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사업에 뛰어든 기자...토호세력과 검은 돈

2021년 11월 11일 10시 00분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의 석탄재 폐기물 사업 관련 의혹과 이를 눈감아 준 공무원들을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김 전 국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여수경찰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뉴스타파는 경찰의 결정에 과연 문제가 없는지 따져봤다.

배임, 횡령 의혹 나왔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

지난 2019년 1월  15일 당시 성지산업 대표를 맡고 있던 김용석 전 국장은 A업체와 '석탄재 공급에 따른 상호 협약서'를 체결했다. 전남 여수시 묘도동 항만재개발 공사 현장에 성토 및 매립 복토용 석탄재 폐기물 50만 톤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해양수산부는 묘도동 2016번지 일원 300만㎡ 규모의 준설토 매립장을 항만 에너지 허브 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주식회사 한양에 시공을 맡겼다. 한양은 부지 조성을 위해 수백만 톤의 석탄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협약서에 따르면 A사는 석탄재 50만 톤을 성지산업에게 일괄 양도하고, 석탄재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선별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바지선에서 사업장까지의 석탄재 운송권을 갖고, 석탄재 양도에 따른 민원 비용을 받기로 했다. 협약서에는 민원 비용의 금액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고, '별첨에 따른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양도하기로 한 석탄재 50만 톤은 실체가 없었다. A사 대표 김 모 씨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도 받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 50만 톤을 어떻게 줄 수 있나"며 "협약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지산업은 협약서에 명시한 민원비용 지급 기간 하루 전인 1월 30일 A사 대표 김 씨의 개인 계좌에 5천만 원을 송금했다. 당시 성지산업은 내부 자금이 없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했다. 
양효동 전 성지산업 이사는 "대출을 받아 우선 5천만 원을 지급하고, 추후 석탄재 공급이 이뤄지면 5천 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석탄재 50만 톤을 양도하기로 한 것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고, 김용석 국장이 A사 대표와 사전에 공모해 회삿돈을 가로챈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서에는 손글씨로 5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들은 묘도 지역 여론 주도층으로 김용석 국장과 고향 선후배사이였다. A사 대표는 성지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들과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김용석 국장은 지역 기득권층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쪽 지역 사람이 아니면 또 지역 업체가 아니면 (석탄재 사업을) 못 하는 기득권이 있었던 거예요. 기득권이라고 하면 토호세력이니 뭐니 할 건데, 이 친구들이 (석탄재) 사업을 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친구들이 이런 부분들을 너희한테 하게끔 해줄게. 쉽게 말해서 성지산업한테...보상차원에서 그 때 얘기가 돼 가지고 이게(5천만 원) 전달된 걸로 알고 있는데  

김용석 전 여수MBC 국장
협약서에 이름이 적힌 5명이 석탄재 사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돈을 건넸다는 게 김용석 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양효동 전 성지산업 이사는 돈을 송금한 날부터 보름 뒤인 2월 14일 자신의 수첩에 'A사가 50만 톤 양도한 물량은 한양이 인정하고, (묘도동지역) 발전협의회가 인정했느냐'고 메모했다.  성지산업이 A사로부터 50만 톤의 석탄재를 양도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결국 성지산업은 있지도 않은 석탄재를 공급받기로 했다며 회삿돈 5천만 원을 지역 토호세력에게 나눠 준 김용석 대표를 해임하고,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여수경찰서에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면죄부를 줬다. 

인허가 비용으로 천만 원 썼고, 공무원은 실수(?)로 레미콘 공장 허가 내 줘

과거 성지산업에서 일했던 직원 김 모 씨는 자신의 업무를 다이어리에 꼼꼼히 기록했다. 누가 어떤 일로 사무실을 방문했는지도 적었다.  
뉴스타파는 이 다이어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다. 모두 28차례 등장했다. 그 이름을 검색해보니 과거 여수시청에서 근무한 경력이 나왔다.  폐기물 처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6년 파면된 여수시 환경직 공무원 한 모 씨였다. 
성지산업은 인허가 업무 대행 비용으로 전직 여수시청 공무원 한 모 씨에게 2370만 원을 지급했다.
성지산업은 한 씨에게 2018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7차례 모두 2370만 원을 지급했다. 성지산업은 한 씨에게 돈을 보낼 때 계좌 거래 내역에 송금 목적을 적었다. 2019년 2월, 200만 원을 송금했을 때는 '인허가변경수수료'라고 적었고, 4월에 50만 원을 보냈을 땐 '비산먼지인허가관련'이라고 메모했다.
그런데 6월에 20만 원을 송금할 때는 '한00님여수시청관련'이라고 썼다. 양효동 전 성지산업 이사는 "한 씨가 공무원들과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며 돈을 받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지산업이 수백만 원이 넘는 뭉칫돈을 한 씨에게 송금한 것은 확인된 것만 3차례. 2018년 10월 25일과 10월 30일 각각 500만 원을 송금했고, 그해 12월에는 천만 원을 보냈다. 단순히 인허가 업무를 대행한 대가로 보기엔 상당히 큰 금액이다.   
양 전 이사는 "사업장을 이전하는데 인허가 비용으로 1천만 원을 지급했고, 레미콘 허가 변경하는데 1천만 원을 줬다"며 "허가 변경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한 씨에게 물어본 적 있는데 '공무원들하고 관계를 만들어 놔야 원만하게 일이 진행되지 않겠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 씨가 인허가 비용으로 건당 1천만 원씩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여수시가 법적으로 허가해줄 수 없는 레미콘 공장 허가를 성지산업에게 내준 사실을 확인했다. 
항만 재개발 공사가 진행중인 여수시 묘도동 준설토 매립장에는 부지 조성 작업이 끝나면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과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반 공사가 시작되면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 즉 레미콘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준설토 매립장 바로 옆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 역시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레미콘 공장이 들어선 곳은 자연녹지 지역이어서 공장 허가가 날 수 없는 땅이다.  여수시가 법을 어기고 레미콘 공장 허가를 내준 것. 당시 허가를 내 준 공무원은 단순한 업무 실수라고 해명했다.  
 레미콘 공장 인허가 비용으로 천만 원과 설비 인수 대금, 취등록세 등을 합쳐 모두 2억3400만 원을 쓴 성지산업은 두달 뒤 레미콘 설비 일체를 매각했다. 공장등록 허가도 설비를 인수한 회사로 넘어갔다. 
하지만 성지산업으로 입금된 매각 대금은 2억900만 원. 김용석 국장은 레미콘 설비를 인수한 업체로부터 4600만 원을 개인 계좌로 따로 받았다. 회사 자산 매각 대금의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김용석 국장은 이 레미콘 회사의 지분 10%를 보유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김용석 대표가 세운 다솔산업이 인허가를 받는 과정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솔산업은 성지산업이 임대해 쓰고 있는 땅을 임의로 나눠 다솔산업의 공장 부지로 등록했고, 여수시는 이를 허가했다. 
김용석 국장은 임대차 계약서에 성지산업과 개인 김용석 2명이 임차인으로 돼 있고, 자신에게 부여된 임차인의 권한으로 땅을 빌려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차인이 땅주인 몰래 재임대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땅 소유주는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임대를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 공무원들은 사실관계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허가를 내줬고, 여수경찰서는 김용석 국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뉴스타파는 다음 보도에서 석탄재 페기물 사업을 설계하고 배후 조종한 또다른 언론인을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촬영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