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① '40도'의 찜통... 사람이 쓰러진다

2023년 08월 17일 20시 00분

'로켓 배송'으로 대기업이 된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쿠팡은 로켓배송을 물류 혁신이라 부른다. 하지만 하루 수만 명이 일하고 있는 쿠팡의 노동환경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13명의 노동자가 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석 달간 쿠팡에 들어가 여전히 바뀌지 않는 노동 환경을 직접 확인했다. 전·현직 쿠팡 직원과 사망자 가족, 의료계와 노동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① '40도'의 찜통…사람이 쓰러진다

국내 1위 전자상거래 대기업 '쿠팡'의 두 얼굴

쿠팡은 국내 전자상거래 매출액 1위 업체다. 약 7년 전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6조 3천억 원. 5년 전인 2018년(4조 3천억 원)에 비해 6배나 커졌다.  
지난 2021년 미국 증시에도 상장한 쿠팡의 시가 총액은 약 42조 원(8월 4일 기준), 국내 3위인 현대차 시가총액(40.6조 원)보다 크다. 올해 2분기 기준 유효 회원 수는 약 1970만 명. 우리 국민 2.6명 중 1명이 쿠팡을 쓰고 있다. 쿠팡의 전체 직원 숫자는 약 6만 명.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어 국내 3위의 고용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쿠팡의 성장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노동자를 통제하고 착취한다는 오명이다. 지난 2020년, 27살 청년 노동자 장덕준 씨의 과로사로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이 세상에 드러났다. 물류센터에 변변한 냉난방 시설, 환기 시설도 없어 노동자들은 폭염과 혹한에 노출됐다. 쿠팡의 배송 속도 압박 속에 노동자들은 제대로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고 고강도 노동을 감수해야 했다. 쿠팡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쿠팡은 (물류센터) 계약직이나 일용직 직원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기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쿠팡에서는 13명(외주업체 포함)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일었다. 쿠팡 경영진은 수차례 국회에 불려 나왔고, 개선을 약속했다. 2020년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엄성환 현 쿠팡 풀필먼트(쿠팡 물류센터 담당 자회사) 대표이사는 "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시설과 설비 투자에 노력해서 이러한 일이 안 생기도록 더 노력하겠다" 말했다. 이 약속은 과연 지켜졌을까.  
지난 4년간 쿠팡에서 1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쿠팡은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기록 금지 구역' 쿠팡 물류센터... 뉴스타파, 잠입 취재

쿠팡 물류센터 내부는 '기록 금지 구역'이다. 작업장 안으로 휴대전화, 녹음기, 카메라, 스마트워치 등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작업장 입구마다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모든 전자기기를 일일이 잡아내고 있다. 온도계, 습도계도 안 된다. 
반입을 시도하다 적발되면, 쿠팡 내규에 의해 징계를 받는다.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일반 노동자는 물류센터 내부를 기록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에 의해 쿠팡 물류센터 내부 모습이 공개되지 못한 이유다. 
쿠팡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물류센터 환경을 지적할 때마다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 있고, 수천 대의 냉난방기가 가동돼 쾌적하다"고 홍보했다. 쿠팡 홍보팀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도 "지금까지 알려진 노동 환경은 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가보지 않은 데서 발생한 오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정확한 현장 확인을 위해 직접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으로 취업했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쿠팡 동탄센터와 고양센터, 안성센터에서 주간에 6차례, 야간에 1차례 일했다. 이 중 고양과 동탄센터는 쿠팡 물류센터 중 규모가 큰 '메가센터'에 속하는 곳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러 번 지적돼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직접 개선을 촉구했던 곳이다. 

