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형 광고' 의심사례 수천 건...연합뉴스 사태 이후에도 안 변해

2022년 05월 03일 14시 51분

지난해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연합뉴스를 포털 컨텐츠 제휴매체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기사형 광고'를 작성해 마치 정상적인 기사인 것처럼 포털 뉴스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기사형 광고 작성자 이름은 ‘박00 기자'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박 씨는 연합뉴스 정식 기자가 아니라 홍보사업팀 소속 직원이었다. 박00 기자 명의로 작성된 기사형 광고는 2천 건이 넘었다. 이 같은 사실은 미디어오늘 보도로 알려졌다. 기사형 광고(advertorial)는 사실상 광고(advertisement)지만 기사(editorial)의 형식을 빌려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사태 10개월이 지난 지금, 포털 뉴스란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뉴스타파는 언론인권센터와 함께 포털 뉴스란에 기사형 광고가 얼마나 많이 실리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와 비슷한 '홍보성 기사'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담은 이 리포트에서는 돈 거래 여부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기사형 광고' 의심 사례를 '홍보성 기사'로 지칭한다.

뉴스타파-언론인권센터 모니터링 결과... 기사형 광고 의심사례 1,813건 발견

뉴스타파와 언론인권센터는 모니터링 대상으로 중앙일간지, 경제지, 통신사 등 18개 매체를 선정했다. 선정 매체는 아래와 같다.
-중앙일간지(8개 매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경제지(7개 매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통신사(3개 매체):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모니터링 작업은 먼저 '기사형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한 다음 △여러 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 심의기준 △기자 이름 표기 여부 △홍보성 내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색에 활용된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건설: 아파트, 분양, 재건축, 리모델링
-의료: 건강기능식품, 의료
-금융: 보험, 증권, 주식, 코인, 대부업
-언론사 주관 상 수상: 대상, 수상
이런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7일부터 2월 25일까지 19일간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홍보성 기사'는 모두 1,813건이 나왔다. 파이낸셜뉴스가 493건으로 가장 많았고, 헤럴드경제 244건, 매일경제 220건 순이다. 여러 매체들이 기업 등이 낸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옮긴 홍보성 기사를 뉴스로 송고하는 행태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규모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기사위장광고', '카테고리 오전송(보도자료를 일반 기사 카테고리로 송고하는 행위)'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기사는 매달 수십 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포털 기사형 광고 모니터링 결과. 상위 5위 중 4위를 경제지가 차지했다.
모니터링 결과 전체에서 약 75%를 차지하는 1,372건이 경제지에서 나왔다. 19일 동안 7개 매체가 평균 196건 씩 썼다. 통신사 3곳에서는 홍보성 기사가 모두 241건 발견됐다. 1개 통신사 당 80개 수준이다. 
중앙일간지 8곳에서는 모두 200건이 나왔고 평균 25건 수준이었다. 서울신문 44건, 동아일보 40건, 국민일보 35건, 중앙일보 24건, 경향신문 24건 순이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잡아내기 쉬운 부동산 기사가 많다보니, 부동산 기사형 광고가 많이 실리는 경제지들의 순위가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홍보성 내용이 대부분... 중복 게재도 많았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기사형 광고' 의심 사례에 포함된 기사는 정보에 비해 홍보성 내용이 두드러졌다. 특히 부동산 관련 기사가 심했다. 부동산 홍보성 기사에서는 해당 아파트 단지의 교통/상업/교육 인프라 등 입지 상의 장점, 설계 및 내부 시설 상 장점, 청약 관련 이점 등 건설사에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인 홍보 문구가 많았다.
△모니터링 결과에 포함된 파이낸셜뉴스의 부동산 홍보성 기사
각 언론사가 주최하는 ‘브랜드 대상’ 등 각종 상 수상 사실을 밝히며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한 예로 모니터링 기간 동안 한국일보가 2001년부터 선정해온 ‘베스트 신상품’ 관련 기사들이 나왔다. 시상식 기사 내용은 회사나 상품 이미지와 홍보성 문구, 홍보성 인터뷰가 대부분이었다.
[2022 베스트신상품] **루스
(중략) ○○○○○○ 어깨밴드는 3점압 원리를 이용해 의료용 와이어와 조임 다이얼 장치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사용자 체형에 맞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자목, 거북목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강화했으며,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제품은 현재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22 베스트신상품] △△브랜드컴퍼니
△△브랜드컴퍼니(대표 김00)는 자사의 다이어트 전문 브랜드인 ○○○○를 통해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프리미엄 단백질 쉐이크인 ‘●●더유 다이어트 쉐이크’를 출시하였다.
중략) 이외에 체내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기능성 비타민 원료인 나이아신과 판토텐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초유단백질, 녹차추출물, 유산균 분말 등 11종의 다양한 부원료도 들어있다

