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검찰은 왜 한명숙 사건을 다시 덮었나

2021년 03월 11일 15시 35분

2021년 3월 5일 검찰이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하 한명숙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사실상’ 최종적인 종결 처분을 내렸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검사가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한 의혹에 대해 더이상 수사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검찰의 공식 통지문을 인용하면 “피민원인들(검사와 수사관)의 모해위증교사 및 모해위증방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사건을 종결했다. 첫 문장에서 ‘사실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죄수와 검사Ⅱ:한명숙> 보도를 통해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진행된 대검 감찰팀 조사에서 한명숙 수사팀이 재소자들에게 증언 연습을 시켰다고 인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기사: https://newstapa.org/article/VkkBj) 또한 검찰이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을 확인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https://newstapa.org/article/sXM7I)
의혹이 있다고 검찰이 모두 기소를 해야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한명숙 사건과 관련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이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불기소 종결 처분이 타당한지 여부는 이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공소시효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지금 검찰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공소시효, 다른 하나는 임은정 검사다. 
먼저 공소시효. 2010년 12월 20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510호 재판정에서 한명숙 사건의 핵심 증인 고 한만호 씨(이하 한만호)가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 조사 때 한명숙 전 총리(이하 한명숙)에게 9억 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은 검찰의 회유로 거짓말을 했을 뿐이고, 실제로는 돈을 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만호는 증언했다. 이후 검찰은 한만호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쉽게 말하면 한만호가 법정에서 위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증인들을 내세웠다. 서울구치소에서 한만호와 같이 있었던 재소자들이었다. 
동료 재소자 두 명(김 씨와 최 씨)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한만호가 평소에 한명숙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이 시작되면 진술을 뒤집을 거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만호는 검찰이 약속을 어기고 사업 재기를 도와주지 않아 괘씸하게 생각했고, 출소하면 한명숙이 도와줄 것이라고 한만호가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검찰이 정확하게 원하는 증언이었다. 
2011년 2월 21일 한만호의 동료 재소자 김 씨가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증언이 검사의 위증교사에 의한 것이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지난해 뉴스타파는 재판에 등장한 동료 재소자 증인 두 명과 함께 검사실에게 증언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동료 재소자 H를 취재해 보도했다. 한만호가 위증을 하고 있다는 검찰 주장을 검사실에서 “앵무새처럼 외워서 연습했다”고 H는 폭로했다. H의 주장은 검사실 출정 (재소자가 검찰청이나 법원에 나가는 것) 기록과 일치했다. 
증인 김 씨는 2011년 2월 21일과 3월 23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최 씨는 3월 7일이다. H는 증언하지 않았다. 모해위증(남을 해할 목적으로 법정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범죄)은 공소시효가 7년인 일반 위증과 달리 공소시효가 10년이다. 만약 검사가 위증을 교사했다면 검사에 대한 공소시효도 같다. 최 씨의 공소시효는 2021년 3월 6일로 이미 지났다. 검찰은 모해위증교사에 대한 종결처분을 3월 5일에 내렸다. 최 씨에 대한 공소시효를 염두에 두고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씨의 공소시효는 3월 22일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임은정 검사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대검 감찰부는 감찰에 착수했다. 우연찮게 검찰 측 증인 최 씨도 뉴스타파 보도 직전 법무부에 2011년 당시 검찰이 위증을 교사했다는 진정을 냈다. 이 진정도 대검으로 이첩됐다. 판사 출신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6월 13일 한명숙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감찰에 대한 의지를 페이스북에 피력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인권부에 배당했다. 검사에 대한 징계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감찰 대상이 아니라 인권 침해 사건이라는 논리였다. 대검 감찰부와 인권부가 동시에 한 사건을 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6월 19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뒤 6월 21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권부가 총괄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이 감찰을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할 때 들었던 6가지 사유 중 하나로 이 감찰 방해 혐의가 포함됐다. 
대검 인권부는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했다.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당시 한명숙 사건 수사팀과 검찰 측 증인 등을 조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핵심적인 의혹 폭로자인 H가 중앙지검의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H는 중앙지검에서 검사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중앙지검 검사가 조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H는 판사 출신이 부장으로 있는 대검 감찰부의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임은정 검사는 지난해 9월 울산지검에서 대검 감찰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이 났다. 이후 임은정 검사는 한명숙 사건을 들여다 봤다. 당시 임 검사는 수사권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강제수사는 할 수 없었다. 사건 기록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H의 동의를 얻어 직접 면담했다. 올해 2월 22일 임은정 검사는 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이 나면서 수사권을 확보했다. 임 검사는 페이스북에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고 썼다. 한명숙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임 검사와 한동수 감찰부장은 위증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검찰총장과 법무부에 보고했다.
그러자 3월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 허정수 3과장을 한명숙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임은정 검사는 지금까지 사건을 조사한 자신이 수사권을 확보하자마자 오히려 사건에서 배제됐다고 반발했다. 대검은 사건을 지금까지 배당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사건 배당도 하지 않고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임 검사에게 배당한 적도 없으니 임 검사를 배제한 것도 아니라는 논리다. 3월 5일 검찰은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명숙은 돈을 받았나 안 받았나 