폭염 속 동탄 물류센터…올해도 사람이 쓰러졌다

지난 7월 31일, 바깥 온도 34도로 폭염경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취재진은 아침 6시 반 출근버스를 타고 쿠팡 동탄 물류센터로 향했다. 동탄 센터에는 하루 약 2000명이 일한다.
주간 근무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자가 일한 곳은 전체 4층 가운데 지하 1층이었다. 들어서자마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실내였지만 꽉 찬 습기 때문인지 바깥보다 더 덥고,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에게 부여된 업무는 '출고 집품', 물류센터 곳곳에 놓여 있는 상품 중 고객이 주문한 것을 골라 컨베이어 벨트에 태워 보내는 일이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상품은 화물 트럭을 통해 쿠팡 캠프(배송 기지)로 옮겨진 다음, 쿠팡 배송기사에게 전달된다. 
근무 시작 전, 현장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PDA 단말기를 나눠줬다. PDA에는 집품해야 할 상품의 이름과 위치, 개수가 뜬다. 오전 8시 PDA가 시키는 대로 이동해 상품을 골라내고, 바코드를 찍었다. 
한 상품을 처리하니 PDA에 바로 다음 상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는 안내문이 떴다. 곧이어 PDA에 빨간 글자로 '긴급'이라는 단어가 떴다. 긴급은 빨리 배송해야 하는 물건이니 더 신속하게 일하라는 의미다. PDA는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렸다.
지난 7월 3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 일하고 있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모습. 
현장 관리자는 계속 방송으로 노동자들을 독촉했다. 특정 직원의 '원바코드 번호'(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를 부른 뒤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태우고 관리자 책상으로 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업무 처리 결과가 실시간으로 관리자들에게 보고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까지 쿠팡 물류센터 현장 관리자로 일했던 김 모 씨는 "관리자는 노동자들이 1시간에 몇 개를 하는지 계산해서 안다. 과거에는 대놓고 방송으로 이름을 불렀지만, 보는 눈도 많아지니까 그때부터는 찾아간다. 근무하는 곳이 전산에 나오니 찾아가서 '속도가 느리니까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도 불려 갔다. 현장 관리자는 "한 번이라도 더 과적하거나 물건을 덜 담으면 사실관계확인서(경위서) 작성 또는 매니저님 면담 둘 중 하나를 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날이 업무 첫날이라는 점은 현장 관리자에게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일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얼굴은 땀으로 흥건해졌다. 작업장 안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화장실이다. 하지만, 오래 있을 수 없다. 현장 관리자는 “화장실 최근에 에어컨 설치해서 많이 시원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쉬고 싶어 하는 분들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 여기 돈 벌러 온 거예요. 기본적으로 화장실 많이 급할 때 아니면, 그쪽에서 오래 계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덥고 숨 막히는 물류창고...'메자닌' 구조가 한몫

취재진은 챙겨온 온도계로 물류센터 지하 1층의 내부 온도를 쟀다. 오전 10시 50분 기준 31~32도, 습도는 70%대였다. 체감온도로 계산하면 약 34도다. 3층의 온도는 더 높았다. 직사광선의 영향을 덜 받는 지하 1층과 달리 3층은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관리자 책상에 있는 온도계엔 34도, 습도 54%라고 표시돼 있었다. 체감온도로는 35도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응 단계 중 '경고'에 해당하는 수치다. 
쿠팡 물류센터는 일반적인 물류 창고보다 더 폭염에 취약하다. 일명 '메자닌'이라고 불리는 복층 구조 때문이다. 메자닌은 물건을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도록 1개 층을 2~3개로 나눈 구조를 말한다. 쿠팡은 층과 층 사이에 약 3층 규모의 철골 구조물을 설치한 뒤 그 안에 상품을 빽빽이 진열해 놓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의 '메자닌(복층) 구조'. 1개 층을 3개로 쪼개 쓰고 있어서 더 많은 상품을 적재할 수 있다.  
메자닌 구조는 물건을 적재하는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높지만,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하게 만든다. 1개 층을 3개로 쪼갰으니 층고는 낮아지고, 평소보다 상품을 2~3배 많이 쌓아 내부 밀집도가 높아진다. 당연히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고 환기에도 취약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쿠팡 동탄 물류센터와 인근의 G마켓 물류센터를 비교하며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쿠팡은 건물 내부구조 상 밀집도가 높아 폭염에 더 취약한 환경이다. 쿠팡은 메자닌 구조이나 G마켓은 단층 구조로 층고가 높아 공기 순환이 더 원활하다. 메자닌 구조는 단층 구조보다 환기가 원활하지 않다. 메자닌 구조가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임에도 작업장의 기류 흐름 등 산업 환기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선풍기는 냉방 효과를 감소시킨다. 

