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직원 폭행' 협성대 총장, 넉 달 만에 직위 해제

2021년 10월 25일 18시 00분

  • 법인 이사 만장일치로 박 총장 ‘교원 징계위’ 회부...징계위 명단은 ‘비공개’
  • 법인 조사위 “박 총장, 폭언과 물리력 행사 인정”...가해 직원 2명, 징계 권고 없어
  • 직원 노조 “고무적인 결과...박 총장과 가담자 사퇴할 때까지 투쟁 지속할 것”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협성대 박명래 총장의 직원 폭언, 폭행 사건과 관련해 협성대 학교법인 이사회가 박 총장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피해 직원이 학교법인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넉 달, 뉴스타파 보도 이후 한 달 만의 조치다. 박 총장의 거취는 법인 이사와 교원으로 구성되는 교원 징계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이사장 이성조 목사)은 지난 22일 오후 5시경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학교법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그 결과 박 총장을 직위 해제하고, 교원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사진설명 / 지난 22일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 이사회가 협성대 본관 3층 총장 실 내 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박명래 총장의 직위 해제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체 이사(9명) 중 사건 당사자인 박 총장을 제외한 8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협성대 학교법인의 이사 정수는 15명이지만, 임기 만료된 6명의 이사가 공석으로 현재 9명이 전부다. 이사 정수의 과반(8명)인 전원이 찬성해야 직위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데, 2시간 넘는 회의 끝에 전원 찬성표가 나온 것이다. 

학교법인 조사위 “박 총장 물리력 행사 인정”...노조 등 “고무적인 결과”

학교법인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 구성된 조사위는 한 달 넘는 조사 끝에 박 총장의 폭언과 폭행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 그동안 박 총장은 폭언만 인정하고 폭행 등 물리적 접촉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는데, 조사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날 회의를 통해 조사결과보고서 상 ‘폭행’이란 단어를 ‘물리력 행사’라는 표현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조사위는 이사회 측에 박 총장 징계 수위에 대한 의견도 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요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규세 학교법인 진상조사위원장은 “부끄럽지 않게 조사했고, (징계를) 강하게 요구했다”고만 말했다. 
이날 이사회 결정을 듣기 위해 직원노조와 교수노조, 피해 직원도 회의 시작 전부터 4시간 넘게 회의장 앞을 지켰다. 이들은 이사회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박 총장의 최종 징계까지는 여러가지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 협성대 직원노조와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학교법인 이사회가 열리는 학교 본관 3층에서 박 총장 퇴진 시위를 진행했다.
우선 이사회가 박 총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교원 징계위원회 명단을 비공개 결정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법인 삼일학원 정관에 따르면 교원 징계위는 이사장이 임명한 7명의 이사 또는 교원으로 구성된다. 7명 위원 중 법인 이사는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징계위는 징계 요구 접수 후 60일(30일 연장 가능)내에 경징계(감봉, 견책), 중징계(정직, 해임, 파면) 등의 징계 수위를 의결해야 한다.
관건은 징계위 운영의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이를 검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원 인사 문제를 담당하는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징계위 명단 공개 여부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학교법인에서 사안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협성대 사건은 교육부에도 갑질 신고가 접수되어 있는 만큼 불공정하게 처리할 경우 교육부에서 문제를 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학노조 임현석 협성대지부장은 “이사회 결정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이사회에서 징계위 명단을 공개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비공개했는지 모르겠다. 징계위에서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결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박 총장의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회도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 해임으로 가는 과정의 첫 절차로 이번 이사회 결정을 환영한다”며 “결국은 (박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 교원 징계위원회에서 조속히 박 총장의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 전국대학노조 협성대지부는 지난 22일 학교법인 삼일학원의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총장실 앞에서 박명래 총장과  박 총장의 행위에 동조한 직원 2명의 중징계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법인 이사회, 박 총장 폭행 동조한 직원 2명은 징계 권고 안 해

학교법인 조사위가 박 총장과 함께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직원 두 명(교목실장, 비서실장)에 대해 아무런 권고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규세 학교법인 조사위원장은 “직원 2명에 대한 절차는 학교법인에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협성대는 지난 7월, 총장 측 가해 직원 2명에 대해선 학교에서 따로 조사해 결론을 내렸다. 형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사와 징계 등을 중지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직원노조는 “총장과 가담자로 이뤄진 하나의 사건을 학교가 따로 조사해서 낸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법인에 재차 조사와 징계 조치를 요구해 왔다. 
사단법인 ‘직장갑질 119’의 권두섭 변호사도 앞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총장 1명에 직원 2명이 가담한 하나의 사건으로 학교법인에서 함께 조사해 조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학교법인 조사위는 박 총장에 대해서만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이사회도 박 총장에 대한 조치만 결정한 것이다. 
협성대 직원노조는 “법인 이사회가 다른 가해 직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학교로 미루고, 어떠한 권고나 결정이 없던 점은 미흡하게 생각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에는 조사위 조치를 내리기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회도 “총장뿐만 아니라 사건에 가담한 직원 2명도 직원 징계위에 회부해 적법한 징계를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학대학 학생회, 신학대학원 원우회(4학기) 등도 입장문을 내고 “총장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동조한 교목실장과 비서실장도 공범”이라며 “교직원과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설명 / 협성대 신학대 학생들은 지난 21일, 박 총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 앞에 국화를 올려 놓으며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총장 직무대리에 졸속 선임된 교학부총장...'자격 위반' 논란

결국 가해 직원 2명의 징계 절차를 다시 진행하려면 총장이 이사회에 징계 의견을 올려야 한다. 박 총장의 공백으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교학부총장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총장 직무대리를 맡은 ‘교학 부총장’에 대해서도 자격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일, 박명래 총장은 협성대 오 모 교수를 교학부총장으로 선임, 이사장 승인을 받았다. 직원노조와 교수노조에 따르면, 정관에 명시된 교원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 없이 졸속으로 진행한 인사였다. 즉, 박 총장이 절차를 어겨가며 선임한 인사가 박 총장 대신 앞으로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직원노조는 “박 총장이 위법하게 선임한 부총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맡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법적으로 임명된 부총장이 과연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직원 징계를 이사장에게 요구할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회도 “정관상의 절차를 어기고 강행한 부총장 임명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 협성대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인 이사회 개최 전부터 협성대 본관 앞에서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직원노조 등 “박 총장과 가담자 해임될 때까지 투쟁할 것”

한편 피해 직원과 노조가 지난 7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9월 7일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박 총장 사건도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때문에 박 총장 관련 사건이 종지부를 찍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협성대 직원노조 등은 앞으로도 박 총장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협성대 직원노조는 “박명래 총장과 다른 가해자 2명에 대한 해임에 준하는 징계가 있을 때까지 교수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과 연대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들 “총장 직선제 등 개혁 필요” 근본적 변화 요구

박 총장 사건을 계기로 협성대 이사회 구조와 총장 선출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감리교 계열의 기독교 대학인 협성대의 학교법인 이사회에서는 상동교회 출신의 입김이 가장 세다. 15명의 이사 중 5명은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에서, 10명은 협성대를 설립한 상동교회에서 추천하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1977년 학교 설립 이후 줄곧 상동교회 담임목사나 장로 출신을 총장으로 선출했다. 여기에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결국 상동교회 중심의 폐쇄적인 이사회 구조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인환 교수노조 비상대책위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총장 선출 방법을 유지해 온 법인이사회를 개혁하고, 총장 직선제 등 대학 운영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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