공문을 통해 드러났다. ㅇ사는 ‘사생활 동영상 모니터링’ 업체로 2015년 6월 27일부터 “유출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2016년 3월 28일부터는 “동영상 검색 금칙어 설정, 해시값 필터링” 등도 요청했다. 그때마다 양 씨 소유 웹하드는 조치 결과를 ㅇ사에 통보했다. 이는 당시 최소 107건의 성범죄 영상이 웹하드에 업로드됐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성범죄 영상이 웹하드를 매개로 유포됐다는 증거는 더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양 씨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2017년 9월 직원 워크숍을 열고 “더 이상 국내 음란물을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불법촬영 영상 유포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양 씨는 필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매출이 10% 하락했다며 직원 10%를 해고하라”고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양 씨의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당시 적지 않은 불법촬영 영상이 웹하드를 통해 거래됐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뮤레카 전 대표인 김 씨는 성범죄 영상 유포 방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 씨는 “나름 최선을 다하였다”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의 돈을 받고 대신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일명 ‘디지털 장의업체’를 직접 기획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 씨는 검찰에서 “개인 유출 영상(몰카) 등 4가지 음란물에 대해선 필터링을 적용하였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피고인들은 저작물을 비롯하여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과 같이 유통될 경우 사회적, 법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DNA 필터링과 해시값 필터링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대부분 적절하게 차단하고 있다. ” -판결문 66페이지-
파일노리 전 운영이사 김 씨의 경우, 앞서 밝힌 것처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혐의를 인정했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가’ 바지사장’으로서 실권이 없었다는 점도 양형에 참작됐다.
웹하드 카르텔 사건에 관여된 임직원 9명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양진호가 시켰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기록 및 판결문의 일관된 흐름은 위디스크 및 파일노리, 뮤레카의 모든 실권이 양 씨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경찰 조사를 받자 “양 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강변하기도 했다.
직원 C씨는 ‘웹하드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음란물이 유포된 것 아니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나는) 회사 규정에 따랐을 뿐인데, 그렇다면, 경찰이 제대로 일했다면 범죄가 줄었어야 맞지 않느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임원들도 ‘양진호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임원들의 자필 진술 내용을 일부 옮기면 아래와 같다.
“양진호의 말 한마디는 그대로 법이고 불문율이 됩니다. 양진호의 지시를 즉시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당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양진호의 범죄 행위들에 일부라도 부역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또 사죄합니다.” -A씨-
“양진호 회장이 시키는 일들을 다 하고서는, 어쩔 수 없이 한 일들이라고 하느냐? 장기간 근속한 임원들은 양진호 회장을 대신하여 전과범이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퇴사하고 싶어도 취업이 힘든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임원 D씨- 
이런 사정들이 이번 법원 판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이 사건 양형 이유에서 “양진호의 부당하고 강압적인 지시와 질책에 굴복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그 발생 경위에 참작할 사정도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양 씨는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폭행 등 사건에서 상당수 혐의를 인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성범죄 영상 유포는 물론 뮤레카를 실질적으로 경영했다는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선 검찰 수사에서 양 씨는 “업로더가 모든 책임을 회사에 미루고 있다”며 “국내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기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정하도록 지시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촬영 영상물이 위디스크에 업로드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엔 “이런 것을 올리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8일, 양진호 씨에 대한 웹하드카르텔 사건 1심 재판 결과를 상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당초 내일(8일)로 예정됐던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 양진호 씨의 ‘웹하드 카르텔’ 사건 1심 선고는 어제(6일) 저녁 양 씨 변호인(법무법인 태평양) 측이 변론재개를 요청함에 따라 무기한 연기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11월 1일 열린다.
[9월 7일 오후 2시 수정]
제작진
그래픽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