고용노동부 '쿠팡 물류센터 작업환경 개선 후속대책' (2022.9.23)

쿠팡이 '최신 냉방시설' 홍보한 고양센터…"40도 찍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7월 11일과 8월 3일,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일했다. 하루 약 2500명이 일하는 경기 지역 최대 물류센터다. 7층 건물 중 5개 층이 메자닌 구조다. 다른 센터보다 더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지난 7월 이 센터에 설치된 최신 냉방시설이 더위를 식혀준다고 홍보한 바 있다. 정말 그럴까.
고양센터 6층과 2층, 4층에서 일하며 작업환경을 기록했다. 장마 기간이었던 7월 11일, 경기도 고양시의 외부 온도는 21도였다. 비가 오고 선선했던 이날 취재진은 6층과 2층에서 일했다. 내부 온도는 33도와 34도 사이. 바깥보다 10도가량 높은 온도가 오후 내내 계속됐다.
폭염 특보가 발효됐던 8월 3일의 온도는 더 높았다. 이날 고양센터 4층의 온도를 직접 재보니 오후 2시 기준 36도였다. 당시 실외 기온은 33도였다. 한 현장 관리자는 "M2(메자닌 구조상 4층의 복층)는 40도를 찍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안의 뜨거운 기운은 오후 내내 계속됐다. 오후 5시 열화상 카메라로 다시 온도를 측정했다. 평균 온도는 38.3도, 습도는 70%대였다. 체감온도로 따지면 39.5도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응단계 중 가장 높은 위험 수준이다. 
취재진이 열화상 카메라로 축정한 쿠팡 고양 물류센터의 내부 온도. 평균 온도가 38도에 달했다. 

더러운 선풍기·서큘레이터가 전부, 환기도 안 되는 물류센터

고양센터에서 쿠팡이 홍보한 최신 냉방시설인 국소형 에어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장 관리자는 "3층 포장 공정에만 있다. 누가 에어컨이 있다고 그러느냐. 사실 포장 공정에 있는 것도 에어컨은 아니다. 그냥 바람만 나오는 정도다"고 말했다. 7개 층 중 1개 층 일부 공정에 설치된 국소형 에어컨을 두고, 쿠팡은 마치 고양센터 전체가 시원한 것처럼 홍보했던 것이다. 
쿠팡이 자사 뉴스룸을 통해 홍보한 최신 냉방시설인 '국소형 에어컨'. 쿠팡은 이 냉방시설이 고양센터에 설치돼 더위를 식혀준다고 홍보했다. 취재결과, 이 에어컨은 전체 7개 층의 고양센터 중 3층에만 설치돼 있었고, 대부분의 층은 서큘레이터와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동탄 물류센터 지하 1층에도 에어컨은 없었다. 천장에 달린 공기순환기(서큘레이터)와 선풍기가 전부였다. 공업용 대형 선풍기는 복층마다 1개뿐이었고, 서큘레이터와 선풍기도 드문드문 설치돼 있었다. 최효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인천분회장은 "선풍기를 냉방시설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선풍기를 아무리 달아도, 꽉 닫힌 공간에 뜨거운 공기가 갇혀 있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 동탄 물류센터 지하 1층의 내부 모습. 기자가 찍은 각도에서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선풍기와 서큘레이터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취재진이 직접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를 만져보니 시커먼 먼지가 그대로 묻어 나왔다. 청소가 안 된 모습이었다.  
쿠팡 동탄 물류센터 3층에 달린 선풍기에선 시커먼 먼지가 그대로 묻어 나왔다. 지하 1층도 마찬가지였다. 공기 순환기(서큘레이터)에도 먼지가 가득했다. 
환기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층에 가서 벽면을 훑어도 환기장치라고 볼 만한 건 없었다. 정성용 쿠팡 물류센터 노조 지회장은 "내가 가 본 물류센터는 대부분 환풍구가 3층에만 있었다. 환기가 잘 안돼서 바깥에 있는 것보다 더 덥다. 환기가 안 되니 습도에 영향을 미쳐서 (여름에는) 찜통, 찜질방이라는 느낌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8월 3일 찾은 고양센터에도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뿐이었다. 지난 7월 쿠팡은 고양센터에 '최신 냉방시설'을 설치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일한 4층엔 냉방시설이 없었다. 현장 관리자는 "3층 포장 공정에만 있다. 누가 에어컨이 있다고 그러느냐. 사실 포장 공정에 있는 것도 에어컨은 아니다. 그냥 바람만 나오는 정도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 풀필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전국 30여 개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쿠팡 풀필먼트 소속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4만 6천 명이다. 4만여 명의 현장 노동자가 매 여름 덥고 공기도 통하지 않는 '찜통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찜통 물류센터' 못 막는 법...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쿠팡과 같은 물류센터에 냉난방·환기 시설을 설치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계설비법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제곱미터(3천 평) 이상인 건축물에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냉난방·환기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연면적 1만 제곱미터(3천 평) 이상 건축물의 경우, 냉난방·환기 설비 등이 기술 기준에 적합한지 착공 전 시장· 도지사 등에게 확인받아야 하며 공사 종료 후에도 사용 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계설비법 15조 및 시행령 11조 
다만 이 법에서 창고 시설은 예외다. 건축법의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물류터미널)는 창고에 해당한다. 결국 현행법에 따르면, 물류센터가 얼마나 덥든 에어컨·환기시설 설치는 사업주 마음대로인 것이다. 정성용 쿠팡 노조 지회장은 "법적으로 냉난방 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으니 사업주들이 물류센터를 처음 지을 때부터 에어컨 설치를 안 한다. 냉장·냉동 상품을 다루는 신선센터가 아닌 이상 사업주 입장에선 다 돈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위해 설치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수 천명이 일하는 공간인 물류센터를 단순히 창고로 보는 게 적절할까.
건축법에서 물류센터가 창고로 지정된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당시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0년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25회, 2021년에는 70.3회다. 전국 물류창고업 등록업체 수도 2009년에는 775개였지만, 올해 8월에는 4828개다. 
지난 7월 31일, 취재진이 촬영한 오전 7시 반 쿠팡 동탄 물류센터 내부 모습. 동탄 물류센터에서는 하루 약 2천 명이 일한다.  
이제 물류센터는 단순히 택배를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매일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가 상주하는 일터가 된 지 오래다. 쿠팡 풀필먼트는 주간조, 오후조, 심야조 직원을 각각 뽑아 물류센터를 3교대로 계속 돌리고 있다. 사실상 '물류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관련 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물류센터가 건축법상 창고이기 때문에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이 설계돼 있다. 그런데 물류센터는 이미 거대한 물류 공장이 된 지 오래다.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고온이나 저온에 대비해야 하는데 현실과 법이 따로 놀고 있는 상황이다. 법 개정이 반드시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류호정 / 정의당 국회의원
지금 쿠팡을 포함해 배송업체들이 굉장히 성장을 많이 했고, 소비자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물류창고가 많이 신축되고 있다. 적어도 이런 냉난방 시설이나 공기 정화 시스템은 건축 단계부터 적용돼야 한다.

