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공주보 담수, 한 뼘 가뭄도 해소 못하다

2022년 06월 28일 13시 45분

윤석열 정부가 가뭄을 해소하겠다며 단행한 공주보 담수(수문을 닫아 물을 가둠)가 한 뼘 논밭의 가뭄도 해소하지 못한 채 끝나게 됐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장마로 공주보 담수로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은 아무 실효성이 없어졌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 금강 생태에 큰 충격을 줬을 뿐이다. 이번 공주보 담수는 정진석 의원 등 보 해체를 반대해온 세력의 거짓말과 근거 없는 주장을 환경부가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로 이뤄져 앞으로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펼칠 4대강 정책이 논리나 근거보다는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고자 하는 정치논리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진석의원, 2017년 가뭄 당시 사진 올리며 ‘공주보 개방해 쓸 물이 없다'고 거짓 주장
정진석 의원이 6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2017년 6월 4일자 충청뉴스 보도. 정진석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배경의 자동차 주차된 모습까지 동일하다.
공주보 담수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공주,부여,청양)의 페이스북에서 그 조짐이 처음 나타났다. 정 의원은 6월 9일 자신이 가뭄 현장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장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의원은 페북 글에서 “가뭄이 극심합니다. 공주 부여 청양 지역 농가는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논바닥이 갈라진 지 오래입니다. 금강이 코앞에 있지만 공주보를 개방해 놓아 끌어다 쓸 물이 없습니다"라고 탄식했다. 마치 공주보 개방이 공주 부여 청양지역 가뭄의 원인이라는 투였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17년 6월 가뭄 당시 충남 청양지역에서 찍힌 것이었다. 당시 청양의 한 레미콘 업체가 논에 물을 부어주는 행사에 정진석 의원이 참석해 찍은 사진이었다. 당시 사진과 6월 9일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비교하면 주변 지역에 차가 주차된 모습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정 의원은 올해 공주 지역 가뭄이 심각해서 공주보를 닫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2017년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정진석 의원실은 ‘왜 거짓 사진을 썼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지금까지 답하지 않고 있다.
모내기가 끝난 공주 쌍신동의 논. 이 지역 논 88ha를 위해 공주보의 수문을 닫았다.
환경부, 공주 가뭄 대응한다며 담수했지만 수혜 면적은 공주시 경지의 0.8% 불과
거짓말은 사진에 그치지 않았다. 정진석 의원이 ‘논바닥이 갈라진 지 오래'라고 했을 때는 이미 공주시 논의 99%에 모내기가 끝났을 때였다. 공주 지역의 올해 강수량이 평년 대비 43% 정도로 적어서 기상학적인 가뭄이긴 하지만 공주시 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 대비 102%로 농업용수 기준으로는 가뭄 상태라고 볼 수 없었다. 가뭄 예경보 기준에 의하면 농업용수의 경우 평년 대비 70% 이하일 때 ‘약한 가뭄', 60% 이하일 때 ‘보통 가뭄'으로 규정한다. 
객관적인 조건은 가뭄이 아닌데도 정진석 의원은 ‘50년 이래 최악의 가뭄'(정진석 의원 보도자료)이라고 주장했고, 농어촌공사는 환경부에 공주보 담수를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가뭄을 이유로 보를 닫은 적이 없는 환경부는 즉시 담수 요청에 호응했다. 환경부는 6월 15일 발표한 보도참고자료에서  ‘공주 지역’의 가뭄 대응을 위해 6월 15일 오후 6시부터 공주보 수위를 상승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면적은 공주 쌍신동의 88ha로 공주시 경지면적의 0.8%에 불과했다. 더구나 공주시 농업기술센터에 의하면 6월 15일에는 쌍신동을 포함한 공주시 논의 100%가 모내기를 완료한 상태였다. 게다가 14, 15일에 30밀리미터 가량의 비가 와서 민원을 제기한 쌍신동 통장조차도 ‘쌍신동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윤핵관 정진석’의 정치적 영향력과 윤석열 정부 들어 완전히 바뀐 환경부의 태도를 전제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비합리적 결정이었다. 
