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검찰이 덮은 공무원 뇌물 사건, 뉴스타파 보도 뒤 경찰이 강제수사

2023년 01월 03일 10시 07분

지난해 10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죄수와 검사 외전① "공무원에 뇌물 줬다" 자백, 검찰은 덮었다> 보도 이후 경찰이 '공무원 뇌물 사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검찰이 수차례 덮었던 이 사건의 실체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경우, 검찰이 또다시 수사·기소권을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행사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무원 뇌물 자백' 수차례 덮었던 검찰

과거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였던 이른바 '죄수 K' 김희석 씨는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외전> 보도를 통해 지난 2015년 대구 공공기관 직원인 A 씨와 경기도청 과장급 공무원 B 씨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사업상 이득을 위해 A·B 씨에게 계좌와 현금으로 돈을 줬다"며 "뇌물 사실이 걸리지 않기 위해 투자금 입금·상환 목적의 거래인 것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B 씨를 접대했다는 술집을 특정했고, 유흥비 결제 내역과 A 씨가 여성 접대부와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김희석 씨는 이와 함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4명의 검사(박정의·권찬혁·윤병준·김영일)에게 이 사건을 제보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A 씨와 B 씨는 2018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내사 종결'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뇌물 공여 사실을 수차례 자백한 김희석 씨는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뇌물 수사의 경우, 뇌물 공여자의 자백 진술은 매우 결정적인 정황 증거다. 이로 인해 뇌물 수사를 할 때 '공여 사실을 자백한 사람'을 조사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검찰은 김희석 씨의 뇌물 공여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수사보고서까지 남겨놓은 상태였다. A 씨와 B씨에 대한 조사 역시 참고인 조사에 불과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로 알려진 김희석 씨는 수차례 검찰에 '공무원 뇌물 사건'을 자백했지만, 검찰은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 뉴스타파 보도 후 '공무원 뇌물 사건' 수사 시작

결국 김희석 씨는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경찰을 찾아가 직접 '공무원 뇌물 사건'을 제보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전 경기도청 공무원 B 씨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B 씨는 현재 경기도 오산시 부시장인 강현도 씨다. 
경찰에 따르면, 강현도 부시장은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장이던 2015년 김 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강 부시장의 뇌물 혐의 관련 물증을 얻고자 지난해 12월 말 강 부시장이 발령 전 근무하던 경기도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곧 강현도 부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덮었던 '공무원 뇌물 사건'의 주인공인 경기도 공무원 B씨, 현 강현도 오산시 부시장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죄수 K' 김희석 "검찰의 수사 기준, 얼마나 자의적인가"

검찰이 덮은 '공무원 뇌물 사건'을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희석 씨는 "검찰의 수사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 행태는 매우 달랐다. 경찰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인 지난해 11월과 12월 김희석 씨를 뇌물 공여자로서 세 번 조사했다. 이후 경찰은 김희석 씨의 계좌 자료와 통화 내역, 과거 운영하던 회사의 법인 카드 결제 내역을 모두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강제 수사를 벌였다. 김희석 씨는 "경찰에서는 강현도 부시장의 계좌도 들여다 봐 혐의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김 씨를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고, 김 씨에게 뇌물 공여 사실을 입증할 자료조차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던 검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김희석 씨는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압수수색까지 했는데 서울서부지검과 대검찰청 윤병준 검사 등 검찰은 뇌물 공여자 조사 한 번 없이 내사 종결했다"며 "검찰은 이렇듯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하면서 사건을 덮는다"고 비판했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