오민애 / 변호사

노동부의 '적정 휴식시간 가이드라인' 무시하는 쿠팡

쿠팡 물류센터의 문제는 단순히 '덥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덥더라도 제때 제대로 쉴 수만 있다면,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쿠팡 노동자들은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폭염 시기 실외뿐 아니라 실내 노동자에게도 적정 휴식시간을 주도록 산업안전보건규칙 566조를 개정했다. 노동부는 이 규칙에 따른 적정 휴식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거나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1시간당 10분씩, 35도 이상이거나 폭염 경보 시 15분씩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기업 실정 및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이 기준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쿠팡은 가이드라인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이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한 7월 31일, 쿠팡은 휴식시간을 딱 한 번, 30분 줬다. 오후 1시 50분부터 2시 20분까지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8시간 근무 시 반드시 줘야 하는 휴게시간 1시간(식사시간)을 빼면,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이었다. 이것도 최근에야 반짝 늘어난 것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동탄 센터 노동자는 "원래는 2시부터 2시 20분까지가 휴식시간이다. 요즘에 폭염이라고 1시 50분에 쉬게 해준 것 같다. 여름이래도 30분은 잘 안 준다"고 말했다.

'매시간 15분 휴식시간' 주랬는데... 하루 종일 '20분' 

내부 온도가 40도에 달했던 고양 물류센터는 오히려 휴식시간이 더 적었다. 특히 고양센터는 연장근무 1시간을 필수로 해야 하는 곳이다.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이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종일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이었던 이날 고양센터는 노동자들에게 시간마다 15분씩 휴게시간을 줘야 했다. 하지만 이날 쿠팡이 9시간 근무 중 부여한 휴게시간은 오후 2시 25분부터 2시 45분까지 단 한 차례 20분뿐이었다. 
고양센터 현장 관리자는 "4층은 덥다고 20분을 준 거다. 다른 층은 15분이다. 쿠팡에 많은 걸 바라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현장 관리자는 "우리도 매시간 휴식시간을 줬으면 좋겠는데 (회사에서) 안 준다.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휴게시간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쿠팡은 왜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걸까. 고양 물류센터의 한 현장 관리자는 "로켓배송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매시간 휴게시간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래는 공식적으로 휴식 시간은 원래 없는 거예요. 매시간 그렇게 쉰다고 하면 일이 아무것도 안 돼요. 아까 20분 쉬고 나서 물량 자체가 처리가 안 됐잖아요. 물량이 많은 층은 부담이 엄청 돼요. 중간에 리듬이 끊어져서 다시 (업무 효율이) 올라가기가 쉽지가 않아요.

