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예산’ 일본보다 많이 쓰고도 뒤통수맞는 이유

2015년 01월 20일 19시 44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의 억지 주장이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는 대체 뭘 하는가”며 답답해 했던 경험 많으실 것입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실효적 지배 측면에서도 명명백백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가 한국과 일본의 분쟁 지역인 것처럼 독도문제를 국제 사회에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여론몰이를 통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도 다양한 독도 관련 사업을 벌이기는 합니다. 뉴스타파가 올해 정부의 독도 관련 사업 예산을 추려보니 모두 17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4 회계연도 예산에 ‘영토문제 대책비’라는 명목으로 10억 엔, 우리 돈 약 10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돈을 쓰는 셈입니다.

단순히 예산 규모만 비교한 것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정부가 일본보다 더 많은 예산을 써가며 독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면 그 효과도 더 커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서 들려오는 독도 관련 소식은 우리 국민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연간 보고서에 동해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를 표기한 지도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거짓 주장이 국제 사회에 잘 먹혀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최근 울릉도를 찾았습니다. 독도 관련 예산이 적절히 편성, 집행되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안용복 기념관. 울릉도와 독도에서 일본 어민들을 쫓아내고 일본 본토까지 들어가 일본 막부의 사과까지 받아낸 영웅 안용복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150억 원을 들여 지난 2013년 개관했지만 지금까지 방문객은 15000명 정도입니다. 하루에 채 30 명도 찾지 않는 셈입니다.

▲ 안용복 기념관
▲ 안용복 기념관

울릉도 관광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이 찾기 힘든 데다 애써 방문해도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기념관 바로 옆에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국가보훈처가 총예산 129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독도의용수비대 기념관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이 기념관이 독도의용수비대 33인의 명예를 드높이고 국토 수호 정신을 계승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념관이 완공되는 내년이면 울릉도에 있는 독도 관련 전시 공간만 모두 3곳. 문제는 전시 공간은 늘어나지만 전시할만한 사료는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낭비성 중복 예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국가보훈처는 새 기념관에 전시할 사료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념사업회 측이 관련 사료를 수집하는 중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작 기념사업회는 이 기념관이 애당초 사료 전시와 교육 목적보다는 일종의 체험시설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독도의용수비대가 국가의 공식적인 조직이 아니었던만큼 활동 당시의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몇 점 없는 사진들도 대부분 독도박물관에 전시돼 있어 차라리 기존의 독도 박물관을 잘 활용하는 것이 의용수비대의 활동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 더 맞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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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독도 입도지원센터 사업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독도의 접안시설 인근 해상에 수상가옥 형태로 된 2층 건물을 세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갑작스러운 기상변화로 독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급히 대피해야 할 때 임시 거처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주된 목적입니다. 일본이 또다시 독도와 관련된 망발을 할 때는 긴급 회의 장소로 이용하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독도 영유권 강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독도 영유권 강화와는 별반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사업의 취지대로 이 건물이 대피소로 활용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겁니다. 애당초 독도 인근 해역은 파도가 높고 물살이 빨라 기상변화가 조금만 우려되도 배가 뜨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수상가옥 형태인 이 센터가 태풍 같은 자연 재해로부터 관광객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처럼 실효성이 의심되는 건설 사업들에 ‘독도 예산’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일본 정부의 도발에 맞선 독도 관련 연구와 국제 홍보 사업은 등한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교부는 독도 영유권 수호 연구를 위해 매년 10억 원을 쓰고 있지만 연구는 매년 같은 주제, 같은 내용으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일본해 대신 동해 표기를 사용하도록 국제사회에 홍보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 성과는 2009년 이후로 한번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겠다며 예산은 투입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는 알 길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 정부가 독도 수호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외면한 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헛돈 쓰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