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KBS가 띄운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학계 "근거 부실" 혹평

2021년 11월 12일 10시 56분

최근 KBS의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보도 근거가 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용역 보고서들이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에서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혹평을 받았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대하는 사참위의 관점과 조사 방식은 물론, 이에 대한 부실한 검증으로 잠수함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KBS에 대해서도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11월 1일 KBS의 ‘세월호 잠수함 침몰설’ 보도 (보도영상 캡처)

KBS의 뜬금없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보도... 근거는 ‘사참위 용역보고서’

지난 1일 KBS는 뉴스9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한 2편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첫 리포트는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스태빌라이저)의 과도한 회전 원인에 관한 것이었다. 핀안정기는 선체 좌우로 날개처럼 펼쳐져 좌우 요동을 줄여주는 장치로, 회전축인 샤프트를 중심으로 날개 부분을 위아래로 일정한 각도까지 회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조사한 결과 좌현 핀안정기가 작동 한계각인 25도를 크게 넘어 50.9도까지 회전한 상태였다. 가능성은 두 가지, 운항 도중 수면에서 좌현 핀안정기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 돌아갔거나, 선체가 침몰하며 해저면에 접촉할 때 과도한 회전이 발생했을 수 있다. 
KBS는 이 가운데 해저면과 접촉시 과도한 회전 발생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사참위가 두 가지 용역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접촉하고 지반 속으로 박힐 때 받는 힘의 크기는 최대 70톤 정도인 반면, 핀안정기 날개를 작동 한계각인 25도 이상으로 회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힘은 160톤으로 도출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좌현 핀안정기의 과도한 회전은 침몰 당시가 아니라 운항 도중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11월 1일 KBS의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 보도 화면
두 번째 리포트는 운항 도중 핀안정기에 힘이 작용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취지의 취재 결과였다. 세월호 화물칸에 실려 있던 차량 블랙박스의 복원 영상에 녹음된 소리들을 분석한 결과, 화물이 대규모 이동을 시작하기 5초쯤 전인 8시 49분 36초 무렵 “끼익”하는 고주파음이 포착됐다는 것. KBS는 “이 소리가 금속성 물체 간의 마찰음으로 추정된다”며, “핀안정기에 외력이 작용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튜디오에 출연한 취재기자는 “수중에서 핀안정기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 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KBS 보도 나흘 뒤인 지난 5일, 사참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KBS 보도는 위원회 공식 입장이 아니며, 침몰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KBS 보도를 주도한 홍사훈 기자의 설명과 배치된다. 홍 기자는 보도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월 말 사참위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잠정적으로 잠수함 충돌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 근거가 되는 용역 결과에 대한 공동 검증을 요청해와 수 개월간 취재했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사참위가 사실상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KBS 보도 당일인 11월 1일 오전, 사참위는 관련 용역보고서들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는 사참위가 11월 5일 대한조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특별 세션을 배정받아 용역 결과들을 공식 발표하고 조선공학계의 검증을 받기로 예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11월 5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조선학회 추계학술대회 세월호 특별세션

