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지청 특활비, 검사들의 격려금·포상금 부정 사용

2023년 10월 12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그리고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을 꾸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 관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5년 8개월 치 특수활동비 기록 중 690여 건의 집행 내역이 드러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도 어김없이 세금 부정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를 포함한 공동취재단의 검증 결과,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고양지청 검사와 직원들의 격려금과 포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예산에 ‘포상금’ 항목이 따로 구분돼 있는데도, 특수활동비를 검사들의 포상금으로 전용한 것으로,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을 어긴 예산 부정 사용에 해당된다. 
공동취재단은 지난 7월 18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찾아 2017년부터 2023년 4월까지 5년 8개월분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고양지청 재무팀 직원은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특수활동비는 국·과장님한테 나눠서 격려금 형식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재무팀 관계자   
특수활동비를 검사와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부정 사용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에 다름없었다. 검찰 직원의 이 말은 사실일까. 이미 공동취재단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한 검사에 대한 격려금으로 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관련기사: 검찰 특활비로 기밀 수사? “검사님 국정조사 격려금, 경조사비”)

“특활비, 격려금 사용” 증언 ...2018년 두 차례 격려금 확인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2018년 1월 22일에 1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쓴 영수증이다. 집행요지가 가려져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17년 4분기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우수 사례 대검 격려’라고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1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다. 1월 22일에 50만 원이 두 번 지급됐다. 집행 사유와 지급 대상자는 가려져 있고, 집행 내용 확인서와 영수증의 집행 요지도 먹칠로 가려놨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내용 판독이 가능했다. ‘2017년 4분기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우수 사례 대검 격려’라고 쓰여 있었다. 검거 활동을 벌인 누군가에게 ‘격려금’으로 특활비 50만 원을 준 것이다.  
같은 날, 또 다른 50만 원의 영수증에 가려진 집행 내역도 확인했다. 이번에는 ‘편취 사범 검거 우수 사례 대검 형사부’로 판독됐다. 검거 우수 직원에게  특활비가 지급된 것이다. 지난 7월, 뉴스타파가 만난 고양지청 재무팀 직원의 말대로, 보안과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 수집과 수사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가 검사들의 격려금으로 전용된 것이다. 특활비 예산 취지에서 벗어난 세금 부정 사용에 해당한다.    

‘대검 우수 사건 선정 포상’에 두 차례 200만원, 특활비로 나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2017년 9월 26일의 100만 원 특수활동비 영수증. '대검 우수수사사건 선정 포상(유OO 검사)'라는 내용이 집행요지에 적혀 있음을 확인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활비 부정 사용 사례는 또 있다. 2017년 9월 26일에 작성된 특활비 집행내용확인서와 영수증이다. 이날 세금 100만 원이 집행됐다. 검찰은 100만 원의 집행 내역을 먹칠로 가렸지만, 확인해보니 ‘대검 우수수사사건 선정 포상’과 함께 고양지청 유 모 검사의 이름이 확인된다. 
또 같은해 11월 16일 100만 원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확인하니, ‘대검 형사부 우수 사례 선정 포상’과 함께 ‘유 모 검사실’이 적혀 있다. 두 달 사이에 연달아 같은 검사(검사실)에 200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포상금’으로 지급된 것이다. 
포상금을 받은 유 모 검사의 경력을 살펴보니, 2017년 6월에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가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검사의 포상금으로 유용된 것으로, 역시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을 위반한 세금 부정 사용 의혹이 제기된다.
매년 기획재정부가 내놓는 ‘예산 및 기금운용 집행지침’을 보면, ‘포상금’ 예산은 따로 책정돼 있다. 지침에 따르면, 포상금은 ‘국가와 사회의 공익을 위한 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되는 상금 및 격려금’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고양지청은 예산 항목과 편성이 엄격히 구분돼 있는 ‘포상금’ 항목에서 나갔아야 할 돈을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전용한 것이다. 
너무 쉽게 쓸 수 있고, 너무 아무렇게나 쓸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우리가 나눠 먹어도 별 탈 없는 문제, 너와 나 모두 공범이니까 안전한 돈이기 때문에, 이런 돈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봐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가려진 돈, 숨겨진 돈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죠. 절차적으로 본인들(검찰)은 불편할 수 있겠죠. 왜냐하면 쉽게 쓸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쉽게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되는 거죠.

오유진 선임간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하고 그냥 마음대로 써온 거죠. 마음대로 써왔다가 이번에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에 의해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건데, 어느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식으로 돈을 엉터리로 쓰지는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검찰 특활비 예산으로 2017년 포상금, 2018년 격려금을 지급할 당시 김국일 고양지청장은 현재 퇴직해 로펌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뉴스타파는 김 전 지청장에게 연락해 특활비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공문을 보내, 격려금, 포상금으로 사용한 특활비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한 해명과 입장을 거듭 물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박중석 조원일 임선응 강현석
공동취재단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촬영오준식 정형민 신영철
데이터최윤원 연다혜 김지연 전기환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출판허현재
자료조사금준수 홍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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