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징계 추적① 비리로 징계받은 79명, 지방선거에 또 출마

2022년 05월 09일 10시 00분

우리 동네 구의원과 시의원,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뉴스를 보면 어느 동네 기초의원은 성추행이나 국고 횡령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서 징계를 받기도 한다는데… 그건 정말 남의 동네만의 얘기일까요? 우리 동네 의원들이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받아도, 혹은 솜방망이 징계를 받아도 평범한 유권자들은 특별히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가 대신 알아봤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동네 ‘의원님’들의 징계 내역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두 편의 기사와 특별 페이지로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기초의원 징계추적 ① 비리로 징계받은 79명, 지방선거에 또 출마
지난 8년간 징계를 받은 기초의회 의원 139명 중 79명이 오는 6월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재출마를 선언한 '징계 전력' 예비후보자의 소속정당은 더불어민주당 35명, 국민의힘 31명, 무소속 12명, 정의당 1명 순이다.
뉴스타파는 전국 226개 기초의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161건의 징계 처분 자료를 바탕으로 예비후보자의 징계 처분 사유를 살펴봤다. 음주운전, 폭행, 갑질, 욕설뿐만 아니라 성희롱・성추행・성폭력, 불법 수의계약, 겸직금지 위반 사례 등이 특정 의회와 정당을 가리지 않고 확인됐다. 

'국제망신 해외연수' 예천군의회 이형식, 국민의힘 경북 도의원 단수공천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4월 22일, 경상북도의원 예천군 제2선거구에 이형식 예비후보자를 당내 경선없이 단수공천했다. 이형식 예비후보자는 2019년, 가이드 폭행과 여성 접대부 요구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전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예천군의회 해외연수(공무국외여행)의 인솔단장이었다. 당시 예천군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형식 의장의 제명안을 가결했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 ‘30일 출석정지 및 공개사과’로 징계가 감경돼 이 의장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제7차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결과 보도자료>
이형식 예비후보자의 공천 소식이 발표된 후 예천군에는 해외연수 추태 파문 당사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국민의당에는 이의신청서가 접수됐으나 기각됐다. 이형식 예비후보자는 단수 공천 논란에 대한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에 “사건 이후 주민, 지역을 위해 열심히 했다”며 “주민들이 해준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주민한테 갚아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의원 폭행한 의원도 재출마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폭행, 모욕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2016년 의원직을 상실했던 경상남도 함안군의회 김현수 전 의원은 이번 함안군 구·시·군의회 의원선거에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후보자 주요 경력으로 “전 함안군의회 후반기 의장”이라고 적은 김현수 전 의원은 군의원 시절, 의원사무실과 의원휴게실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을 폭행해 금고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아 의원직을 자동 상실했다. 그러나 당시 함안군 의회가 김현수 의원에게 내린 징계는 ‘30일 출석정지' 처분에 불과했다.
<함안군 구·시·군의회 의원선거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김현수 전 의원 전과 기록>

징계 처분받은 의원 4명 모두 재출마한 충청남도 부여군의회

충청남도 부여군 의회는 지난 8년간 4명의 의원을 징계했는데, 징계 처분 받은 4명의 의원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 재출마했다. 의회 직원에게 자신이 재학 중인 사이버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대리 수강케 하는 등 공무에서 벗어난 일을 시키는 갑질을 한 정태영 전 의원, 배우자가 지분 64%를 가진 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다가 행정안전부에서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민병희 전 의원,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유흥주점 출입명부 작성을 거부한 유기주 의원, 지역구 면장 인사에 개입한 송복섭 의원은 각각 ‘30일 출석정지' 징계 의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들 네 의원은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여군을 위해 일하겠다며 군의회 의원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의장선거 담합 주도' 벌금형 500만 원 받고도... 재선 도전

지난해 대구지방법원은 시의회 의장 선거를 하면서 특정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기표 위치를 지정해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경산시의회 의원 5명(양재영, 이경원, 남광락, 배향선, 황동희)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의회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8명에 미달하는 더불어민주당(5명) 소속이었던 이들은 지난 2018년 7월 전반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이었던 이기동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담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기동 의원은 본인을 의장으로 선출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재영 의원은 당시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해 검표시 누가 투표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하자”고 같은 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에게 최초 제안했다. 양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당론에 따라 투표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비밀투표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방의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뒤로하고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이익에 따라 무기명 투표의 비밀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지만, 양 의원에 대한 경산시의회의 자체 징계는 ‘30일 출석정지'에 불과했다. 양재영 의원은 이번 경상북도 구⋅시⋅군의회의원선거 경산시 마선거구에 다시 출마해 재선에 도전한다.

징계전력자가 다시 공천을 받는 이유

아래는 부산광역시 진구의회의 268회 본회의 회의록이다. 의원의 징계를 요구하기 위한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에서조차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낯뜨거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의회의 품위와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회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지만, 위 회의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징계를 의결하는 본회의에서조차 품위와 기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보기 힘든 지방의회의원들의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1인당 약 8표의 투표용지를 받게 되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기초의원 사건사고 이력을 검색하고 자질을 모두 살피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공천심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음주운전 컷오프 기준을 ‘15년 내 3회 이상, 윤창호법 이후 적발자'로, 더불어민주당은 ‘15년 내 3회 이상, 10년 내 2회 이상, 윤창호법 이후 적발자'로 공천심사 기준 강화를 발표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양당이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공직에 있으면서 받은 징계 처분을 심사에 반영한다는 대목은 아직 없다. 국민의힘 당규 14조에는 “집행유예 형이 확정된 자를 배제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97조는 “반인륜적 범죄행위, 해당행위 전력이 있는 자"라고 돼 있을 뿐이다.
뉴스타파는 모든 유권자가 지역구 기초의원의 징계 이력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초의원 징계 추적의 결과를 특별 페이지(https://pages.newstapa.org/n2202/)로 만들어 공개한다. 
제작진
데이터 시각화김지연
편집박서영
CG정동우
촬영최형석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