사참위, 조선학회서 용역보고서 공개...학자들 “비과학적·비현실적” 혹평

사참위가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용역연구 결과물 4건은 아래와 같다.
▲세월호 핀안정기 위치(위)와 좌측면이 해저면에 닿아 있던 침몰 중 선체 쏘나영상(아래)
연구①은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좌측면부터 해저에 닿으며 좌현 핀안정기가 지반 속으로 관입될 때 발생하는 회전모멘트를 계산했다. 여러 상황들을 추정해 고려해도 최대 100ton·m을 넘지 않는 값이 산출됐다. 
연구②는 침몰된 선체가 3년 간 해저면에서 3~4m 이동함에 따라 지반에 박혀 있던 좌현 핀안정기에 걸릴 수 있는 회전모멘트의 크기를 계산했다. 최대 53ton·m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③은 세월호 핀안정기가 25도의 작동 한계각 이상으로 회전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 154ton·m로 추산된다고 결론 내렸다. 
3개의 연구 결과들을 조합하면,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는 침몰 후 해저면과 접촉하고 지반에 박힐 때 50.9도까지 과회전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세월호가 운항하는 도중에 핀안정기에 어떤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만 남게 된다는 주장이다.
▲2013년 1월 증개축 당시의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위)와 설계도면(아래)
그러나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조선공학자들은 잘못된 가정에 따른 왜곡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핀안정기의 과회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순한 ‘충격력’이 아니라 ‘토크(회전모멘트)’인데, 좌현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박힐 때 발생하는 토크는 선체가 해저면에 접촉하는 순간 ‘어떤 자세’였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①은 크게 세 가지 경우(선체 좌측면과 해저면이 평행하게 접촉, 선수부터 접촉, 선미부터 접촉)를 상정해 계산을 수행했지만, 실제로 선체가 해저면에 닿는 순간의 움직임은 그보다 훨씬 복잡 다양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토크 값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정준모 인하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선체가 어떤 자세로 침몰했는지가 좀 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으면 그 후속 작업은 잘못된 가정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닿을 때의 ‘속도’와 그에 따른 충격량 산출 방식도 지적을 받았다. 연구①은 세월호가 사고 당일 선수만 남기고 전복된 후 3일 간 천천히 가라앉았다는 점을 근거로 선체가 해저면에 닿을 때에도 매우 느린 속도의 접촉이 일어난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따라 핀안정기에 작용한 회전모멘트도 ‘준정적(quasistatic)’인 것으로 모델링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했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당시 선체 중량이 부력을 제외해도 몇 천 톤인 상태에서 지반 접촉과 관입이 진행됐다면 적지 않은 충격이 가는 상황이지 서서히 움직이는 준정적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충격량이 큰 것으로 모델링했다면 토크 값도 더 커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핀안정기가 작동 한계각 25도를 넘어 회전하기 위한 힘의 크기를 계산한 연구③에 대한 지적은 좀 더 거시적인 틀에서 제기됐다. 연구 ①~③을 종합하면 좌현 핀안정기의 과회전은 침몰 때가 아니라 운항 중 수면에서 발생한 것이 되고, 이것이 세월호의 급격한 선회를 야기한 힘으로 의심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월호 핀안정기는 통상 양력 방향(날개가 뒤쪽 아래로 처진 상태) 23.5도를 유지했으므로, 이 상태에서 과회전을 발생시킬 수 있는 힘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 또는 뒤에서 앞일 수밖에 없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핀안정기에 부딪치지 않은 이상, 세월호 뒷편에서 따라온 어떤 물체가 핀안정기를 충격하는 시나리오가 유일하다.
그런데 연구③의 결과 핀안정기가 25도 이상의 과회전을 하려면 최소 154ton·m의 토크가 걸려야 한다. 1ton·m의 토크는 1m의 막대기 한쪽 끝을 고정시키고 다른 쪽 끝에 막대기와 수직방향으로 1ton의 힘이 걸렸을 때의 회전모멘트(또는 회전력)다. 세월호 핀안정기는 폭이 1.45m 길이가 3.26m이며, 날개의 뒤쪽 끝단은 회전축인 샤프트와 약 1m 떨어져 있다. 이런 구조에서 154ton·m의 토크가 산출되었다면 핀안정기 날개 끝단에 걸린 수직 힘도 154ton이다. 그런데 핀안정기 날개가 뒤쪽 아래로 23.5도 내려져 있던 상태였으므로, 뒤에서 앞 방향으로는 395ton의 힘이 가해져야 수직 힘 154ton과 같아져 154ton·m의 토크로 핀안정기를 과회전시킬 수 있게 된다.
▲ 토크의 개념 및 좌현 핀안정기 충돌 시나리오에 필요한 후방 충격력 계산
문제는 세월호 핀안정기의 제원을 고려할 때, 395ton이라는 힘이 핀안정기 뒤쪽에서 가해진다면 날개가 돌아가기 전에 파손부터 발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양된 핀안정기의 축과 날개는 변형이나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장범선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핀안정기 뒷쪽에서 395ton이 가해지면 핀의 샤프트(회전축)가 견딜 수가 없다. 핀 샤프트는 260ton만 가해져도 소성 변형이 생긴다. 400ton 가까운 힘이면 큰 변형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선공학자들의 지적을 종합하면, 이번 용역 연구를 근거로 세월호 좌측 핀안정기의 과회전이 침몰 시 해저면에 접촉하고 박힐 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접촉하는 순간의 선체 움직임과 속도에 대한 추론이 너무 단순하게 제시돼 도출된 결과 값을 신뢰하기 어렵고, 핀안정기를 과회전시킨 힘이 운항 도중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회전보다 파손이 먼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④번 연구는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의 소리 주파수를 분석해, 세월호가 급선회해 크게 기울어지는 구간에서 좌우 엔진의 회전수(RPM) 차이가 상당히 벌어졌다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조선공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세월호가 급선회하는 순간 좌우 엔진의 회전수(RPM) 차이가 벌어진 것은 유체역학적으로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당시 급선회 과정에서 선체가 크게 기울어진 상태였으므로 한쪽 프로펠러는 물 속에 더 깊이 들어가고 또 다른 한쪽 프로펠러는 일부가 수면 밖으로 노출되는 형태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양쪽 프로펠러에 걸리는 부하가 달라져서 엔진의 회전수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사참위가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공식 발표한 4개의 용역연구 결과물들은 모델링과 방법론 등에 있어서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지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것으로 정리됐다. 지난 3년 간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사참위가 이 4개의 용역연구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모두 10억 원이 넘는다.

