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징계 추적③불법 수의계약, 음주운전, 공무원 폭행 징계에도 무투표 당선

2022년 05월 18일 14시 22분

우리 동네 구의원과 시의원,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뉴스를 보면 어느 동네 기초의원은 성추행이나 국고 횡령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서 징계를 받기도 한다는데… 그건 정말 남의 동네만의 얘기일까요? 우리 동네 의원들이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받아도, 혹은 솜방망이 징계를 받아도 평범한 유권자들은 특별히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가 대신 알아봤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동네 ‘의원님’들의 징계 내역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등록 마감 결과, 단독 출마 등의 이유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무투표 선거구 후보자)는 총 4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지방선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이면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5배 이상 증가했다. 뉴스타파가 무투표 당선자 494명 중 징계를 받았던 후보자를 조사한 결과 광주광역시의회 임미란, 전라북도 군산시의회 한경봉, 대구광역시 달서구의회 허시영 후보자가 징계 경력에도 불구하고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될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수의계약, 음주운전, 공무원 폭행 징계에도 무투표 당선

제8대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임미란 후보자는 광주광역시 시·도의회의원 선거 남구제2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다시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시의원 20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등록했고 11명이 무투표 당선 예정인데 임미란 후보자도 이 중 하나다. 지난해 임 후보자는 의회로부터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4조의5 위반’을 이유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임 후보자 본인이 운영하는 디자인 업체를 통해 시 산하기관 두 곳(교통약자아동지원센터, 교통문화연수원)과 3천 5백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분상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결과다.
제6, 7대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을 지낸 허시영 후보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대구 달서구제2선거구 시도의원 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다시 출마했다. 허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전남 무안군으로 타시도의회 비교견학을 간 자리에서 의전 소홀을 이유로 공무원의 정강이를 발로 차 의회로부터 ‘25일 출석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1973년생으로 당시 40대였던 허 후보자는 본인보다 14살 많은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에게 “위험한데 왜 의원들을 걸어오게 했냐"고 질책했다. 허 후보자는 달서구제2선거구에 단독 출마해 투표없이 당선될 예정이다.
제7대 전라북도 군산시의회 의원이었던 한경봉 후보자는 전반기 부의장이었던 2016년 1월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하다가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잠이 들어 경찰에 적발된 한 후보자는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114%의 만취 상태로 면허가 취소됐다. 한 후보자에 대해 군산시의회는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징계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한 후보자는 이번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라북도 구시군의원 군산시사선거구에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 왼쪽부터 임미란, 허시영, 한경봉 무투표 선거구 후보자

‘징계 전력' 후보자 공천 더불어민주당 28명, 국민의힘 22명, 정의당 1명

지난 8년간 징계를 받은 기초⋅광역의회 의원 155명 중 77명이 오는 6월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 재출마를 선언한 '징계 전력' 후보자 77명 중 28명은 더불어민주당, 22명은 국민의힘, 1명은 정의당의 공천을 받았다. 나머지 26명은 정당 공천없이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후보자 등록한 28명의 징계 전력은 4단계 징계 중 최고 수위인 '제명'의 다음 단계인 '출석정지' 처분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30일 출석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던 이창수 현 동해시의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구시군의원선거 동해시나선거구에 재출마했다. 지난 2020년, 이 후보자는 사회적 기업 임원으로 일할 당시 근로자의 인건비를 횡령하는데 참여해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혐의로 벌금 1천5백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의회는 의원 품위를 손상했다며 이 후보자에 대해 징계를 의결했다.
제8대 전남 곡성군의회 김을남 의원은 재직 중 의원 사무실에서 동료 의원과 욕설을 하며 심하게 몸싸움을 해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당선되기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을 방문해 책상에 돈 봉투를 놓고 왔다며 상대 의원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돈 봉투 의혹이 불거졌고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곡성군의회 누리집에 “6개월간 의원 세비를 자진 반납”하겠다며 사과문을 개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도 전남 구시군의원선거 곡성군가선거구에 김을남 의원을 후보자로 공천했다.
국민의힘 역시 의회로부터 출석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11명의 ‘징계 전력' 후보자를 기초⋅광역의회 선거에 공천했다. 
경기도 시도의원 고양시 제12선거구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후보등록한 김완규 후보자는 고양시의회 의원으로 재직중이던 2019년 음주운전이 적발돼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고양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당초 김완규 의원 징계안에 대해 ‘제명' 처분을 내리기로 의결했으나 이후 열린 본회의에서 ‘30일 출석정지와 공개회의에서의 사과'로 징계 수준이 낮춰져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폭행, 모욕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김현수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경상남도 함안군 구시군의원 선거 함안군다선거구에 출마했다. 김 전 의원은 재직 중 같은 당 소속 의원을 폭행해 의회에서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김향란 현 거창군의회 의원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2019년 선거구민인 거창군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6차례에 걸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김향란 후보자는 2014년 비례대표 거창군의회 의원선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2018년 거창군의회 의원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의회에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해 의원직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은 의원들도 이번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재출마했다. 
2019년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경상북도 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의원, 여성 접대부 요구 발언을 한 권도식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에 재출마했다. ‘(전)제8대 예천군의회의원’이라고 경력을 적은 이들은 각각 예천군나선거구, 예천군가선거구에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의회 김인호 전 의원은 출입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달서구의회와 소속돼 있었던 국민의힘에서 2020년 12월 제명됐다. 김 전 의원은 법원에 제명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됐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본인의 선거구인 달서구마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재출마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재출마한 ‘징계 전력' 후보자 26명의 징계 당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자유한국당 2명 포함), 무소속 8명, 국민의당 1명, 정의당 1명 순이었다. 
▲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는 모든 유권자가 기초⋅광역의회 의원의 징계 이력을 살펴볼 수 있도록 지난 8년간 기초⋅광역의회가 의결한 징계 이력 데이터를 뉴스타파 데이터포털 (shorturl.at/aivD4)에 공개한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