쿠팡 고양 물류센터 현장 관리자
쿠팡 물류센터 노조에 따르면, 다른 쿠팡 물류센터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쿠팡 물류센터가 전체 근무시간 중 단 한 번, 10분에서 20분 정도만 휴식시간을 주고 있었다. 아예 휴식시간을 안 주는 곳도 있었다. 
반면 비슷한 일을 하는 우체국 우편집중국과 물류지원단은 1~2시간마다 휴식시간을 주고 있었다. 다이소 물류센터도 2시간에 15분씩 쉬게 해줬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 지부장(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은 "다른 물류센터는 다 어느 정도의 휴게시간을 보장한다. 그런데 쿠팡은 자기네가 매출이 얼마인지, 고용은 얼마나 하는지 자랑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그렇게 안 한다. 선전할 돈으로 휴게 시간이라도 제대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왕복 10분 넘는 휴게실... 폭염 작업장에서 쉬는 노동자

얼마 안 되는 휴식시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제대로 쉴 공간은 있을까. 지난 7월 31일 취재진이 동탄 물류센터에서 휴식시간 단 30분을 제대로 쓰기 위해 취재진은 휴게실을 찾았다. 쿠팡은 층마다 에어컨이 있는 휴게실을 만들어 '쾌적한 휴식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관리자에게 휴게실 위치를 물었다. 관리자는 "반대편 건물로 넘어가면 식당이 있는데, 조금 더 안쪽으로 가면 개찰구(보안검색대)가 있다. 거기 안쪽으로 가면 휴게실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가 시킨 대로 휴게실을 찾아가 봤다. 가는 데만 약 6분이 걸렸다. 전체 휴게시간 30분 중 이동에만 약 12분을 써야 한다.  
기자가 만난 동탄센터 노동자는 "다른 층은 모르지만 지하 1층에는 휴게실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쉬고 싶으면 그냥 선풍기 앞에서 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 상당수는 무더운 작업장 바닥에 앉아 쉬었다. 
7월 3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 30분의 휴식 시간이 부여됐지만, 휴게실이 멀어 노동자들은 그냥 더운 작업장에서 쉬었다. 
다른 층은 어떤지 궁금해 3층에 가봤다. 바로 휴게실이 있었고, 내부는 시원했다. 하지만 열댓 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작았다. 기자가 3층에서 눈으로 본 노동자 수만 30명이 넘었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 지부장은 "동탄에 휴게실이라고 있지만, 10명 조금 넘으면 못 들어간다. 그러니까 쉴 공간도 없는데 휴게실에 가라는 거다. 다른 휴게실 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누가 가겠나"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약 30분이 흐른 오후 3시경, 더위 때문에 갑자기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관리자 책상으로 갔다.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 책상에는 '식염 포도당' 알약이 있었다. 급히 하나를 가져와 먹었다. 약 20분 뒤 또 어지러웠고, 한 알을 더 먹었다. 
쿠팡 노동자들은 식염 포도당을 먹으며 어지럼증을 견딘다. 최효 쿠팡 물류센터 노조 인천분회장은 "나는 8알까지 먹어봤다. 체감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갔을 때 그렇게 먹었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폭염 시기 나눠주는 식염 포도당 알약(오른쪽 아래). 7월 31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뉴스타파 취재진도 더위에 지쳐 식염 포도당을 먹었다. 

