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100회 특집 "탄핵, 그리고 봄"

2017년 03월 17일 18시 34분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정의가 이겼어!” “이제 봄이에요. 봄".

이틀 전만 해도 서울에 눈이 내렸는데, 이날은 영상 10도를 조금 넘게 가리키고 있었다.

에피소드 1. 25년차 50대 식당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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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순주입니다. 홍대에서 25년 동안 음식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 사장님이자 두 아이의 엄마죠.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오직 장사와 애들만 생각했던,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아줌마가 대통령 탄핵이란 민심에 하나의 촛불이 될 줄은요.

이렇게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주말 장사를 포기했다.

알게 뭐야. 나라가 먼저지. 장사 죽어라 열심히 하면 뭐하냐 나라가 엉망이면 다 소용 없어.

3월 10일에도 헌재 앞을 찾았다. 그리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국회의원들 너무나 답답했죠 답답했는데 그때마다 국민이 엉덩이 밀어서 이거는 다 국민 몫이니까 국민이 기뻐해도 돼요.

에피소드 2. 23살 대학교 4년 은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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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면 다들 촛불집회 간다지만, 그럴 형편이 못됩니다. 주말에는 알바를 해야 하거든요. 제 이름은 장은경. 대학교 4학년입니다.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가장 속상하다. 주말에도 오전에는 편의점, 오후에는 동네마트에서 알바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은 한 달에 50만 원.

은경 씨가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 생각했던 삶과 꿈은 어느 새 달라져 있었다.

수능 보기 전에는 되게 하고 싶은 거 많고 ‘대학생 되면 어떨까?’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막상 대학 오니까 뭐 큰 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공부 다 하고 졸업도 할 나이가 됐는데 그 사람들을 받아줄 곳이 없는 거잖아요. 사실 안정적인 일자리 가지고 생활을 하는 게 평범하고 소박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은경 씨에게는 이 소박한 꿈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어차피 혼자 살 거면 알바만 해도 그렇게 큰 지장 없겠다. 이런 사회에서 결혼하는 데 돈도 엄청 많이 들고 아이들 키우는 데도 제대로 된 보호도 안 되고…

에피소드 3. 28년차 50대 역무원 나상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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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57살의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28년차 종각역에 근무하는 역무원으로 일합니다. 두 딸을 두고 있습니다.

그 역시, 거의 매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업무로 돌아온 상필 씨.

첫차가 다니기전 30분 전에 규정상 영업개시를 준비하게끔 되어 있어요. 새벽을 여는 곳이잖아요. 생계를 유지하는데 교통이 시민의 발이 된다는게 자긍심이 있죠.

이렇게 자긍심을 갖고 28년을 일해왔다. 생활은 여전히 빠듯하다.

겨우 변두리에 경기도 쪽에 아파트 하나 겨우 장만해 놓고 있고 빚은 몇천만 원 있어요. 애들 학자금 때문에요.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데 60세에 퇴직하면 3년 동안 소득절벽이기 때문에 먹고 살길이 갑갑하고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한 100만 원 정도 받기 때문에 ‘그걸로 노후생활을 어떻게 영위할까’ 이런 고민...

에피소드 4. 40대 샐러리맨 최황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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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황순. 작년 10월부터 아내 몰래 토요일마다 촛불집회를 나오느라 좀 힘들었던 아이 둘의 아빠입니다. 대한민국 평범한 샐러리 맨입니다. 수화는 대학교 때 재미로 시작한 지 벌써 25년째가 되어 가네요.

갈 수록 무섭게 올라가는 전셋값, 황순 씨는 걱정이 크다.

그러던 그가 에너지를 얻는 곳이 있다. 광화문 촛불 집회. 그 곳에서 황순 씨는 특별하다. 무대 위 한 켠에서 열심히 수화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시민이고 광장에 참여하는 시민이고 하나의 국민 입장인데, 많은 분들이 보는 방향을 저는 거꾸로 보고 있어요.

저는 옆에서 무대 올라오시는 분들 발산하는 에너지, 아래에 광장에 계시는 분들이 보내는 에너지를 같이 보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감동적인 것도 많고요.

텅 빈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집회. 광장을 나온 국민이 1,650만 명에 이른다.

이제 촛불은 끝난 것일까? 은경 씨는 아니라고 말한다.

마지막은 아닌 거 같아요. 세월호 진상규명이 아직 안 됐으니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100회를 맞이했다. <목격자들>은 지난 2년 동안 한국 사회 아픔과 부조리의 현장을 찾아 방송했다.

<목격자들> 100회 특집은 촛불 시민 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취재작가 박은현 구성 김근라 취재연출 김성진, 이우리, 박정대,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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