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승희 음성파일 "니(남편) 능력이 안 돼 남의 돈 받았다"

2023년 06월 19일 18시 55분

황보승희 육성파일...국회의원 당선 두 달 뒤 남편과 통화에서 '불법 자금 수수' 인정 취지 발언   
 판결문에도 등장한 스폰서 정황...판사 "내연남이 황보승희에게 아파트·차량 제공"
 내연남 카드로 명품백에 속옷까지 결제한 의혹...언론사 기자 접대도 같은 카드로 
 불법 정치자금 의심 총액은 3억 원 넘을 듯...경찰, 내연남 제공 신용카드 사용처 파악
뉴스타파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이번 수사의 열쇠 인물은 다름아닌 황보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다. 조 씨는 지난 16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총선 당시 황보승희가 억대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 조 씨와 황보 의원은 2021년 8월 이혼했다.  
조성화 씨는 불법 돈봉투를 아내 대신 자신이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66명의 이름이 등장하는 '상납 리스트' 사진파일을 확보했다. 황보 의원의 자필 메모인데, 여기에 나온 불법 정치자금 총액은 2억 원이 넘는다.
여기서 선거자금으로 쓰고 남은 약 1억 2천만 원을 베이지 색상 에코백 가방에 담아 자택 장롱에 보관했다는 게 조성화 씨의 증언이다.(관련 기사 : 황보승희 전 남편 인터뷰..."억대 돈봉투 가방, 장롱에 숨겼다") 그는 불법 자금 수수의 또 다른 증거라며 녹음파일 여러 개를 뉴스타파에 제공했다. 이 파일들은 조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범행 증거로 경찰에 제출한 것과 동일하다.

녹음파일 속  황보승희 "니 능력 안 돼서 남한테 돈 받은 게 자랑스럽나?"

황보승희 의원은 2020년 6월 24일, 남편 조 씨와 불륜 문제를 두고 통화를 하며 다퉜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약 두 달 후다. 그런데 이날 통화에서 황보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녹음파일에서 황보 의원은 별거와 이혼을 요구한다. 조 씨가 "(이혼하면) 다 폭로하겠다"고 말하자 "안 쪽 팔리나? 마누라가 바람핀 게 자랑이가? 내 한번 쪽팔리면 그만이고, 국회의원 안 하면 그만인데"라고 응수한다. 이후 조 씨가 "정치자금까지 (폭로에) 포함이다"라고 말하자 황보 의원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새끼야 조용히 해라 좀. ○새끼야. 정치자금?  ○○새끼 이게 진짜! 야, 이 ○새끼 니 능력 안 돼가지고 남한테 그래 돈 받은 게 자랑스럽나? 어? 감방 보내라 ○○놈아! 그게 니 소원이가? 어? 그래 할 말도 없나? 니가 내한테 할 게 협박밖에 없어? 다 해! 이 ○○야! 감방 들어가 줄 테니까. 끊어

남편 조성화 씨와 대화 중 황보승희 의원 발언 (2020.6.24)
황보승희 의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뉴스타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전 남편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3년 전 자신이 남편과의 나눴던 대화 내용과는 결이 다른 주장이다.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이 황보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 내부 사진. (조성화 씨 제공) 

법원 판결문에 등장한 '스폰서'...판사 "내연남이 황보승희에게 아파트와 차량 제공" 

황보승희 의원과 조성화 씨는 2021년 8월 법적으로 이혼했다. 이즈음 조성화 씨는 아내의 내연남인 사업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내연남은 부산 지역의 부동산 관련 재력가로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갑 당협위원장, 부산축구협회장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당적을 바꿔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같은 해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다. 그는 내년 22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 출마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화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한 부산가정법원의 판결문. 판결일은 2022년 6월 27일이다. 
뉴스타파는 조성화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 판결문을 입수했다. 여기서 판사는 일단 황보승희 의원의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연남이 2020년 4월 총선을 전후로 황보승희 의원에게 아파트와 차량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국회의원 후보자 혹은 당선인에게 싼값에 아파트를 빌려주고, 차량을 제공했다면 불법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 그간 황보승희 의원과 내연남은 이구동성으로 "금전적 스폰서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황보 의원 측은 내연남 회사 소유의 차량이었던 제네시스를 3천 2백만 원을 주고 구매한 것이고, 아파트 임차료 또한 내연남과 분담해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연남은 자신이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라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와 차량 등이 제공된 시점에는 두 사람 모두 각자 가정이 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법원은 내연남이 황보승희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연남이 준 신용카드로 명품백, 골프장, 속옷까지 결제...기자 접대도 같은 카드로

조성화 씨는 기자에게 두 장의 신용카드 사진파일을 제공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이 자신이 소유한 회사 직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황보 의원에게 줬는데, 이걸로 황보 의원이 명품 쇼핑을 하고 심지어 속옷까지 사입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과의 식사나 술자리도 이 카드로 결제했다고 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내연남이 황보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신용카드. 내연남이 자신의 회사 직원 명의의 카드를 황보 의원에게 줬다는 게 전 남편 조성화 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이 카드의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아래는 조성화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조성화: 네. 구찌라고.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구찌 매장 1층에 있는데 거기에서 황보승희가 이제 본인의 가방. 마몽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여튼 그런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거 350만 원 짜리. 
○기자: 그때 의원직 신분일 때 아닙니까? 
●조성화: 2020년 7월 말에서 8월 초경이거든요. 그러니까 4월에. 아니, 6월에 개원했으니까 의원 신분이죠. 그래서 황보승희의 핸드백 350만 원. 350여만 원, 저의 신발 90여만 원 등등 해서.
○기자: 그때 사용할 때 같이 계셨던 거예요?
●조성화: 네, 그날 쇼핑을 같이 간 것이죠. 쇼핑을 같이 갔는데 그 구찌 매장에 가서 구경하다가 이제 하나씩 산 것이죠, 그냥. 샀는데 계산할 때 보니까 이제 그 카드를 쓴 거예요. 그래서 6개월 할부로 계산하는 것까지 제가 눈으로 목격했고. 이것 자체는 어차피 경찰에 이미 다 진술을 한 부분이고요.
○기자: 아까 그런데 기자 접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조성화: 그 부분이 제가 쓸까 말까 조금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어쨌든 명품 구입하고 기자 접대에 가장 많이 사용한 게 맞으니까...제가 그때 당시에는 구글 캘린더에 보좌진 단체방에 초대가 되어 있었거든요. 황보승희 이제 직원들이 구글 캘린더를 통해서 의원 일정을 다 공유를 했었거든요. 당시에 제가 캡처를 조금 안 해 놔서 자료가 없는데, 머릿속에 있는 것은 많습니다. 매일 점심, 저녁은 대부분 기자들.
○기자: 지역 기자들과? 부산 지역?
●조성화: 아니요. 여의도죠, 주로. 

조성화 씨 인터뷰 내용 
경찰은 황보승희, 조성화, 황보 의원의 내연남의 계좌 및 신용카드 내역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특히 내연남이 황보 의원에게 제공한 신용카드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 의원으로부터 청탁금지법이 정한 식사 비용 한도(3만원)를 넘겨서 접대를 받은 기자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뉴스타파는 조성화 씨가 제기한 일련의 의혹과 통화 녹음파일에 대해 황보승희 의원, 황보 의원의 내연남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작진
촬영신영철
편집김은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