선조위 ‘열린안’ 서명했던 장범선 교수, “이젠 외력 불가능 결론 내릴 때”

사실상 잠수함 충돌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사참위의 연구 용역이 조선공학계의 혹평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의 과회전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과회전 현상이 외력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선조위에서 수행한 좌현 핀안정기 내외부 개방 검사 장면
당시 선조위는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가 작동 한계각 이상 돌아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담당 조사관들이 회전축과 날개의 표면 검사, 내부 조직에 대한 비파괴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충격에 따른 손상 흔적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조위 대다수 조사관들은 선체가 침몰하며 좌현부터 해저면에 닿을 때 핀안정기가 먼저 접촉하고 박히는 과정에서 과회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외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권영빈 상임위원 등 ‘열린안’ 측 조사위원과 일부 조사관들은 2018년 4월 13일 ‘외력검증TFT’를 정식 설치하고 좌현 핀안정기가 운항 도중 작용한 외력으로 과회전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조사를 종료했다. 
핀안정기 외력 시나리오는 선조위의 또 다른 조사 과정에서도 기각됐다. 외력TFT는 세월호 AIS 항적 기록상 8시 49분 무렵 발생한 ‘초당 15도’의 급격한 선회율은 외력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선조위가 의뢰한 모형항주시험을 수행하고 있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 측은 이를 장비 오류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해당 구간에선 세월호가 40도 넘는 급경사 상태여서 자이로컴퍼스의 오작동 등이 발생했을 수밖에 없으므로, AIS 데이터 가운데 위치(위경도)와 속력 정보만 신뢰할 수 있고 선회율, 선수방위, 코스값 등은 신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즉, 초당 15도의 선회율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마린의 해석이었다. 그럼에도 외력TFT는 마린 측에 ‘좌현 핀안정기에 외력을 적용한 모형항주시험’을 의뢰했다. 
마린은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몇 가지 사전 계산을 수행했다. 우선 좌현 핀안정기가 굽어지거나 파손되는 등 변형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260ton으로 계산했다. 반면 초당 15도의 선회율을 구현하려면 좌현 핀안정기 부분에 선체 진행 방향으로 26,133ton,
 진행 방향의 수직으로는 232,763ton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외력TFT와 마린은 협의를 거쳐 좌현 핀안정기가 버틸 수 있는 최대치인 260ton의 외력을 적용시킨 모형항주시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선회율은 초당 2.7도에 불과했다. 마린은 최종보고서에서 핀안정기에 외력을 가해도 선회율 증가분이 초당 15도에 크게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방향으로 작용하는 외력은 선체의 횡경사를 오히려 방해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된 세월호의 실제 횡경사 거동과 부합하지 않게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세월호 외력 가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라고 결론 내렸다.(관련기사 :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세월호 외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
이처럼 이미 3년여 전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참위는 당시와 똑같은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대대적인 용역 연구를 진행했다. 좌현 핀안정기의 과회전이 침몰 이후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운항 도중 외력이 작용했다는 가설을 잔존시키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조선공학자들은 사참위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선조위 시절 ‘열린안’ 종합보고서에 서명했던 서울대 장범선 교수의 평가다. 장 교수는 사참위의 대한조선학회 특별세션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세월호에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선조위 때도 많이 고려를 했었다. 그러나 가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좌현 핀안정기 뒤쪽에서 앞 방향으로 힘을 주면 선체의 회전도 빨라지지만 속도도 함께 빨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당시 AIS 데이터를 보면 선체가 급경사 상태로 드래프팅 중이기 때문에 속도가 계속 느려졌다. 속도가 빨라지지 않고 회전만 빨라지도록 힘이 가해질 방법은 없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볼 때 이제는 세월호 급선회 과정에서 외력의 작용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참위 출범 이후 최근까지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와 관련해 각종 자문을 제공했다. 

