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합리화 ‘목불인견’

2015년 02월 05일 23시 43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나오는 4대강 사업 관련 부분을 보고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논리가 잘못되었다든지, 당초 4대강 사업할 때 MB정부가 내세웠던 주장들이 바뀌는 것 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들이 한 페이지 당 평균적으로 5개 정도 나올 정도로... -박창근 관동대 교수

그 중에서도 압권은 2008년 당시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대강 살리기를 선택했다는 주장입니다.

 

2008년 11월 14일 세계 20개국 정상들이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두 달 전 발생한 세계금융위기 진화를 위한 긴급회동이었다.…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1조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했다. -회고록 559~560쪽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홍수예방과 가뭄극복,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을뿐만 아니라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시행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할 사업이 필요했고, 마침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해서 이를 추진하게 됐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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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점 등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은 금융위기 전인 2008년 9월에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당시 청와대 김철문 행정관이 그 태크스포스팀에 파견돼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합리화하기 위한 각색은 이어집니다. 당초 4대강에서 준설한 모래와 자갈로 공사비를 조달하려 했으나 쓰레기가 너무 나와 계획이 틀어졌다고 주장을 폈습니다.

 

사실 나는 준설 과정에서 나온 모래와 자갈을 팔아 공사비에 쓰려 계획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기대 이하의 양으로 나온 모래와 자갈은 해당 지자체에 위임하여 지자체 수입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 569쪽

 

쓰레기 때문에 기대보다 모래와 자갈이 적게 나왔다는 것은 사실일까?

4대강 사업에서 나온 준설토의 양은 4.4억 톤, 쓰레기의 양은 286만 톤으로 집계됩니다. 준설토가 쓰레기의 153배입니다. 쓰레기 때문에 준설토가 적게 나와 차질을 빚은 게 아니라 당초 준설토로 공사비를 대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무계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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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준설토 판매로) 8조원의 이득을 올리겠다는 것이 국토부가 4대강 사업하면서 2900억 원으로 변경됐어요. 그러다 현재까지 지난해 7월까지 통계를 보면 390억 원 정도의 국고 수입만 있었다는 거예요 - 박창근 관동대 교수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사실 왜곡도 많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산강이 갈수기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필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남도 하천 담당 공무원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상류 쪽에 국지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외에는 특별하게 영산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심지어 낙동강 하구도 건기에는 바닥이 드러나도록 말랐다며 역시 4대강 사업이 불가피했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해마다 장마와 태풍이 오면 댐이 없는 낙동강의 피해가 가장 컸다. 건기가 되면 낙동강 하구는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물이 말랐다. -567쪽

 

하지만 경남도의 관련 공무원도 낙동강 하구 쪽은 하구언 댐이 있고 수심도 바다와 비슷해 바닥이 드러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부산, 경남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렇게 황당한 내용을 굳이 회고록에 쓴 이유는 뭘까요?

낙동강 하구나 영산강 하구는 해수면 보다 더 낮거든요. 바닥이. 그러니까 거기는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이상은 바닥이 드러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기 때, 우리나라의 어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일반 국민들에게, 잘 모르는 국민들한테 막 설득 시키려는 뉘앙스로 쓴 것 같아요. - 박창근 관동대 교수

이미 실패로 판명난 4대강 사업 태국 수출 건을 거론하며 마치 4대강사업을 해외에서도 인정한 것처럼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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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타이 정부가 발표한 타이 통합 물관리 사업 우선협상자 중 전체사업 비(11조 원)의 절반이 넘는 6조 1,000억 원을 수주하며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을 크게 따돌리는 성과를 거뒀다. -573쪽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수주가 아니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을 뿐이었고, 그나마 현재 태국정부는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저희가 봤을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뭔가 4대강 사업을 통해 성과를 남겼다, 외국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고 싶은가 봐요. 그러다 보니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 전 대통령은 또 4대강 사업의 피해자인 농민들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 농민들을 겨냥해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하천을 오염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을 내세워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이들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건도 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이전에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에는 제외지 농경지가 한강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제외지란 한강 고수부지처럼 강물이 불면 물에 잠기는 제방내의 지역을 말한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물이 불어 농지가 잠기면 화학비료와 퇴비 농약 등이 강물에 쓸려가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된다. - 570쪽

 

그러나 두물머리 지역은 팔당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유기농 단지였고, 화학비료나 농약은 쓰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농민들이 나서서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유기농으로 해야 된다고 해서 시작했던 거고. 그 뜻이 맞으니까 서울시에서도 돕고 역사가 그렇게 20년이나 되었던 건데. 그게 (회고록에서) 한방에 단 몇 줄로...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 두물머리 농민

어떻게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신의 국민들을 자신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을 이렇게 거의 적으로 인식하고, 무찌르지 못해서 아주 안달을 한 것처럼 책을 쓸 수 있는가? 이렇게 대통령이었다는 사람이 품위가 없고 격이 떨어지는가에 대해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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