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v. 윤석열>② “조우형이 곧 부산저축은행”...2011년 이강길 대검중수부 진술

2024년 10월 11일 12시 00분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이 부산저축은행과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새롭게 확인됐다. 최초 대장동 사업권자였던 이강길 전 씨쎄븐 대표의 2011년 4월 18일자 대검중수부 진술 조서다.
이강길 전 대표는 대검중수부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과 처음 알게 된 과정,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대출금을 끌어 오는 과정에 모두 조우형이 깊이 관여했다고 진술했다. 이강길은 “저는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이라고 봤습니다”라고 말했다.(아래 사진 참조) 
뉴스타파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기자 3명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에 제출한 6만 쪽이 넘는 증거기록에서 이 같은 이강길의 진술 조서를 확인했다.
최초 대장동 사업자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대검중수부 진술 조서. (2022.4.18.)  

“저는 '조우형은 부산'이라고 봤습니다”

뉴스타파 기자 3명(김용진 대표, 한상진·봉지욱 기자)이 기소된 이른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봐준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뉴스타파는 2022년 3월 6일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봐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고, 검찰은 이를 윤석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1805억 원 대장동 대출에 범죄 혐의가 없었고 수사대상도 아니었으며, 따라서 조우형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검찰이 법원에 낸 각종 증거기록에서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기록을 여럿 확인했다.  최초 대장동 사업권자였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의 진술 조서도 그 중 하나다. 이강길이 대검중수부 조사를 받은 건 2011년 4월 18일, '윤석열 수사팀'이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한 달 남짓 되던 시점이었다.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압수수색할 당시 모습 (출처: KBS)

“조우형 지시대로 부산저축은행 계약서 수정”

2011년 4월 18일 만들어진 이강길의 진술 조서는 시작부터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이강길: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었던) 김양 사장님은 2010년도 초경 조우형이라는 사람 소개로 처음 만나 점심 식사한 사실이 있고, 그 후로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습니다.

대장동 사업자 이강길 대검중수부 진술 조서 (2011.4.18.)
그리고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1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 전반에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이 일일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이어진다. 부산저축은행과 이강길 간에 맺어진 각종 계약서 문구까지 조우형의 요구와 사실상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검사: 진술인(이강길)은 이 약정서를 부산저축은행 측과 작성한 사실이 있지요.
이강길: 예, 그렇습니다. 부산, 부산2, 중앙부산, 대전저축은행과 작성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우형이 ‘삭제’라는 부분을 빼달라고 해서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대장동 사업자 이강길 대검중수부 진술 조서 (2011.4.18.)
심지어 이강길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규모의 ‘금융자문수수료’를 부산저축은행에 지급하기로 계약한 것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부산저축은행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조우형은 (곧) 부산(저축은행)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조우형이 사실상 부산저축은행의 대리인이었다’는 것이다. 
또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을 성사시킨 조우형이 대검중수부 수사를 사실상 방해하라는 식의 요구 혹은 지시도 한 적이 있으며, 조우형과 부산저축은행이 뭔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강길: 부산에서 돈을 빌렸고, 앞으로 대출금에 대한 연장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산 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변경 약정서 작성할 즈음 부산 측 조우형이 저에게 요구하여 작성해 준 것입니다. 저는 조우형은 부산이라고 봤습니다...(중략)...조우형이 저에게 검찰 전화번호가 몇 번으로 시작하는지 알아 연락이 오면 받지 말라는 등의 얘기를 했는데,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우형이) 이번에 검찰(대검중수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중략)
검사: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과 어떤 관계가 있길래 진술인의 전화를 받지 않고, 진술인에게 걸려온 검찰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한 것인가요.
이강길: 조우형이 벨리트하우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산저축은행과 깊숙이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까지는 모릅니다.

대장동 사업자 이강길 대검중수부 진술 조서 (2011.4.18.)

2011년 대검중수부,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불법성 확인

검찰은 지난 7월과 8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봉지욱 기자를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는 ‘조우형은 2011년 대검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수사대상자가 아닌 단순참고인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사업에 대한 대출 1805억 원은 불법 대출이 아니어서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2022년 대선 전 뉴스타파 등 여러 언론사가 보도한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의 조우형 봐주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법원에 낸 2011년 대검중수부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대검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18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규모의 금융자문수수료를 챙기고, 대장동 사업주가 법이 정한 한도를 넘는 대출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회사 이름으로 쪼개기 대출을 받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한 상태였다.
이강길의 대검중수부 진술에 따르면, 이강길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대장동 사업체 3곳(씨세븐,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나인하우스) 명의로 1000억 원이 넘는 대출금을 쪼개기 형태로 받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에 100억 원의 금융자문수수료를 주기로 약정했다. 금융자문수수료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대출을 받아간 사람(차주)로부터 선이자처럼 받아간 돈으로, 불법 소지가 있는 돈이었다.
이강길은 대검중수부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은 대출을 실행하면서 금융자문수수료 명목으로 100억 원을 가져갔다. 그 돈은 저희 회사(대장동 사업체)에 오지도 않고 부산저축은행에서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7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는 뉴스타파 한상진, 봉지욱 기자와 김용진 대표.(왼쪽부터)

"금융자문수수료가 수사 단서"...'대장동 금융자문수수료'만 수사 안 한 이유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대출을 실행하면서 선이자처럼 금융자문수수료를 받아갔다는 사실은 ‘윤석열 수사팀의 조우형 봐주기’ 의혹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1년 대검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수사에 나선 배경에 바로 이 금융자문수수료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21년 10월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부산저축은행에서) 압수한 회계자료를 살펴보다 ‘금융자문수수료’라는 계정을 발견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받아 챙긴 금융자문수수료가 수사의 시작이자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 왜 부산저축은행에 100억 원의 금융자문수수료를 지급한 대장동 사업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는가 하는 점이다. 
2011년 당시 대검중수부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3번이나 불러 조사한 걸로 확인된다. 2번에 걸쳐 진술서를 받았고, 진술조서도 한 번 작성했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선 단 하나도 질문하지 않았다.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이 조우형을 의도적으로 봐 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지난 대선 때 많은 언론사가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최윤원
영상취재신영철
영상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