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행복청은 설계 오류, 환경부는 직무 유기

2023년 07월 25일 17시 35분

● 미호천교 공사로 안전하던 32.65m 기존 제방 허물고, 3m나 낮은 29.74m 부실 제방 지어 참사 유발
● 미호천교 교량 하단 높이 31.48m는 제방 안전을 위한 높이보다 3m 낮게 설계돼  
● 환경부, 홍수취약지구 390개 지정 관리하면서 미호천교 공사장은 빠트린 듯
● 홍수취약지구에 지정됐다면 피해 막거나 줄일 수 있었어... 중대한 직무유기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오송 궁평제2차도 참사의 원인은 빠른 시간 내에 차량을 통제하고 구조를 해내지 못한 점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호천교의 임시 제방이 부실하게 지어져 홍수를 막을 수 없었다는 데 있다. 제방을 넘은 물은 빠른 시간 내에 궁평리 일대를 침수시켰다. 그렇다면 왜 임시 제방이 부실하게 지어졌을까?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해보면 미호천교의 설계 자체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방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낮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참사 직전 임시 제방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인부들이 장비는 없이 삽으로 흙을 퍼 포대에 담고 있다.

기존 제방보다 3m나 낮은 임시 제방이 참사 원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미호천교 일대는 원래 홍수로부터 안전한 지역이었다. 오송읍 궁평리의 장찬교 전 이장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튼튼한 제방이 있어서 이 지역은 홍수 걱정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호천 하천기본계획에 따르면 미호천교 지점의 기존 제방 높이는 32.65m였다. 참사가 난 7월 15일 미호강의 최고 수위는 29.87m로, 만약 기존제방이 그대로 있었다면 2.78m의 여유가 있었고 참사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호천교 공사를 하면서 이 제방을 허물었다. 미호천교의 발주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금호건설이 홍수 직전인 7월 5일 부랴부랴 지은 임시 제방 높이는 29.74m였다. 임시 제방이 기존 제방보다 2.9m 낮게 지어진 것이다. 미호강의 수위는 15일 오전 8시10분에 임시 제방 높이와 같은 29.74m를 기록해 제방을 타넘기 시작했다.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임시 제방은 기존 제방 이상의 높이와 강도로 지어졌어야 한다. 하천점용허가 세부기준에는 ‘제방을 건드렸을 때는 반드시 그 이상의 시설로 즉시 원상복구하라’고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총리실은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24일 행복청 관계자들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미호천교가 낮아(31.48m) 임시 제방도 낮게 지어졌고(29.74m) 홍수가(29.87m) 넘치게 됐다. 

미호천교 설계 오류로 임시 제방 낮아졌다... 최소 3m 높게 설계했어야

그렇다면 왜 행복청과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임시 제방을 낮게 지은 것일까? 행복청은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에서 "임시 제방은 교량 하부에 축조할 수밖에 없으므로 교량 하부로부터 제방 구축작업 및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남기고 최대한으로 높게 축조한 것"이라고 했다.
행복청 설명에 따르면 임시 제방이 축조된 지점의 다리 상판의 하단 높이는 31.48m다. 제방은 교량 아래에 있어야 하니 당연히 31.48m보다 낮게 지어야 한다. 그런데 다리 상판 밑에 제방을 지으려면 여유 공간을 두어야 하는데 미호천교 임시제방의 경우는 1.74m를 뒀다. 제방 구축 작업과 유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따라서 미호천교 아래 지을 수 있는 제방의 최대 높이는 29.74m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높이로는 법정 규격마저도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천 설계 기준이 정하고 있는 제방 법정 규격은 계획 홍수위에 여유고 1.5m를 더해 정해지는데, 미호천의 경우 30.52m다. 현재의 설계상 미호천교 아래 지을 수 있는 제방의 최대 높이는  29.74m이므로 법정 규격보다 0.78m 낮다. 이번 홍수 때 미호천 수위는 최대 29.87m였으므로 법정 규격만 지켰어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유 공간을 딱 1.74m만 둔 것도 참사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그 정도의 여유 공간만으로는 중장비가 드나들 수 없었기 때문에 임시 제방이 부실하게 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호천교는 3m 이상 높게 설계됐어야 한다. 기존 제방보다 낮지만 최소한의 법정규격에 맞는 제방을 설치하기 위해서도 교량 하단이 최소한 32.26m(법정 제방높이 30.52m+여유공간 1.74m)의 높이가 됐어야 한다. 최소한의 법정규격 제방을 설치하기 위해서도 교량이 현재보다 0.78m 높았어야 하는 것이다. 
행복청은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에서 "미호천교 설계 당시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계획홍수위 등을 협의하여 설계에 반영한 것이며 설계 적정성 또한 설계감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행복청 기술자문위원회의 적정성 심의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쳐 교량이 기존 제방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설계됐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반복되는 교량 밑 낮은 제방 문제... 2020년에도 홍수 피해 유발

