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공기업 낙하산 기부금 비리' 첫 공익감사 개시

2022년 03월 16일 10시 00분

뉴스타파가 지난해 폭로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들의 기부·후원금 부정 사용 연속 보도에 대해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결정했다. 공공기관의 기부금 예산 오·남용 비리를 보도한 지 9개월 만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기부·후원금 비리를 '공익감사'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공공기관 기부·후원 비리 공익감사 결정

감사원은 3월 14일, “청구 대상(공공기관)에 대한 감사 필요성이 인정돼 공익감사 청구 처리 규정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와 공공기관 예산 감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월 19일, “공공기관의 예산 오·남용 비리를 감사하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부패방지법에 따라, 회원 300명 이상을 둔 공익 목적의 비영리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 감사원이 지난 14일 정보공개센터로 보낸 공익감사청구 감사실시 여부 결정 통지서

농어촌공사, 가스공사, 중부발전, 마사회 등 4곳 공익감사

공익감사 대상 공공기관은 모두 4곳이다. 예산 부정 집행과 낭비 사례가 드러난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마사회. 이들 기관은 기부금 집행 관리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낙하산 임원과 사적 이해관계로 얽힌 단체에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기부금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뉴스타파가 확인한 4개 공공기관의 기부·후원금 비리 사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해당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원은 공익감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 한국농어촌공사

[뉴스타파 보도 내용]
 - 내부 기부금 집행 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낙하산 사장의 개인적인 취미 활동에 기부 예산 1,000만 원 집행.
 - 공사의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행사 후원 등 명목으로 총 2,000만 원 집행해 이해충돌 발생.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정 사항]
- 공사에서 업무와 관련성 없이 전 사장 및 전 임원과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에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항.

■ 한국중부발전 

[뉴스타파 보도 내용]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정 사항]
- 상임감사 출신학교에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항.

■ 한국가스공사

[뉴스타파 보도 내용]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정 사항]
- 공사에서 사장과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에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항.

■ 한국마사회

[뉴스타파 보도 내용]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정 사항]
- 특정 단체에 1억 원의 기부금을 집행하고, 사업 종료 후 기부금 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지 아니한 사항.

6개월 안에 공익감사 결과 공개

감사원은 앞으로 6개월 이내 공공기관 4곳을 대상으로 기부금 예산 집행 과정은 물론 위법 여부 등을 감사해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공익감사 청구를 맡은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누구나 이해충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감사 결정은 당연한 일”이라며 “감사원이 공기업의 기부금 유용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공공기관 기부금 비리’ 전수 조사 요청은 기각

시민단체가 청구한대로 감사원은 공익감사를 결정했지만, 공공기관 4곳의 기부금 예산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비위만 감사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들이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예산 비위 행위가 만연해 있다”며 전수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나 증거 등이 감사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아, 위법 또는 부당한 사무 처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수 조사를 거부했다. 김예찬 활동가는 “아쉬운 결정”이라며 “이번 청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기부금 집행 내역은 더 있다”고 말했다.
실제 뉴스타파 취재 결과, 소외·취약 계층에 써야 할 공공기관 기부·후원 예산을 '낙하산 임원들'이 사유화한 것으로 드러난 사례는 모두 14건이었다. 오·남용 예산액은 28억 5,000여만 원에 이른다. 이중, 이번 감사원의 공익감사 대상에 포함된 금액은 3억 원에 그친다. 공공기관의 기부금 비리가 일부 기관의 일탈이 아닌 낙하산 임원들의 구조적 문제일 개연성이 높기에 감사원의 전수조사 거부가 더 아쉬운 대목이다. 

감사원, “공익감사 처리 규정상 종결할 수밖에”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감사할 책임을 가진 감사원이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감사원의 직무태만, 직무유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익감사 처리 규정상 ‘종결’ 처리 대상이었고, 그 이외에는 답변하기 곤란함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시민단체와 함께 '공공기관 예산 감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공공기관 낙하산들의 예산 사유화와 불공정 비리를 추적하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지금까지 187곳을 검증했다. 아직도 절반 가까이 조사하지 못한 이유는 상당수 공공기관이 기부금 예산 집행 내역의 정보 공개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서다.

수백억 기부예산 감추는 인국공 상대, 정보공개 행정소송 시작

대표적인 게 인천국제공항공사다. 인국공이 쓰는 기부·후원 예산은 지난 5년간(2015~2019년) 694억 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138억 원이다. 그러나 기부 예산 세부 집행 내역은 비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인국공을 상대로 기부·후원 예산 집행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예산 자료를 감추는 공공기관에 대해선 소송을 벌이고 끝까지 자료를 받아 내 공개할 계획이다. 인국공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행정소송 첫 재판은 5월 13일 열린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 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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