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비리 의혹’ ‘말 바꿈’ 오등봉·제2공항, ‘원희룡 꼼수’ 논란

2024년 04월 02일 16시 00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한다. 검사와 변호사, 3선 국회의원(제16·17·18대), 재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대통령 후보를 지낸 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뉴스타파는 원희룡 전 장관이 정치인으로 살면서 해 온 말을 검증했다.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원희룡 제주도’를 감시해 온 박소희 뉴스타파 펠로우가 검증을 맡았다. 검증 결과를 총 3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
① 수상한 '양평고속도로', 원희룡 4가지 거짓말
② ‘비리 의혹’ ‘말 바꿈’ 오등봉·제2공항, ‘원희룡 꼼수' 논란
지난 3월 30일 원희룡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세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시공원 모두 매입하겠다?” 거짓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원 용지로 지정했지만, 20년 이상 실행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공원 지정이 해지되는 제도다. 토지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 즉 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몰제가 다가오자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전국의 지자체는 고민이 깊어졌다. 돈을 들여 공원을 개발할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 돈을 안 들이고 공원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것이냐 등을 고민했다.
‘원희룡 제주도’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2018년 11월 12일, 제주도는 “일몰 예정인 제주도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39곳을 모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공원 전체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원희룡 제주도’는 2017년 5월부터 제주도에 사실상의 비밀TF를 꾸리고, 제주도 내 공원 조성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 들이는 방안, 즉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민간특례사업)'을 검토했다.(아래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계획 지사님 보고결과’ 문서 참조)
‘민간특례사업’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검토, 실행했던 제도다. 민간 사업자가 자기 돈을 들여 공원(70%)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나머지 땅(30%)에 대한 개발권을 갖게 하는 제도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돈을 안 쓰고 공원을 만들고, 사업자는 고층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로 돈을 벌 수 있는 제도였다. 공원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난개발·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2017년 5월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시 문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비공개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제주도가 직접 공원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겠다”던 입장과 상반된 지시 내용이다. 
2018년 12월 31일, 원희룡 지사는 제주시 공원녹지과에 '도지사 지시사항'을 보냈다. ‘민간공원조성팀을 신설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보낸 공문(아래 문서 사진)에는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한 제주시의 업무 분장 내용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 공문이 오갈 당시까지도 ‘원희룡 제주도’의 공식 입장은 "민간 자본 참여없이, 제주도가 공원 부지 전체를 직접 매입해 개발한다"였다. 
2018년 12월 원희룡 지사는 제주시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수행을 위한 '민간공원조성팀' 신설을 지시했다. 이 공문이 오갈 당시까지도 ‘원희룡 제주도’의 공식 입장은 "민간 자본 참여없이, 제주도가 공원 부지 전체를 직접 매입해 개발한다"였다.
비밀TF 운영 결과는 2019년 9월 16일 나왔다. ‘원희룡 제주도’는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2곳에서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오등봉공원 사업은 사업자 선정 때부터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호반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딴 ‘오등봉 민간공원 특혜사업’ 조감도. (사진=제주도)

오등봉 사업, 사업자 선정 과정부터 비리 의혹

오등봉 개발 경쟁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7개. 제주도는 2020년 1월 17일 사업자들이 낸 제안서를 블라인드 평가했다. 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던 A업체가 부정행위로 탈락하면서 평가점수 2위였던 호반건설 컨소시엄인 (주)오등봉아트파크(청암기업㈜, ㈜리헌기술단, 대도종합건설㈜, 미주종합건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A업체는 ‘블라인드 입찰 제안서에 업체명을 3번 이상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제주도와 맺은 협약서에 따르면, ㈜오등봉아트파크는 2025년까지 사업비 약 8,100억 원을 투자해 전체 부지 76만 4,863㎡ 중 87.6%를 공원시설로 조성해 제주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12.4%인 9만 5,426㎡ 면적에 총 48개동 1401세대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평당 분양가는 2,5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주)오등봉아트파크도 제안서를 내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제안서에 입찰자인 ‘호반건설’을 알 수 있는 색깔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탈락한 A업체와 유사한 부정행위였다. 평가 지침에는 “제안자를 인지할 수 있는 특정 색채나 기타 어떠한 표기도 해선 안된다”고 돼 있다. 
심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양문 심사위원장이 “우리 지침에는 이렇게 컬러 표지를 못하도록 돼 있다. (호반건설 컨소시엄을) 감점 처리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은 것으로 나온다. 다른 위원도 지침 위반을 지적하며 “(호반건설 컨소시엄은) 접수 자체가 안 됐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제주도청 실무자들이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면서 심사가 강행됐고, 사업권이 넘어갔다.
그럼 심사위원회가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부정행위를 인정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심사 지침에 따르면, 업체 명기 및 유사 표기는 1회에 4점, 2회에는 5점을 감점 받는다. 3회 이상이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호반이 1회 4점 감점을 받았다면, 호반은 총점이 95.58점에서 91.58점으로 내려가 3위로 밀려난다. 아래는 당시 심사 결과를 정리한 총괄표다.

