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셔록의 워싱턴 리포트15] 한국은 ‘올림픽 휴전’ 효과 기대, 미국 매파는 군사옵션

2018년 01월 29일 19시 40분

한국이 유엔의 ‘올림픽 휴전(Olympics Truce)’ 결의안* 덕분에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즐기는 반면, 트럼프 정부와 미국 대외 강경파는 재개된 평화 기대감을 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월 9일 개막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이 함께 입장하고 북한 대표단이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육로로 이동한다는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과 펜타곤은 전세계에 김정은 정권이 올림픽 이후에도 미사일 실험과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완비해놓았다고 상기시키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22일 공연 시설 점검을 위해 북한 대표단을 인솔해 서울을 방문했다

동시에 미국 언론은 남북 긴장완화에 비판적인 미국 보수논객에게 목소리를 낼 창구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 정권이 한미관계를 이간질할 목적으로 한국에 대화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 주장해왔다. 미국 언론은 또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고 다른 종목에서는 경쟁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합의한 것과 관련한 한국 내 정치적 분열을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홍콩 주재 기자 작성 기사로 한국 내 갈등 과장 보도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인솔해 서울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에 대해 매우 편향된 기사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대표단 방문 중 서울에서 시위대가 김정은 사진 불태워(Protesters in Seoul Burn Image of Kim Jong-un During North Koreans’ Visit)’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치 김정은과 공연 시설 점검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현 단장 일행에 반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북한 대표단 방문에 항의하는 의미로 인공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 한국지국장인 최상훈 기자가 아닌 홍콩 주재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이 집회가 국회에 단 1개 의석뿐인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의 주도로 이뤄진 소규모 시위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대한애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 부정하는 극우 정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휴전’ 문제삼는 미국 강경파...군사옵션 계속 주장

이 같은 언론 보도는 한국이 김정은에게 조종당해 ‘올림픽 휴전’으로 갔다고 믿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신념을 더욱 강화하도록 만든다. 이런 주장은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17일 처음 제기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전쟁이 난다고 해도 어차피 미국 본토가 아닌 ‘그곳 (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북한 당국 간 대화를 두고 “한국은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가 막 시작단계에 들어선 한편, 미 펜타곤과 공군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와 전략폭격기인 B-2 스텔스와 B1-B를 괌 미군기지에 배치했다. 세 폭격기를 한 기지에 배치한 것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있는 일이다. 미 당국자들은 미 태평양사령부가 이 같이 폭격기를 배치한 이유는 북한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폭격기를 출현시키는 임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음 날, 공화당 중진 의원인 맥 쏜베리 미 하원군사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미군은 북한과의 잠재적 군사 충돌에 대비해 “매우 심각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쏜베리 위원장은 또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군사 옵션이 포함된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북한이 ICBM에 핵무기를 장착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수개월’ 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군사 준비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 중이며 그 성능 또한 더 강력하고 믿을만한 수준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

그보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보를 근거로 문 대통령과 북한의 직접 대화 가능성에 대해 논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마주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미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이 아직은 되지 않지만 “그들이 거의 다 왔고, 매일 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남북 간 평화적 대화와 이른바 ‘올림픽 휴전’이 문제라고 본다. 이 같은 입장은 뉴욕타임스에서 다시 한번 제기됐다. ‘올림픽 긴장완화가 미국의 대북 전략을 뒤집어 놓다(Olympic Détente Upends U.S. Strategy on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신문은 백악관 관리들이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남북한을 하나의 깃발 아래 통일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의 이런 목표가 “냉전 시절 소련에 했던 것처럼 김정은을 평화적으로 억제하기는 힘들다”는 매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다수의 미국 분석가들은 북한에겐 ‘억지전략(deterrence)’**이 통하지 않는다는 공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대북 타격 전략으로 제안한 ‘코피 작전(bloody nose: 제한적 선제타격)’ 같은 종류의 무력 옵션이 미국에 남은 유일한 대안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분석가들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군축협정과 실질적인 군비증강을 통한 억지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제할 수 있었으나 이런 전략은 김정은과 북한에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이 즉각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시에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국제, 국내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위와 같은 주장과 미국 관료들의 올림픽 휴전에 대한 비판 때문일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 한미 간 입장 차이

한국과 미국의 태도 차이는 지난 16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회의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주도 유엔군으로 참전한 국가들의 외교장관들과, 참전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일본도 참석했다. 한미 간 태도 차이는 이 자리에서도 강조됐다.

한국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참석한 이 회의는 원래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미국에 의해 결정된 이 회의의 주목적은 김정은 정권이 석유, 섬유류 관련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해상 운송을 공격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지지를 얻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 회의의 개회사에서 “북한이 소통, 대화, 협상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옵션을 자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옵션은 군사 옵션을 뜻한다.

평화운동단체, “한반도평화 위해 한국전쟁 참전국 외교장관들 책임의식 가져야”

이번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밴쿠버에서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온 16개 여성 평화운동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외교적, 경제적 노력과 궁극적으로 평화조약 체결을 통한 한국전쟁의 종전을 이끌어내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미 국무부 관료들과의 회의를 마련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이 같은 평화운동에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 위민크로스DMZ 회원들이 지난 2015년 민간인통제구역 철책을 따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이번 벤쿠버여성포럼 개최의 숨은 주역인 위민크로스DMZ (Women Cross DMZ, 이하 WCD) 설립자 겸 국제협력 담당관 크리스틴 안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에 있어) 외교장관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군 지휘 하에 있었던 유엔군 사령부에 군대와 의료진을 파견한 국가들 또한 한국전쟁의 최종 종전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는 밴쿠버 현지의 여성 평화운동단체도 다수 참여했다. 여성 노벨상 수상자 6명이 조직한 노벨위민스이니셔티브(The Nobel Women’s Initiative), 유엔과 밀접하게 일하고 있는 비당파 단체 캐내디언보이스오브위민포피스(Canadian Voice of Women for Peace), 주요 개신교 교파인 캐나다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anada), 그리고 1915년에 설립된 여성 단체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맹(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이 캐나다를 대표해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참여연대가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윈위드아웃워(Win Without War)가 참여했다.  

외교장관회의 종료 후 이들 여성 평화운동단체들은 성명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외교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남북 대화와 ‘올림픽 휴전’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시작하는 전략을 지지하기보다는 북한을 한층 더 고립시키고 위협하는 선택을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올림픽 휴전 결의안(Olympics Truce resolution):
올림픽 휴전(Olympics Truce)이란 올림픽 경기 기간 중에는 모든 전쟁을 중단했던 고대 그리스 전통을 본따 유엔 총회에서 올림픽 기간과 그 전후 일주일을 포함한 기간에 적대행위의 중단과 평화 분위기 조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이다. 1993년 처음 채택된 이후, 2년마다 채택돼 왔다.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대한 휴전 결의안은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억지전략(deterrence):

상대국으로 하여금 공격을 통한 이익보다 보복으로 입을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상대를 억제하는 전략.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주요 전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평화유지에 있어 중시되는 개념.

취재 : 팀 셔록
번역 :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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