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법조 기자단 특혜' 서울고검 상대 소송 승소

2022년 06월 10일 15시 31분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하 셜록)이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거부한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제12재판부)은 '기자실 사용 여부 등을 법조 출입 기자단 결정에 맡기는 검찰의 관행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뉴스타파, 셜록, 미디어오늘 등 3개 언론사는 2020년 12월 서울고검과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으로부터 기자실 출입과 출입증 발급을 거부당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법률 지원을 받아 지난해 3월 헌법소원과 함께 ‘출입증 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나선 바 있다. 뉴스타파·셜록은 서울고검을 상대로, 미디어오늘은 서울고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서울고검-뉴스타파·셜록 소송의 주요 쟁점은 크게 4가지였다. 
1. 기자 개인이 아닌 언론사(뉴스타파·셜록)가 소송 원고가 될 수 있는가(쟁점1)
2. 서울고검이 뉴스타파·셜록의 기자실 출입증 신청에 대해 거부 처분을 내린 것이 맞는가(쟁점2)
3. 서울고검이 기자실 출입증 발급 거부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했는가(쟁점3)
4. 서울고검이 법조 출입 기자단에 해당 권한을 위임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인가(쟁점4)
피고인 서울고검은 각각의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기자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 개인이지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사인 원고(뉴스타파·셜록)는 소송의 원고 자격이 될 수 없다(쟁점1)", "기자실 출입증 발급 절차를 안내한 것일 뿐, 원고의 신청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쟁점2)", "법조 출입 기자단 미가입 언론사들도 기자실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취재권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고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 뿐만 아니라 언론사도 보도의 자유 및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의 주체이므로 원고로 적격(쟁점1)"하고 "원고 입장에선 출입증 신청을 받아줄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쟁점2)"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3·4번 쟁점에 대해서도 뉴스타파·셜록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원고들이 서울고검으로부터 (출입증 발급 거부) 통지를 받을 당시 어떠한 근거로 처분이 이뤄진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지만, 오로지 법조출입기자단 간사가 작성한 언론사별 명단에 원고가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출입증 발급 거부) 통지를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맞다"는 판단이었다. 아래는 판결문 내용 중 일부.  
"국회나 정부 과천 청사 등은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여 스스로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달리 피고만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여 스스로 기자실 사용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수사 기밀 유출 방지, 수사의 밀행성 유지라는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의 자유 등의 공익의 비교 형량을 통해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서울고검-뉴스타파·셜록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 1심 판결문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57315)
서울고등검찰청 1층에 위치한 법조 출입기자단 기자실 모습 ⓒ연합뉴스

'법조 기자단이 기자실 출입 여부 결정' 관행에 제동 걸렸다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법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행정소송 1심 결과는 지난해 11월 나온 바 있다. 역시 폐쇄적인 법조 기자단 운영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피고(서울고법)가 행정재산인 청사 내 기자 공간 사용 및 출입기자 표식 발급 여부를 법령상 별다른 근거도 없이 국유재산 관리청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제3자(법조기자단)에게 미루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피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와 셜록, 미디어오늘을 대리하고 있는 중인 최용문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법원이 법리적으로 타당한 판결을 한 것이고, 이 판결 하나로 법조기자단이라는 부당한 관행이 일거에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법조기자단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발판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법조 출입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가 검찰과 법원 기자실을 출입하려면 검찰도 법원도 아닌 법조 기자단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3명 이상의 기자로 구성된 법조팀을 6개월 이상 운영하면서 법조 기사를 꾸준히 써야 하고, 기자단의 찬반 투표도 거쳐야 한다. 기자단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법조 기자실 출입이 가능하다.
법조 출입 기자단 소속이 아닐 경우 검찰 기자회견과 수사 결과 발표 등 정례 브리핑 취재가 불가능하다. 또 판결문 공람 등의 혜택도 받기 어렵고, 서울중앙지법 법정 안에서 노트북조차 사용할 수 없다.
뉴스타파, 셜록, 미디어오늘이 소송에 나선 이후 취재 현장에선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미디어오늘 승소 판결 직후인 지난해 11월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시사인 등 20여 개 매체 소속 기자들이 뜻을 모아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집단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고검·고법은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조기자단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유재산(기자실)의 사용 목적을 고려하여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 차별을 하지 않고 제공해야 한다. 피진정인(서울고검·고법)은 기자실 사용이나 출입증 발급을 원하는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허가를 배제하는 등 언론사 간 차별적 대우로 인한 평등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서울고법 원장과 서울고검 검사장에게 전달했다.
제작진
취재이명선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