찜통에서 못 쉬는 쿠팡 노동자들, 아프고 위험하다 

찜통 같은 내부 환경과 부족한 휴식 시간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해마다 아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매년 수십 명의 노동자가 한랭·온열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2018년 54건, 2019년 21건, 2020년 19건, 2021년 54건, 2022년 66건이었다. 
뉴스타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통해 소방청 119 출동 내역도 받아 봤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쿠팡 고양·동탄·인천4·대구 물류센터로 출동한 기록이다. 봄 29건, 여름 53건, 가을 34건, 겨울 29건으로 여름철 출동 건수가 월등히 많았다. 신고 내용도 '더위에 지쳐 쓰러졌다', '과호흡', '난간 내려오다 쓰러짐. 탈진 추정', '호흡곤란' 등 상당수가 온열 질환으로 추정됐다. 
현 쿠팡 물류센터 직원 이 모 씨는 실제로 지난해 여름 열사병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이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속이 막 울렁거리고 이상했다. 그래서 현장 관리자에게 얘기하면서 쓰러졌다. 내가 쓰러진 날에 총 3명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실내 작업장의 폭염 대책을 점검한다며 동탄 물류센터를 방문했던 날에도 노동자 1명이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갔다. 
지난 7월 3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쿠팡 동탄 물류센터 방문 모습. 이 날에도 노동자 1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출처 : 창업일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은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송지훈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온열 질환 중 가장 무서운 게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그 당시에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면 거의 100% 사망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더운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수행하게 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실내 주차장에서 폭염 속에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29살 김동호 씨였다. 사인은 온열과 과도한 탈수에 따른 폐색전증. 몸에 생긴 핏덩어리가 폐혈관을 막으며 사망에 이른 것이다. 
김동호 씨의 아버지 김길성 씨는 "1층 주차장에서 저녁 7시 1, 2분쯤에 다른 직원한테 '나 좀 쉬어야 되겠다'라고 말하고 장애인 주차장 쪽 계단에서 쉬었는데, 2, 3분 후에 그 직원이 저희 아들한테 가보니 그때는 이미 대자로 누워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도 하남시의 최고 기온은 35.8도, 폭염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동호 씨의 휴대전화 만보기 애플리케이션 기록에 따르면, 동호 씨는 사망 이틀 전인 6월 17일 4만 3천 보를 걸었다. 사망 당일에도 3만 보 가까이 걸었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일하던 김동호 씨는 지난 6월 '온열과 탈수에 따른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경기도 하남시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이처럼 덥고 노동 강도는 셌지만 주차장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김길성 씨는 "주차장은 외부 열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곳이다. 에어컨은 아예 없었고, 공기 순환 장치도 원가 절감한다고 끄거나 짧게 틀어놨다"고 말했다.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사망 당일 동호 씨는 1층 주차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휴게실은 5층에 있었다. 휴식 시간은 15분이었는데, 휴게실을 오가는 데만 거의 10분이 걸렸다. 결국 동호 씨는 무더운 주차장에서 휴식 시간을 보내야했다.  
쿠팡 노동자들은 "언제든 비슷한 일이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노동부 지침대로 휴게시간(1시간당 10~15분)을 보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묵묵부답이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에 불과해 사업주가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지훈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체감온도를 명확히 측정해 만약 법에서 권고하는 수준보다 높다면, '그에 맞게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식으로 좀 더 전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5시,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퇴근하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등에는 근무 내내 흘린 땀으로 하얀 소금꽃이 피었다. 취재진이 이날 차고 간 만보기에는 약 3만 3400보가 찍혔다.  

3만 3400보의 노동 그리고 최저임금... "대책이 필요하다" 

오후 5시 취재진이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퇴근했다. 8시간 일을 마친 기자의 등에는 하얗게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 취재진은 근무 시간 내내 만보기를 차고 있었다. 만보기에는 약 3만 3400보가 찍혔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산해 보니 약 22km에 해당했다. 이날 취재진이 8시간 일해 받은 돈은 7만6960원(시간당 9620원), 최저임금이었다. 
뉴스타파는 쿠팡에 연락해 취재진이 직접 일하며 기록한 온도를 제시하고 ▲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정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지 ▲쿠팡이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온도 기준은 무엇인지 ▲앞으로 냉난방 시설 확충 계획은 있는지 등을 물었다. 쿠팡은 이렇게 답했다.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가적인 휴게시간도 부여하고 있다. 각 물류센터 상황에 맞게 국소 에어컨, 이동식 에어컨, 서큘레이터, 선풍기 등 수천 대의 냉방장치를 가동 중이고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식염포도당, 얼음물, 아이스크림 등도 지급하고 있다.

쿠팡이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답변서 중
제작진
취재홍주환 홍여진 신동윤
촬영최형석 이상찬 오준식 김기철 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