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윤석열 1년, 안에서는 누르고 밖에서는 저질렀다

2023년 05월 11일 20시 00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어제로 정확히 1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여러 국정 분야 가운데 외교 안보 분야와 언론 정책 분야를 짚어봅니다.

외교 안보가 취임 1년 최대 치적?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해왔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취임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는데요, 총 3천 8백자 가운데 3천 4백 자를 외교 안보 분야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윤석열 정부의 최대 치적은 한미동맹의 복원과 한일외교의 정상화"라고 논평했죠. 정부와 여당이 지난 1년 동안 한 일 중에 외교 안보 분야의 성과를 가장 내세울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제로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기조를 급격히 변화시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과연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그 결과 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가' 일텐데 많은 전문가들은 그 반대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동맹에 '풀 배팅'한 윤 정부, 그 대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임박해있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서로 충돌합니다. 미중 두 나라의 거시 전략이 겹치는 한 가운데 한국이 있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 안보 동맹을, 중국과는 경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입장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난 정부까지는 '균형 외교'의 입장을 선택해왔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는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를 '한미 관계 격상'이라고 표현하며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는 없을까요?
우선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 하는 과정에서 '한미일 동맹'이 따라왔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일 간의 첨예한 쟁점이었던 강제 징용 문제에 '백기 투항'해야 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앞장서서 마치 냉전 시대와 같은 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냉전 시대의 소련과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입니다. 
중국은 지금 산업 제조 능력이라든지, 글로벌 공급망이나 이런 게 사실상 세계 1위예요. 그 당시(냉전 체제의)의 소련과는 중국은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세계 제일의 공급망, 제조업을 가진 국가가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사우디로부터 계속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고 브릭스라든지 유라시아 국가들로 시장을 확대시켜 나간다고 했을 때 한국이 냉전적 접근을 해서 미국 편에 서서 이 게임을 벌인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큼 승산이 있는지… 

정재흥/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여기에 북한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한미일 동맹에 맞서 북중러 동맹이 공고해졌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바로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강조하면서 언론 자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이에 기반한 가치 동맹입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미국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도 자유의 가치를 수차례 강조했었죠.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등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1년 윤석열 정부가 언론에 대해 보여온 태도를 보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약속했던 소통하는 대통령은 온데 간데 없고 질문 받기 싫어하는 대통령, 일방적 홍보만을 앞세우는 대통령, 맘에 들지 않는 언론을 콕 찍어 따돌리고 탄압하는 대통령만 남았습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수사... MB 시절 정연주 찍어내기의 재현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권력 기관을 앞세워 공영 방송 장악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겨냥한 수사 얘기입니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지난해 6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콕 찍어 "국무회의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며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제 기관장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그로보터 약 보름 뒤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감사가 한창이던 9월에는 "TV 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이 고의로 점수를 낮게 주도록 한상혁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혐의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사건의 당사자인 TV 조선이 단독 보도합니다.
사건을 이어받은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네 차례 압수수색했고 30명이 넘는 공무원을 조사했습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대학 교수와 2명의 현직 공무원을 구속시켰습니다. 방통위 조직은 초토화됐습니다. 지난 3월 말 검찰은 수사의 클라이맥스로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 5월 2일 한상혁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일주일만에 검찰 기소를 이유로 면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와 기소 당시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니, 보수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중계된 것에 비해 검찰 수사 결과는 너무나 부실했습니다. 검찰이 애초에 얘기했던 혐의들은 모두 후퇴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검찰 수사는 "심사위원의 평가 점수는 방통위 결정의 주요 참고사항 가운데 하나였을 뿐 결국 여야 방통위 위원들의 토론을 통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졌다"는 근본적인 방어 논리도 뚫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번 수사는 실체도 뚜렷하지 않은 사건에 검찰의 수사력을 총동원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을 돌이킬 수 없이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내년 총선 전에 방송통신위워장을 갈아치운 뒤 자연스럽게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싶은 대통령의 조바심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MB 시절 '정연주 KBS 사장 찍어내기'의 재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언론을 권력 장악의 도구로 보는 언론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수사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발언 보도에 따른 특정 언론사에 대한 따돌리기, YTN 지분 매각과 민영화 추진, 도어스테핑 취소, 보수 단체에 팩트 체크 예산을 지원하는 이른바 '가짜 뉴스와의 전쟁',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등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지난 1년 사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은 언론을 그저 '권력 장악의 도구'로만 보는 언론관입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은 알 바 아니고, 권력에 편승하는 언론은 키워주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은 탄압하갰다는 노골적인 MB식 언론관입니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

외교와 언론 분야를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은 과연 특수부 검사 출신 대통령다웠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법을 해석하고 이용하는 점, 국내 정치에서든 국제 무대에서든 적과 아군을 명확히 구분한 뒤 적에게는 마치 피의자에게 하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타격을 주기 위해 시도하는 점,  일단 한 가지 방향으로 확신이 들면 더 이상 성찰이나 반성은 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홍보와 여론전의 수단으로만 언론을 바라본다는 점, 무엇보다 가진 자와 힘있는 자의 편에서 기득권을 옹호하고 나머지 시민들은 통제나 시혜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4년 동안 더 이상 자신이 특수부 검사가 아니라, 대화와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전체의 행복을 최대화해야 할 의무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가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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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보도 보기
윤석열 외교 1년…'동맹이냐 적이냐' 이분법의 위험성 (https://newstapa.org/article/h4924)
윤석열 정부 1년 : 권력 장악, 포퓰리즘 도구로 전락한 언론 (https://newstapa.org/article/U28so)
제작진
취재강혜인 오대양
촬영김기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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