수상 관련 기사에 시상 기관, 심사 기준 등 수상 관련 정보 등을 넘어서 상품 효능에 대한 홍보성 문구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실리는 경우도 있었다.
모니터링 결과, 동일한 상품/브랜드 관련 홍보성 정보가 여러 매체에 실리는 경우도 있었다. 2022년 2월 8일 보도된 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모니터링 대상 언론사 중 경제지 4곳, 통신사 2곳에서 동시에 보도됐다. 이 기사들은 문장의 순서를 바꾸거나 일부 표현을 변형하기도 했지만, 대개 같은 내용이었다.
△ 같은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보성 기사 사례. 겹치는 문장을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출처: 언론인권센터 모니터링 보고서)

10개월 동안 홍보성 기사 2천 건 작성한 '매경비즈 연구원'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기자 바이라인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거나, 편집국에 소속된 기자가 작성하지 않은 홍보성 기사 사례도 무더기로 나왔다. 바이라인 방식이나 기업 홍보에 치중한 내용 등이 모두 지난해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사례와 비슷했다.
△ 매일경제에 게재된 부동산 홍보성 기사. 
뉴스타파와 언론인권센터는 모니터 결과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매일경제가 포털에 전송한  '홍보성 기사'에는 대부분 ‘000 매경비즈 연구원' 같은 작성자 이름이 붙어 있었다. 네이버 뉴스에서 '매경비즈 연구원' 명의로 작성된 홍보성 기사를 검색한 결과 2021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0개월간 2천9백 건 이상이 나왔다.
여러 연구원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최00 매경비즈 연구원’ 이름으로 다시 검색해 봤다. 10개월 동안 쓴 홍보성 기사가 2천 건이 넘었다.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 사태의 계기가 된 박00 기자는 약 2년 동안 2천 건을 올렸다. 이와 비교하면 '‘최00 매경비즈 연구원’은 2배나 많은 수준이다.
△ 네이버에서 '최00 매경비즈 연구원'으로 검색한 결과. 2021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2천 개 넘는 기사가 올라왔다.
'매경비즈 연구원'으로 표현된 기사 작성자들은 기자 프로필도 공개돼 있지 않았다. 짧은 기간 동안 수천 건의 기사를 올렸지만, 네이버 뉴스나 매일경제 홈페이지 상에 해당 기자 페이지가 개설돼 있지는 않았다. 연합뉴스에서 2천여 건의 기사를 작성했지만, 기자페이지가 개설돼 있지 않아서 '유령기자'로 지목됐던 연합뉴스 홍보사업팀 박00 기자 사례와 마찬가지다.
최00 매경비즈 연구원에게 연락해 기사를 직접 작성한 게 맞는지 물었다. 최 연구원은 그 기사를 모두 직접 작성했며 “아마 2천 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관련 기사 등을 많이 쓰는 이유는 “출입처이기 때문에 다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성한 홍보성 기사들이 '기사형 광고가 맞는지'를 질문하자, '같은 업계에서 그렇게 질문하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

