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KT링커스 모바일 서포터 근로자 맞다"...법원 판결

2020년 10월 15일 13시 00분

뉴스타파가 지난 5월 22일 보도한 KT 자회사 KT링커스의 ‘모바일 서포터’ 부당해고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모바일 서포터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는 전 KT링커스 모바일 서포터 최 모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심판 판정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근로자성을 부인한 중노위 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또, 중노위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모바일 서포터 김 모 씨와 조 모 씨와 관련해 사측이 낸 행정소송에서는 ‘중노위 판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모두 모바일 서포터들의 승소였다.
▲경기도 수정구에 있는 KT링커스 사옥.
법원 “모바일 서포터 근로자 맞다”
모바일 서포터는 KT링커스와 물류용역계약을 맺고 고장난 KT휴대폰을 AS센터에 맡기고, 중고 휴대폰을 물류센터로 옮기는 배송업무 등을 맡아 왔다. 그동안 KT링커스 사측은 모바일 서포터들이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자영업자일 뿐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사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모바일 서포터들이 KT링커스 사측과 체결한 계약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물류용역계약이라는 표면적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법원은 모바일 서포터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유로 12개 사실을 적시했다. 아래 내용은 그 중 일부 내용. 
① 모바일 서포터가 일정기간 안에 일을 처리 못 하면 사측이 사유를 소명하도록 요청한 사실 
② 근무복장 지침이 존재했고, 사측이 모바일 서포터의 복장 사진을 수시로 확인했던 사실
③ 사측이 모바일 서포터를 상대로 집합교육과 원격교육을 실시했고, 집합교육에 참여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 
④ 모바일 서포터들이 업무수행 실적과 무관한 기본용역비를 받았던 사실
⑤ 사측이 기본용역비와 별개로 모바일 서포터의 성과 등급을 나눠 평가용역비를 차등 지급했던 사실 
⑥ 휴가를 가려면 휴가기간, 사유, 대리업무자 등을 회사에 통보한 뒤 승인을 받아야 했던 사실
위 인정 사실들을 종합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법리에 따라 인정사실을 종합해 고려해 보면 원고(모바일 서포터 최 모 씨)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KT링커스)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문(2020.10.08)
▲KT링커스 전 모바일 서포터 최 모 씨가 갖고 다니던 사원증.
나아가 법원은 근로자인 최 씨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2년을 넘겨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해당 법률에 의해 법원은 최 씨가 KT링커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2015년 2월경 자동으로 KT링커스 근로자로 전환된 것으로 봤다. 최 씨는 2019년 1월경 회사로부터 물류용역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는데, 이미 근로자인 최 씨를 상대로 용역계약이 종료됐다고 내쫓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법원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참가인(KT링커스)은 2019년 1월경 원고(모바일 서포터 최 모 씨)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지를 했다. 이 사건 통지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데, 원고에게 참가인과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는 데 대하여 아무런 주장과 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문(2020.10.08)
노동청·중노위 ‘시대착오적’ 판단, 법원에서 바로잡혀
이 사건은 2018년 9월경 KT링커스에 재직하던 최 씨와 모바일 서포터들이 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퇴직금과 연차수당 지급 진정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모바일 서포터들은 두 차례나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며 근로자성 유무에 관한 판단을 구했다. 성남지청은 두 번의 진정에 대해 모두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짧은 답변만 보냈다. 
그러던 중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던 최 씨와 김 모 씨 등 모바일 서포터 4명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최 씨는 바로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곧바로 중노위에 재심 판정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최 씨에 대해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최 씨와 비슷한 시기 근무했던 모바일 서포터 김 모 씨와 조 모 씨에 대해선 정반대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오락가락 판정이었다. 
중노위는▲모바일 서포터에 대한 명문화된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없는 점 ▲고정급의 비율이 80%로 높지만 근로시간이 특정되지 않은 점 ▲모바일 서포터들이 회사로부터 PDA 등 작업도구를 제공받았지만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이해할 측면이 있는 점 등을 들며 최 씨의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뉴스타파 취재진과 함께 최 씨의 중노위 판정서를 분석한 노무사와 변호사들은 당시 ‘중노위가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법원 판결문을 살펴본 정문식 노무사는 “중노위의 모순적인 판정을 법원이 잘 바로잡아줬다. 중노위가 근로자성을 판단하며 일관되고 원칙적인 판정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규 노무사는 “법원 판결문을 보면 최 씨와 김 씨·조 씨에 대한 판결 내용이 전체적으로 똑같다. 최 씨와 김 씨·조 씨가 사실상 같은 조건에서 일한 같은 근로자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중노위는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다른 판정을 내렸다. 최 씨에 대해 중노위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판단을 했는지 증명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신하나 변호사는 “실제로는 근로자처럼 지휘감독을 하면서 겉으로만 개인사업자로 포장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 회사들이 점점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 판결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근로자,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노동청와 노동위를 거치며 법원까지, 최 씨가 근로자성을 인정받는데는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최 씨는 “지난 2년 동안 매일 힘들었다. 하루아침에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을 때 정말 눈앞이 깜깜했고, 소송을 진행하면서는 ‘괜히 일을 벌였나’하는 후회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이 혼자 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저에겐 옆에서 도움을 주는 민변 변호사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링커스 모바일 서포터였다가 지난해 1월 해고된 최 모 씨. 최 씨는 2년간의 다툼 끝에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아직 KT링커스에는 80명에 달하는 모바일 서포터들이 일하고 있다. 최 씨는 “법원 판결이 있고 현직 모바일 서포터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그동안 못 받았던 퇴직금이나 수당 등을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은 분도 있다. 이번 판결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런 말도 남겼다. 
“KT링커스의 근로자라는 말, 그동안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 최 모 씨 (KT링커스 전 모바일 서포터)
취재진은 KT링커스 측에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항소 의사 등을 물었다. KT링커스 측은 지난 14일 “소송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한 뒤 이후 진행 상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