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소송으로 알아낸 ‘윤석열 검찰 특수활동비’의 비밀

2022년 12월 15일 20시 00분

2021년 1월 28일, 서울행정법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정보의 공개 행정소송 3차 변론이 진행됐다. 2019년 11월 검찰 예산에 대한 최초의 정보공개 소송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지나던 때였다. 
이 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를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와 검찰 측으로 나온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검사 간에 설전이 오갔다. 하 변호사는 “검찰도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행정기관이기에 예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사는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쓴 건 맞지만, 집행 증빙자료는 없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행정소송 대리한 대검창철 검사조차도 “특수활동비 자료 못 봤다”

재판부는 검찰 내부에 특수활동비의 예산 정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직접 확인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검찰에 특수활동비 집행 증빙자료의 제출을 명령했다. 그런데 검사의 답변이 놀라웠다. 검사 자신도 자료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 재판부: 저희한테 (특수활동비) 기록을 제출해달라는 말씀입니다.
■ 검사: 제출해야 될 기록의 양이 방대할 것 같습니다.
□ 재판부: 법정으로 가지고 오시는데 너무 무겁다고 하면, 바로 판사실로 갖다주시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분량이 될까요?
■ 검사: (살짝 웃으며) 저도 그 기록 자체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양은 체크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재판부: 음... 그러면 일단 판사실로 갖다주시는 것으로 이렇게 알겠습니다.
■ 검사: 네.

검찰 예산 정보공개 1심 행정소송 3차 변론 중 재판부와 검찰 측 검사와의 대화(2021. 1. 28.)

행정소송 3년 동안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의 ‘비밀’ 파악 

1심 소송이 진행되던 당시(2020년) 기준, 검찰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총액(국정원이 배정한 예산은 제외)은 약 94억 원이다. 모두 국민 세금이지만, 대검을 포함한 전국 43개 검찰청이 이 돈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배정받아 쓰는지, 집행 증빙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조차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3년 넘게 소송을 벌이면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과 법정에서의 진술을 확인하고, 여기에 검찰 내부와 외곽 취재를 더하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검찰 특수활동비의 비밀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 2월, 검찰이 1심 판결해 불복하고 항소했을 때였다. 당시 검찰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에 낸 항소이유서에는 특수활동비의 배정과 지급 과정을 정리한 흐름도가 첨부돼 있었다. 검찰 특수활동비의 집행 절차를 처음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검찰 내부 자료였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 특수활동비 금고지기’를 대통령실로 데려간 사실 확인 

이 흐름도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집행은 법무부 장관에서 대검찰청 사무국장과 대검 운영지원과장, 그리고 대검 수사관을 거쳐 검찰총장에게 현금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의 대검 사무국장과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바로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윤재순 총무비서관이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실에서도 특수활동비의 지급·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 검찰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첨부돼 있는 특수활동비 예산의 집행 흐름도
지난 5월, 뉴스타파는 이 같은 흐름도를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부비서관이 ‘특수활동비’라는 특별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윤석열이 ‘검찰 특수활동비 금고지기’를 대통령실로 데려간 이유)

검찰, 특수활동비도 집행 건별로 일자, 금액, 목적 기재해 보관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은 특수활동비 역시 집행할 때마다 ‘지출 증거서류’를 작성해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작성하는 특수활동비 지출 증거서류‘지출 원인행위서’ ‘지출 결의서’다. 집행 건별로 일자와 금액, 목적을 기재한다. 목적란에는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썼는지 ‘단위 사업명’‘세부 사업명’을 적게 돼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은 전적으로 검찰총장이 결정

검찰 특수활동비를 누가, 어떻게, 얼마나 쓸지는 검찰총장이 결정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 특수활동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① 검찰총장 본인이 직접 쓰는 특수활동비, ②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내 각 부서에 나눠주는 특수활동비, ③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내는 특수활동비.
▲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특수활동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주는 특수활동비 ‘수시집행분’에 주목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예산은 세 번째,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주는 특수활동비다. 이 돈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때가 되면 지급하는 ‘정기집행분’, 그리고 긴급한 수사 등이 있을 때 검찰총장이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부정기적으로 내려보내는 ‘수시집행분’이다.
▲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주는 특수활동비는 ‘정기집행분’과 ‘수시집행분’으로 구분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특수활동비를 내려주면 돈을 수령한 쪽에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증빙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A검찰청 B부서가 C와 관련해 수사 중인데, 검찰총장이 B부서에 특수활동비 수시집행분 1,000만 원을 지급했다면, B부서를 책임지는 인사가 C수사를 위해 1,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기록해 문서로 남긴다는 것이다.
▲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내려주는 특수활동비는 돈을 수령한 쪽에서 ‘증빙서류’를 작성한다.
일종의 수령증인데, 검찰 내부에서는 이 문서를 ‘영수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수증은 모두 각 검찰청의 검사장실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이 영수증이 모두 공개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언제, 어떤 수사팀에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줬는지 알 수 있다. 검찰에서 공개해야 하는 특수활동비 예산의 공개 시기(2017.1.1.~2019.9.30.)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2017.5.22.~2019.7.24.)과 검찰총장(2019.7.25.~2021.3.4.)으로 재직하던 때와 겹치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증빙자료로 검찰의 ‘수사권 사유화’ 검증도 가능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증빙자료를 확인하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어떤 수사에 관심을 보였고 어느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검찰총장이 특정한 수사를 둘러싼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검찰의 수사권을 ‘사유화’한 것은 아닌지도 검증이 가능하다.
결국 검찰 특수활동비의 집행 증빙자료는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어, 세금 오·남용과 정치적 중립성을 동시에 검증해 공직자의 자격을 따지는 가장 중요한 공공기록물이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영상취재오준식
CG정동우
편집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