교량이 낮아 제방을 낮게 지을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홍수 피해가 나는 것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2020년에도 전남 구례읍 서시1교 아래 제방이 다른 곳보다 낮아서 이곳으로 서시천이 범람해 구례읍에 홍수를 일으켰다. 같은 해 남원 금곡교도 주변 제방보다 낮아서 섬진강 물이 다리로 쏟아져들어오는 바람에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기도 했다.
홍수 이후 금곡교는 철거됐지만 서시1교는 아직 그대로다. 구례군 담당자에 따르면 서시1교를 높이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 빨리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 번 설계가 잘못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날 뿐 아니라 잘못을 교정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재원이 들어간다. 처음 설계할 때 홍수를 감안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부, 홍수취약지구 선정에 미호천교 공사장 빠트린 듯... 담당자는 임시 제방 파악도 못해

행복청이 발주한 미호천교 공사가 이번 홍수에 제1의 원인 제공을 했다면 환경부의 부실한 하천관리는 제2의 원인을 제공했다. 
환경부는 올해 홍수취약지구 390개를 선정해 홍수에 대비했는데 미호천교 공사장은 빠트린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매년 홍수취약지구를 선정해 관리해오고 있는데, 2022년에는 433개소, 올해는 390개소를 지정했다. 홍수취약지구에 선정되면 지역협의체 구성, 운영을 통해 홍수위험정보를 제공하고, 재난 상황 발생시 대피계획을 세우고 응급복구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도록 돼있다.
미호천교 공사장이 홍수취약지구에 선정됐다면 지역협의체가 홍수위험정보를 제공받고 사전에 대피계획과 응급복구계획을 세워 재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홍수취약지구 대상 중에는 하천점용 공사장도 포함되기 때문에 미호강을 점용하고 다리 공사를 하고 있던 미호천교 공사장 역시 대상이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미호천교 공사장 인근의 궁평리 이장 안광호 씨는 홍수취약지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홍수취약지구 관리 부서인 수자원관리과(과장 서해엽)의 정혜윤 사무관은 '미호천교 공사장이 홍수취약지구에 포함됐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과장을 비롯한 과원 모두가 전화를 끊거나 받지 않는 등 사실상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환경부가 미호천교 공사장을 홍수취약지구에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여럿이다. 홍수취약지구에 선정됐다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지자체 등 담당자들이 모르고 있고, 심지어 미호천을 담당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의 박00 하천관리팀장은 궁평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난지 이틀 뒤까지 임시 제방이 얼마나 부실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17일 뉴스타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청이 임시 제방을 만들었다고 통보하지 않았다. 만약 제방을 복구했다면 기존 제방 높이에 똑같은 강도로 복구해야 한다. 제방 복구를 똑같이 했는지 안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행복청은 하천점용 허가를 신청할 때 제방을 훼손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허가받지 않고 제방을 허물면 안되는 것이다.”  

금강유역환경청 박00 하천관리팀장

홍수취약지구에 선정됐다면 피해규모 줄일 수 있었을 것

환경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390개 홍수취약지구는 이미 5월에 선정돼 있었다. 만약 미호천교 공사장이 홍수취약지구에 선정됐다면 임시 제방이 훨씬 더 빨리 튼튼하게 복구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홍수에 대한 대응체계도 꼼꼼히 만들어졌을 것이다. 조희송 금강유역환경청장은 7월 초 언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지역에는 홍수취약지구 55개소를 발굴해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취약지구에서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사전에 폭우에 따른 홍수범람 위험지역을 안내하고 비상연락체계를 수립해 홍수 시에는 기상 상황, 대피 방법 등 정보가 해당 지구 전체에 공유되도록 대응체계를 확립했다. 저희 금강환경청을 비롯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거주 주민대표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휴대전화 단체대화방도 개설해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조희송 금강유역환경청장의 언론 인터뷰(7.5)
미호천교 공사장이 홍수취약지구에서 배제된 것은 금강유역환경청이 해당 지역이 홍수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강유역환경청 담당자가 '행복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으면서 제방 훼손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공사 발주처인 행복청은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문 시점이 2021년 11월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금강유역환경청이 하천 점용 허가에 제방훼손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 제방이 허물어진 것을 몰랐다면 행복청이 1년 8개월 동안이나 제방을 허문 채 공사를 해온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환경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은 "미호천교 공사 같은 교량 공사에는 보통 하천 제방을 일부 철거하고 복구하는 공정이 포함된다. 금강청에서 하천점용 허가 때 제방사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방 공사하는지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면, 교량 공사의 성격을 몰랐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은 무지나 직무유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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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