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의 외출

2022년 11월 07일 14시 20분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더 나은 언론 생태계를 위해 독립PD,감독과 연대와 협업을 합니다. 장정훈 독립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는 ‘2022년 뉴스타파 독립다큐 공모’에 선정된 작품으로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89세의 노병이 탈북민이 세운 학교에 초대받으며 일어난 일을 담았습니다. 장정훈 독립감독은 민통선 주변의 지뢰 문제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Land of Iron’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설명-
브라이언, 89세로 영국 중부 맨체스터에 산다. 영국인인 그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그리고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많은 전우가 그의 눈앞에서 쓰러졌고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방황했다. 그의 나이 19살 때였다. 그때의 기억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영국 런던의 뉴몰든에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탈북민 공동체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한겨레 학교가 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20~40대의 젊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위해 세운 한글 학교다. 매주 토요일, 80여명의 탈북민 자녀는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운다.
2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가 된 브라이언은 좀처럼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외출했다. 한겨레 학교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망설이지 않고 초대에 응했다. 자신이 총부리를 겨누었던, 적국에서 온 사람들을 꼭 한번 만나보고 그들과 대화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방문한 그는 아이들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그가 경험한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뉴몰든 전몰장병 추모비까지 행진하고 헌화했다. 함께한 탈북민 부모들이 먼저 브라이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의 할아버지는 인민군이었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하셨었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있어 제가 북한을 떠나 자유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브라이언과 그는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70년만에 브라이언의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는 순간 이었다.
다큐멘터리 <노병의 외출>은 남한의 편에서 총을 들었던 브라이언과 적국의 국민이었던 탈북민의 만남을 소개함으로써 남북이, 나아가 세계가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제작진
연출장정훈 독립감독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