2010년 한명숙이 기소된 내용은 한만호로부터 9억 원을 현금과 달러, 수표 등으로 받았다는 것이었다. 1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전부 유죄를 선고했다. 2015년 양승태 대법원은 2심 손을 들어줬다. 다만 5명의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한만호의 검찰 진술보다 법정 증언이 더 믿을만하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9억 원 중 3억 원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대목은 있지만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이 없다고 2심을 비판했다. 
한명숙 사건의 핵심은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9억 원을 줬는지 안줬는지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은 매우 길고 복잡하다. 1억 원 짜리 수표나 한만호 비망록 등도 모두 이와 관련된 쟁점들이다. 이 부분은 조만간 자세하게 정리해 뉴스타파에서 책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명숙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어떤 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야당은 한풀이라고 공격하고, 여당은 한명숙 무죄를 외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사건을 과장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을 걷어내고 사실 관계에 집중해서 봐야한다. 

H의 폭로는 얼마나 믿을 수 있나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검찰이다. 모해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체이니 당연하다. 여기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 포함된다. (한명숙과 한만호는 이 사건에서 주인공이 아니다.) 다른 등장인물은 모해위증을 실행했다고 지목된 동료 재소자 김 씨와 최 씨다. 최 씨는 법무부에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진정을 냈다. 김 씨, 최 씨와 함께 위증 훈련을 받았지만 본인이 거부했다는 H도 있다. 여기에 검찰 조사에서 한만호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작성한 또 다른 최 씨가 있다. 또 다른 최 씨는 H 변호인과 면담에서 검찰이 진술서에 쓸 내용을 알려주고 교정해줬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위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서는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주요 등장 인물 중 검찰을 제외하고 4명의 재소자가 있는데, 4명 중 김 씨를 제외한 3명은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가 된다. 검찰의 위증교사를 가장 구체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사람은 H이다. 검찰의 반박도 H에 집중됐다.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은 여러 번 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긴 입장문은 처음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검찰은 H에 대해서 '사기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검증해서 보도하라'고 말했다. 사실 뉴스타파에게 충고를 한 셈이다. 통역을 하자면 ‘사기꾼 말을 믿고 보도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평가이기 때문에 검찰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검찰은 H에 대해서 이렇게 덧붙여 놓았다. 
"H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황당하고 과장된 진술을 해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이건 평가가 아니라 사실 관계에 대한 문제가 된다. 검찰은 H를 증인으로 신청할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H의 주장은 다르다. 김 씨와 최 씨의 증언 이후 본인이 거부해서 법정에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과 H,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운이 좋게도 (검찰에게는 운이 나쁘게도) 당시 공판 현장 녹음 파일을 입수할 수 있었다. 공판 조서에 기록되지 않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가 첫 번째 증언을 했던 2011년 2월 21일, 한명숙 사건 1심 제 7차 공판이다. 김 씨는 법정에서 한만호와 가장 친했던 사람은 H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사는 공판이 마무리 될 무렵 H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발언했다. “한만호의 진술 번복 경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H”라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H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명백하게 거짓말을 했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 검찰은 당시 한명숙 수사팀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입장문을 작성했을 것이다. 그럼 수사팀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수사팀이 한만호의 진술 번복 이후 H를 20번 넘게 조사한 것은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그렇게 조사를 하고도 왜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수사팀은 H가 조사를 받으며 신빙성 없는 소리를 많이 해서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는 답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2월 20일 

한명숙 사건은 2010년 12월 20일 기점으로 나뉜다. 이날은 한만호가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뒤집은 날이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12월 20일 이전에는 돈을 줬다는 한만호의 진술을 토대로 한명숙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입증해야하는 사건이었다. 12월 20일 이후에는 한만호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하는 사건으로 바뀌었다. 
12월 20일 이후 검찰은 바빠졌다. 12월 21일 한명숙 수사팀 신 모 수사관은 전산으로 죄수 H의 사건을 조회한다. 증인 김 씨가 검찰에 와서 조사를 받은 12월 27일에도 H의 사건을 조회했다. 검찰이 H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건에 연루가 돼 있는지 알아봤다는 말이다. 그리고 검찰은 H에 매달린다. H를 계속 검찰에 부른다. 하지만 H는 거부했다. 검찰의 출정 요구에 H가 네 차례 거부한 기록이 남아있다. 
H가 검사실 출정을 계속 거부하자 12월 28일 한명숙 수사팀 신 수사관은 H를 찾아갔다. H는 그날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고등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수사관은 법정 대기실로 H를 찾아갔다. 이건 검찰도 인정했다. H는 그래도 출정을 거부했다. 검찰은 H의 아들을 검사실에 불러들였다. H는 사실상 협박으로 느꼈다. H는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다. 