기존 연구 검토 없고 검증도 부실…사실상 ‘받아쓰기’ 돼버린 KBS 보도

결국 KBS의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 보도는 근거로 삼았던 사참위 용역보고서가 조선공학계의 혹평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무의미한 보도로 귀결됐다. 그러나 이 정도 평가만으로 넘기기엔 짚어봐야 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금번 KBS 보도를 주도한 홍사훈 기자는 현재 탐사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 소속으로 한때 과학전문기자 타이틀을 갖고 활동하기도 했다. 홍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대로라면, 사참위는 최근에야 공식 공개된 핀안정기 관련 용역 결과를 이미 4개월 전 KBS에 독점 제공하며 취재와 보도를 요청했다. 홍 기자가 이를 수용하면서 KBS의 취재가 시작됐는데, 문제는 그것이 결과적으로 ‘검증 취재’가 아닌 ‘받아쓰기’였다는 데에 있다.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의 과회전 관련 조사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3년 전 선조위에서 진행된 바 있으며 그 결과는 종합보고서에 모두 담겨 있다. 또한 당시 좌현 핀안정기에 외력을 적용한 마린의 모형시험 보고서 역시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다. 그러나 KBS 기사 내용과 홍 기자의 페이스북 글, 어디에서도 이같은 기존 조사와 연구 기록들을 검토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취재 과정에서 이 같은 기존 조사 결과물을 사전 검토했다면 잠수함 충돌설은 사실상 불가능한 주장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 KBS가 보도한 좌현 핀안정기 과회전 방향
하지만 결과적으로 KBS의 첫 리포트는 사실상 사참위가 제공한 용역보고서의 결론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보도였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부분이 등장한다. 보도 속에는 세월호 핀안정기 날개가 50.9도까지 과회전된 방향이 그래픽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꺾인 방향이 실제와 정반대로 묘사됐다. 선조위 종합보고서에는  좌현 핀안정기가 ‘양력 방향(nose-up)’, 즉 날개가 뒤쪽 아래 방향으로 과회전 상태였다고 기재돼 있다. KBS의 그래픽은 수중의 잠수함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날개를 쳐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청자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잘못이다. 
KBS의 두 번째 리포트는 나름의 자체 검증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 부실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두 번째 리포트는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녹음된 소음의 주파수 분석을 통해 외부 충격의 근거를 제시한다. 오전 8시 49분 36초 경 발생한 “끼익” 소리가 720kHz의 고주파 대역 소리이며, 이는 금속성 마찰음으로 보인다는 민간 소리분석업체의 분석을 인용해 핀안정기에 무언가가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한조선학회 특별세션에서 블랙박스 음성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장현 인하대 조선공학과 교수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이 교수는 KBS 보도에서 제시한 8시 49분 36초대의 모든 소음들을 증폭시켜 분석한 결과, 크게 들리는 “끼익” 소리 외에도 720kHz 부근의 고주파 대역 소리들이 다수 포착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주파수 대역이 금속성 마찰음일 개연성은 높지만,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대역의 다른 소리들이 다수 포착된 것으로 미뤄 당시 18도 정도의 초기 횡경사로 인해 컨테이너와 철근 등 화물칸 내의 여러 금속성 화물들이 밀리면서 바닥면과 마찰해 발생한 소리들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끼익” 소리 하나만을 놓고 외부에서의 접촉이나 충돌을 확신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취재일수록 ‘크로스체크’가 필요하지만 KBS는 사참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민간 소리분석업체 단 한 곳의 분석 결과만을 인용했고, 결국 대형 오보로 이어졌다. 
KBS는 대한조선학회 특별세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 취재해 학계가 제기한 지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제작진
영상취재이상찬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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