여러 번 논란된 '오등봉 특혜 의혹'... 원희룡 지사의 수상한 결재

이 문제는 이후 제주도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원희룡 제주도’가 호반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희룡 지사의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이OO 씨가 심사에 참여한 것이 특히 문제가 됐다.
2022년 5월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원희룡 후보는 “(특혜는) 전혀 없다”, “이OO(원희룡 측근)은 측근이어서 (심사에) 들어간 게 아니라, 당시 제주도 경관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당연직으로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등봉공원 사업자 선정) 심사에는 (제주도) 경관위원회, 환경영향평가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심의원회 위원장 4명이 모두 참여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원 후보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확인결과, 환경영향평가 위원장과 건축심의 위원장은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침 변경 논란도 있었다. 2019년 12월 27일, 제주도가 처음 작성한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제안심사위원회 구성 및 평가계획’에는 "전현직 공무원 및 민간기업 종사자는 심사 위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 규정대로라면 당시 제주도 도시건설국 국장이던 이OO 위원장, 해당 사업을 검토 보고한 제주연구원 소속 엄OO 교수, 별정직이었던 이OO 씨는 심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지침은 무슨 이유인지 심사 4일을 남겨두고 갑자기 변경됐다. 해당 조항이 없어졌다. 이런 사실은 2022년 4월 제주투데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변경된 지침을 결재한 사람은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였다.

‘오등봉 컨소시엄’에 윤석열 대통령 대학 동기 회사 참여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한 공무원들이 퇴직 후 해당 업체로 취업한 사실도 확인돼 의혹을 키웠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가 소속된 국민의힘 제주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등봉 사업권을 따낸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업체 중 설계자격인 ㈜리헌기술단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 원희룡 전 장관의 대학 선배이자 검찰 선배인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공동대표로 있어 눈길을 끈다. 2017년 이 사업을 제안한 제주도 도로건설국 고OO 국장은 퇴임 후 도시계획심의위원을 거쳐 리헌기술단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이 심사에 참여해 사업권을 준 업체에 채용된 것이다. 이후 고 씨는 원희룡 지사가 임명한 사장의 발탁으로 제주도 개발공사 상임이사가 됐다. 
2022년 5월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오등봉 개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 후보는 “(오등봉 사업이)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없음 결론이 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의 이 말도 불과 나흘 뒤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밝히면서다. 감사원도 ‘다른 지자체 공원 특례사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오등봉 사업 관련 자료를 받아보긴 했지만, 오등봉 사업과 관련해 따로 감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2021년 제주 제2공항과 관련된 한국경제 기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민 전체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 말을 지키지 않았다. 

제주 2공항 사업 과정에서 나온 ‘원희룡의 민의 왜곡’

정부 주도로 추진된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국토부가 2015년 12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사업 부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제주지사 때인 2020년 12월, 제주도의회와 함께 제주도민을 상대로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공개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도 거쳤다. 사업 주체인 국토부는 제주도의회와 가진 회의에서 “(제주도민의) 반대 여론이 1%라도 높으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 문서 사진 참조)
2021년 2월 18일, 홍명환 당시 제주도의원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국토부와 제주도의회 간 면담 내용.
제주도민 전체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2021년 2월 18일 진행됐다. 결과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였다. 원희룡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국토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1년 3월 10일,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민 전체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찬성’을 제주도 입장으로 국토부에 전달했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내세웠다. 사실상 꼼수였다. 원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공항 예정지인 성산 지역 여론은 찬성이 많았다. 이로써 지역 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찬성’ 의견이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받아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아래는 당시 원희룡 지사가 내놓은 입장문 내용 중 일부.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는 단순한 찬반 숫자보다도 그 내용이 중요하며, 제주 제2공항의 경우 공항 입지에 대한 성산지역 주민수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

원희룡 제주도지사 입장문 (2021. 3.10.)
2020년 12월 11일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원희룡 지사 오른쪽은 좌남수 당시 제주도의회 의장. (사진=제주도)
원희룡 지사가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론을 제주도 입장으로 국토부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진 뒤, 제주도에서는 큰 논란이 벌어졌다. "원 지사가 제주도민의 민의를 왜곡했다", "원 지사가 제주도민을 속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그러면 합의는 왜 했냐”며, 2020년 12월 원 지사가 제주도의회와 맺은 합의문을 공개적으로 찢기도 했다.
제주 제2공항은 국토부가 총사업비 6조 6,743억 원을 들여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45만 7,000㎡에 공항을 만드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4조 880억 원으로 예산이 책정됐는데, 진행과정에서 2조 6,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현재 국토부는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있다.
제작진
취재박소희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