공주보 담수로 쌍신동 일대 88ha 수혜지역에 물을 공급하겠다는 농어촌공사 자료
다른 방법들도 있는데 굳이 공주보 담수를 결정한 환경부와 농어촌공사
쌍신동에 가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공주보 담수로 금강 생태계에 충격을 주면서 해결할 문제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쌍신동은 금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인 정안천 물을 쓰는 곳이다. 농어촌공사의 계획은 공주보를 담수해서 금강 물이 정안천으로 역류(백워터 back water)하면 그 물을 양수기로 퍼서 급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검토한 한 전문가는 ‘공주보를 닫아서 공급하겠다는 물 양이 시간당 150톤이라고 돼 있는데, 이 정도는 경운기 한 대의 동력으로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모기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격이다'라고 했다. 어차피 양수기를 쓸 것이라면 공주보를 닫을 것이 아니라 본류에 양수기를 설치해 펌프로 급수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성명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장은 "방법이야 a라는 방법도 있고 b라는 방법도 있고 c라는 방법도 있고 사람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건 판단이 틀리다"고 말했다.
‘공주보 개방으로 쓸 물이 없다’는 거짓말
정진석 의원과 공주보 해체 반대 단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것이 ‘공주보 개방으로 쓸 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과 봄 강수량이 적었어도 금강의 수량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금강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금강의 수량은 대청댐에서 방류하는 양과 지류에서 내려오는 양이 합쳐져서 결정된다. 올해는 강수량이 적어 지류에서 들어오는 양이 적다보니 대청댐 방류량을 늘려서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대청댐 물이 고갈되지 않는 한 금강은 ‘쓸 물이 없을 정도'로 수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강 본류에서 취수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수장들은 아무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공주보를 담수하면 넓은 지역의 지하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일부 농민들은 공주보를 담수하면 지하수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공주시 우성면, 유구천, 정안면 등 여러 지역을 거명하며 그곳에 가뭄이 심하니 공주보를 담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4대강의 지하수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구민호 공주대 지질학과 교수는 “공주보를 담수하면 공주보 상류이면서 강과 가깝고 지층이 모래 등으로 구성된 충적층인 곳의 지하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구 교수에 따르면 공주보 상류에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공주시 쌍신동 한 곳 뿐이다. 일부 농민이 주장하는 유구천 일대는 공주보의 하류고, 우성면 정안면은 금강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넣었다 뺐다 하면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정진석 의원과 공주보 해체 반대 단체는 필요할 때는 보를 닫고 필요 없을 때는 여는 '탄력운영'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겉으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생태계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생태학자들의 우려다. 다음은 주기재 부산대 생물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 하면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리거든요. 
탄력 운영을 하면 안 됩니다. 물을 채우게 되면 적응하는 시간이 한 6개월 걸리기 때문에 물을 채웠다 뺐다 할 것 같으면 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강은 그냥 평상시에 흐르고,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좀 높아져서 또 주변의 식물을 죽이기도 하고, 또 재정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퇴적과 침식이 교차하는 그런 형태로 돼야지, 지금 4대강을 많은 곳에서 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데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주기재 부산대 생물학과 교수 인터뷰 중
윤석열 정부, 잘못된 근거를 토대로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수순 밟나
한화진 장관은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주보 담수 결정은 지난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한 뒤집기가 아니라 가뭄으로 겪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공주보 담수로 농민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것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문제는 그 주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환경부가 보의 수문을 닫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가짜 명분을 위한 허위 실적 쌓기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담수를 하고, 그런 실적을 가지고 공주보 부분 해체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는 4대강 보처리에 관련된 기존의 결정을 뒤엎으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한화진 장관은 15일 간담회에서 4대강 정책과 관련해 ‘감사원의 공익 감사가 끝나는 대로 전문가와 지역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이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면 윤석열 정부는 이어서 보 해체 결정을 뒤집는 행정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우려다. 한 뼘 논밭의 가뭄도 해소시키지 못한 윤석열 환경부의 공주보 담수 결정은 그 우려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줬다.
제작진
연출최승호
글 구성이근수
촬영오준식 이상찬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