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빼먹고도 당당...어느 탈북자단체의 자세

2018년 04월 23일 17시 02분

탈북자단체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저자가 아닌 사람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장을 본 비용을 특근매식비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수백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는 지난 2016년 정부 보조금 3000만 원을 받아  ‘만화로 보는 안보 대한민국’이라는 만화책을 발간했다. 책에 명시된 저자는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와 권혜미 연구원.

그런데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는 저자로 등재되지 않은 이준익 씨와 이승규 씨에게 각각 120만 원과 44만 원 등 모두 164만 원의 원고료를 지급했다. 이준익 씨는 당시 여든세살의 고령으로  한반도선진화연대라는 단체의 이사장을 맡은 탈북자다.

조선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사무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준익 씨가 직접 손으로 원고를 써주거나 구술한 것을 직원이 가서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가 썼다는 원고는 2015년 12월 이윤걸 대표가 일요신문에 게재한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또 이승규 씨의 원고는 윤규식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가 지난 2011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과 위협전망’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원고를 쓰지 않았음에도 이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것.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는 또 슈퍼마켓이나 채소가게에서 장을 본 비용을 특근매식비로  처리해 40여만 원의 보조금을 횡령했다. 이윤걸 대표 등 5명이 밤 10시까지 북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야근을 하며 식사를 했다며 옹진상회에서 발행한 4만4900원의 카드 결제 영수증과 함께 식사자 명단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옹진상회는 식당이 아니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채소가게였다. 이 가게 주인 백미경 씨는 “부식과 야채를 살 수 있을 뿐 식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식당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사례는 모두 11건이다.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반까지 근무하고 식사를 했다는데  이날 밤 10시 6분에 결제한 카드 영수증에는 서울 신정동 GS슈퍼마켓에서 파김치와 고등어조림 등 반찬거리를 구입한 것으로 나온다.

조선주 국장은 “사무실에서 취사가 가능하며, 밤에 일할 때 반찬거리를 사서 직접 해먹는다”고 해명했다.

2016년 당시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의 사무실은 서울역 맞은편에 있었다. 불과 261미터 걸어서 4분 이면 갈수 있는 근처 대형마트를 놔두고 차로 40여 분이나 떨어진 GS슈퍼마켓으로 장을 보러 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카드를 긁고, 포인트를 적립한 사람은 조선주 사무국장이지만 이날 식사자 명단에는 없었다.

결국 조 국장은 탈북자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현금을 썼고, 나중에 그만큼 카드로 결제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설령 조선주 국장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해도 이는 보조금 지출규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환수 대상이다.

이윤걸 대표는 신정동 GS슈퍼마켓에서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정부보조금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정부 보조금) 시스템이 불결하다. 올바른 일을 하는데 돈을 쓰기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취재 : 황일송 박종화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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