증언 연습 

H는 검찰이 간절하게 원하는 증인이었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 끝에 H를 설득(혹은 굴복)시킨 검찰은 증언 연습을 시작했다. 김 씨, 최 씨, H,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연습을 했다. H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써주는대로 베껴쓰면서 증언을 외웠다. 각자 연습하고 모여서 대화하며 서로 모순이 없는지 확인했다. 검찰의 전략은 한 명이 증인으로 나가 증언하고 미진한 것은 다음 사람이 나가서 증언하는 것이었다고 H는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삼인성호(三人成虎)’ 작전이다. 
2011년 1월 27일부터 김 씨의 마지막 법정 증언이 있었던 3월 23일까지 H는 21번 검사실에 불려갔다. 최 씨는 18번, 김 씨는 10번이다. 김 씨는 당시 재소자 신분이 아니었다.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꼬박꼬박 검사실에 나가서 조사를 받았다. 특이한 것은 최 씨의 경우 본인의 법정 증언이 끝나고 나서도 김 씨의 증언이 끝날 때까지 엄희준 검사실에 3번을 출정했다. (H 주장에 따르면 세 명이 입을 맞추기 위한 출정으로 볼 수 있다.) 김 씨와 최 씨, 죄수H가 같은 날 조사를 받은 것도 8번에 이른다.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조사를 받은 날이 적어도 7번이다. 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검사실에 몰래 뒷문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인했다. 
검찰은 단순 참고인에 불과한 김 씨와 최 씨, H를 수십 차례 검사실에 부른다. 검사실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H는 위증을 훈련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단순히 증언을 연습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의자가 아니라 단순 참고인, 목격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강도 높게 조사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은 H의 말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 조사에 따르면 한명숙 수사팀은 증언 연습을 시킨 것은 인정했다. 다만 "없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연습이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없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연습이었다면 왜 그렇게 많이 불러서 강도 높은 연습을 시킨 걸까. 이에 대해 H는 "검찰이 알려준 내용 외에 다른 말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연습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한만호가 진술을 번복한 뒤 일주일 만에 검찰에 불려갔다. 2010년 12월 27일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은 녹화됐다. 2011년 2월 21일 김 씨는 법정에서 증언했다. 뉴스타파는 두 개의 녹취록을 입수해 비교해봤다. 두 달 사이 김 씨의 증언은 많이 달라졌다. 사실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 부분도 있고,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억하게 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한명숙이 돈을 받은 시점에 대해서 검찰 조사 때는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가, 법정 증언에서는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해서 말했다. 이것이 검사실에서 진행된 증언 연습의 결과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KBS <시사직격>은 김 씨가 증언 연습을 했던 기간에 교통사고를 저질렀고,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 검찰이 개입해 김 씨를 무혐의 처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대한 검찰의 해명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해명은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정리해보자. 지난해 5월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한명숙 편  보도 이후 많은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우선 제2의 증인 최 씨가 등장해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재차 제기했고 또 다른 최 씨가 나타나 같은 증언을 했다. 이후 대검 감찰팀 임은정 검사는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한만호가 법정에서 증언을 뒤집자마자 엄희준 검사실이 죄수H를 포함한 여러 죄수들의 사건을 전산 조회했다는 사실, 검찰 측 증인 김 씨가 출소 이후에도 엄희준 검사실을 10번이나 다녀갔다는 사실, 엄희준 검사실의 관계자들조차 '증언 연습'을 시인했다는 사실 등이다. 여기에 뉴스타파의 추가 취재로 증인 김 씨의 검찰 진술과 법정 진술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것과 검찰이 죄수H를 실제로 증인으로 신청했으면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김 씨의 교통사고 사건을 덮어줬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 모든 새로운 사실들을 무시하고 검찰은 사건을 덮기로 결정했다. 사건을 배당한지 불과 3일만에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한 기소독점권 덕분에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유일한 방법은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이지만 보수 언론들은 "이미 처분한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사례가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미 사건의 본질은 ‘H의 폭로는 얼마나 믿을 수 있나’가 아니라 ‘검찰의 해명은 얼마나 믿을 수 있나’로 바뀌었다. 이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