아시아경제, ‘mail00’ 이메일 계정으로 올라온 1만 건의 '홍보성 기사'

아시아경제 홍보성 기사는 ‘정0 기자’, ‘최00 기자’ 이름으로 많이 올라왔다. 이들 역시 앞서 살펴본 연합뉴스나 매일경제 기자와 마찬가지로 자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뉴스에 기자 페이지가 없었다. 대부분 부동산 분양 등을 소개하는 홍보성 기사였고, 매경비즈 연구원들 못지않게 기사량이 많았다.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한 결과, 2022년 3개월 동안 '정0 기자' 이름으로 420건, '최00 기자' 이름으로는 248건의 홍보성 기사가 올라왔다.
△ 아시아경제 홈페이지에서 'mail00'으로 검색한 결과. 201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1만 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2015년에는 김00 기자가 이용하던 메일 주소를 현재는 최00 기자가 사용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최00 기자의 이메일 주소로 기재돼 있는 ‘mail00@asiae.co.kr’를 아시아경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 2015년 11월부터 아시아경제에 'mail00@asiae.co.kr'이라는 이메일이 달린 홍보성 기사는 모두 1만 건이 넘게 나왔다.
특히 현재 '최00 기자'가 쓰고 있는 ‘mail00’ 계정이 과거에는 '박00 기자', '임00 기자', '김00 기자' 등 다른 사람들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0년 10월에는 동시에 여러 명의 담당자가 이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최00 기자'는 편집국 소속 기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아시아경제 대표전화로 연락해 최00 기자를 찾아본 결과, 여러 차례 전화를 연결해 도착한 곳은 '디지털마케팅부'였다. 최00 기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 전직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은 “공용계정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계정을 아예 홍보대행사에 직접 공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는 아예 바이라인 없이 기사 게재

한국경제 홍보성 기사는 작성자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한경닷컴 뉴스룸'이라고만 표시된 경우가 많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홍보성 기사 중에는 건설사 홍보 기사, 각종 대상의 수상 기사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네이버 뉴스에서 한경닷컴 뉴스룸으로 검색한 결과 2022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모두 183건의 홍보성 기사가 이렇게 발행됐다. 
한편, 이번 모니터링에서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홍보성 기사를 가장 많이 낸 파이낸셜 뉴스는 아예 바이라인을 붙이지 않은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형 광고는 기사의 진실을 담보할 책임자가 부재하므로 기사 형식을 빌린 광고의 전형”이라면서 "이런 홍보성 기사들은광고로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 언론인권센터 모니터단이 확인한 2월 24일자 파이낸셜뉴스 온라인 홍보성 기사. 기사를 작성한 주체가 표시되지 않았다.
한편, 이렇게 바이라인을 제대로 넣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옮긴 수준의 홍보성 기사들은 모두 '경제', '사회' 등 일반 뉴스 카테고리로 전송됐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이 기사들을 '보도자료'가 아닌 뉴스 카테고리에 보내는 것은 제재 사유다.

연합뉴스 사태 10개월… 음지에서는 기사형 광고 판매 계속돼

이처럼 연합뉴스 사태 이후에도 언론사의 홍보성 기사가 다수 확인됐다. 언론사들이 홍보대행사를 중간에 거치는 방식으로 기사형 광고를 판매하는 정황도 보인다. 홍보분야 커뮤니티 아이보스에서 ‘언론홍보’로 검색하면 기사형 광고를 내고, 포털사이트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는 내용의 홍보글이 많이 보인다.
한 업체의 홍보글에서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130여 곳의 언론사와 제휴되어 있다’며 뉴스1, 서울경제 등 주요 매체에 실린 기사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태 이후 과거 홍보대행사들이 언론사별 온라인 기사 단가표를 내보이며 진행한 노골적인 영업방식은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음지에서는 기사거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홍보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사 노출 마케팅 홍보글
제작진
영상 기획, 편집신동윤
촬영김기철 신영철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