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탐사기자들의 취재 팁: #미투부터 잠입취재까지

2022년 05월 13일 17시 00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글로벌탐사저널리즘네트워크(GIJN)과 함께 전 세계 저명 저널리스트의 탐사보도 노하우와 취재 팁을 우리 말로 번역해 공개합니다.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인 뉴스타파와 GIJN이 공동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탐사저널리즘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됐습니다. -- 편집자 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에디터이자 버즈피드뉴스에도 기고하는 줄리앤 뢰플러 기자는 한 저명한 독일 의사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환자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을 취재하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직후, 취재 대상이었던 의사는 기사를 내리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뢰플러 기자는 지난 3월 15일 글로벌탐사저널리즘네트워크(GIJN)가 주최한 ‘여성 탐사기자를 위한 팁과 도구’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 이 경험담을 언급하며, 해당 의사가 제기한 법원 명령에 맞서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직면했던 많은 걸림돌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뢰플러 기자는 여성은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대로 취재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뢰플러를 포함한 3명의 여성 기자가 패널로 참가한 이 웨비나는 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제들을 취재하는데 필요한 자료와 팁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습니다. 

#미투 보도의 과제: 혐의자의 법적조치에 앞선 충분한 증거 확보 

법적 조치는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취재·보도 과정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뢰플러 기자는 #미투 관련 보도 관련한 법적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다수의 경우 피해자의 증언을 확인할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라 입증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는 "때로는 피해 상황이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고 재구성하기도 어렵다"며, “게다가 피해자 중 일부는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는 기억의 일부를 상실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뢰플러 기자의 기사에서 환자 폭행 혐의를 받은 의사는 항소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취재한 사례들 중 일부는 혐의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부족해서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적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기자는 이야기에 충분한 증거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관계가 있는지 확실히 해야한다"며 "혐의자가 기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기사 내용이 법적으로 유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원과의 신뢰, 충분한 증거와 사실관계 확보에 중요

그러나 뢰플러 기자는 기자들이 기본적인 조사 과정을 철저히 하면서도 이러한 유형의 기사를 여전히 보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원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는 "저는 취재원들이 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말한다“며, “그리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그 과정이 일어난 후에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해도 될지 여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취재원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자가 신뢰를 구축하려고 할 때는 녹음기를 치워두면 취재원을 안심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원에게 취재 과정과 일정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뢰플러 기자는 성폭행 혐의 관련 #미투 취재를 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또한 취재원과 나누는 대화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설정하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혐의자들이 어떻게 신체 접촉을 했는지,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리고 왜, 언제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는지 등 사건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물어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만약 일기나 문자 메시지 등 사건에 대해 적어둔 것이 있다면 미리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뢰플러 기자는 또한 취재원에게 언제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절해도 된다고 고지합니다.

트라우마 겪은 취재원과 인터뷰엔 충분한 시간 들여 하는 개방형 질문을

또 다른 패널 참가자 케냐 언론인 라엘 옴부오 OpenDemocracy 기자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행해지는 성적지향 전환치료 실태 취재 과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성적지향 전환치료는 개인의 성적 지향을 바꾸거나 성 정체성 억압을 목적으로 하는 비과학적 관행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옴부오 기자는 잠재적인 취재원을 인터뷰할 때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성소수자나 페미니스트 문제를 취재할 때 시간을 내 경청한다. 그들이 당사자 본인들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면하는 현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진행된 글로벌탐사저널리즘네트워크(GIJN) ‘여성 탐사기자를 위한 팁과 도구’ 웨비나에는 가브리엘라 마눌리 GIJN 부대표(왼쪽 위), 라엘 옴부오 케냐 기자(오른쪽 위), 줄리앤 뢰플러 독일 슈피겔 에디터 겸 버즈피드뉴스 기자(왼쪽 ​​아래), 부르쿠 카라카스 독일 도이치벨 터키 특파원(오른쪽 아래)이 참석했습니다. (출처: 스크린샷)
그가 이러한 유형의 아이템을 취재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제안한 취재 기법은 개방형 질문입니다. 아래처럼 하면 됩니다.
  •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세요. 취재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든지 모두 허용하세요.
  • 미투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겠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 기분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들 자신이 유일합니다.
  • 판단하지 마십시오.
  • 후속 질문을 합니다.
  • 좋은 경청자가 되십시오.
  •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세요.

취재 기자 안전 중요 … “단순 탐색 목적의 잠입취재는 하지 말라”

옴부오 기자는 또한 탐사보도 기자들이 잠입취재를 진행할 때 스스로의 안전과 보안을 챙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케냐의 성적지향 전환치료 센터에 대해 취재할 당시 운전기사와 긴밀히 협업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운전기사가 함께 다니며 물리적 안전을 제공한 겁니다.
녹음 장치 종류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자동차 열쇠 모양 녹음기와 브래지어 속에 숨겼던 포켓 녹음기를 사용했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현장을 포착하는 동시에 잠입취재에 나선 기자를 좀더 안전하게 해줍니다.
옴부오 기자는 잠입 취재는 과거 오랫동안 남성 기자가 주로 구사하던 취재 전략이었지만 이 기법을 사용하는 여성 기자는 보통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이 그 스릴에 휩쓸리지는 말아야 한다며, “탐색하기 위한 잠입취재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보도에 페미니스트 관점 더하기

이 웨비나의 세 번째 패널 참가자였던 부르쿠 카라카스는 독일의 국제 방송사 도이치벨의 터키 특파원으로, 현지의 낙태, 인권 및 젠더 문제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카라카스 기자는 이 분야 취재를 시작하려면 주변에서 사례를 찾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사례를 찾아보아야 젠더 문제가 강조되고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터키는 페미사이드[여성이 여성이란 이유로 살해당함]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며, “그래서 나는 여성, 성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마다 정부의 태도, 즉 그들이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방식을 폭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라카스 기자는 탐사 기자들이 취재원 풀을 다양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유용한 취재원으로 NGO와 변호사들을 꼽았습니다. 그는 "공무원들은 불행히도 거짓말을 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추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NGO와 계속 연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보도 이후의 파장에 대한 명확한 생각 있어야

옴부오 기자와 카라카스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뢰플러 기자는 기사가 보도된 후 일어나는 일은 기자의 손을 떠난 일이라 경고했습니다. 그는 "(보도 이후 파장에 대한) 결정은 다른 사람들[이해관계자, 대중 등]에게 달려있다"며, 기자로서의 임무는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뢰플러 기자는 자신의 미투 보도는 “끝이 없을 것”(“There isn’t ever going to be an end.”)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은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의혹을 자세히 다룬 책 <She Said>의 공동 저자 조디 캔토르의 인용문입니다.
그는 비행, 괴롭힘, 성차별은 취재거리가 “무한한” 분야라면서, 근년 발생한 #미투 운동은 이 분야에 폭로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추가 자료

제작진
반조 다밀로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번역, 감수김지윤, 이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