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③ 교육용 매입 18억 주택, 알고보니 이사장 일가 거주

2019년 07월 12일 07시 59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民國 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 시리즈를 2018년 8월부터 2019년 하반기까지 계속해서 보도합니다. 올해는 1919년 3.1 혁명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00년을 보내고 새로운 100년을 맞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 특별기획을 통해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을 지배해 온 세력들을 각 분야 별로 분석하고, 특권과 반칙 및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통찰을 99%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뉴스타파는 <民國 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 프로젝트를 통해 일제와 미 군정, 독재, 그리고 자본권력의 시대를 이어오면서 각 분야를 지배해온 세력들이 법과 제도를 비웃으며 돈과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그들만의 특권을 재생산한 현재의 지배계급 시스템을 가감없이 들춰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미래 세대가 과거 지배 체제가 극복된, 그래서 보다 정의롭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며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함께 모색해 나가려 합니다. -편집자 주

족벌사학 설립자 일가의 반칙과 특권

2016년 동덕여학단(동덕여대 운영)은 평창동 고급 주택을 18억 원에 매입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시설로 쓰겠다며 취득세도 감면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용 시설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대학 이사장 일가가 이 고급 주택에서 거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덕여대는 처음에는 이사장 일가의 거주 사실을 부인하다 나중에는 월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족벌 사학과 세습’ 연속 보도를 해오고 있다. 이번 편에는 족벌 사학 동덕여대에서 벌어진 설립자 일가의 반칙과 특권을 고발한다.

동덕여대는 왜 평창동 고급 주택을 샀을까  

동덕여자대학교. 조동식(趙東植)이 1950년에 설립했다.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조동식의 친일행적은 화려하다. 그는 일제침략 전쟁을 찬양하고 징병을 적극 독려했으며, 내선일체와 황민화 운동도 주도했다. 동덕여자고등학교 교장이던 1942년 3월 9일과 5월 12일, 조동식이 <매일신보>에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제목은 각각 <충성과 효도는 하나>, <군인의 안해(아내)를 육성할 여학교 교육의 새정신>으로 징병을 적극 독려하는 내용이다.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동상
▲ 1942년 5월 12일 매일신보
▲ 1942년 3월 9일 매일신보

조동식은 해방 이후 1950년 설립한 동덕여대의 이사장과 초대 총장을 지냈다. 그리고 조동식의 후손들은 지금도 동덕여대를 지배하고 있다.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의 이사장 자리는 조동식에 이어 아들 조용각, 며느리 이은주(조용각 부인)으로 이어졌고, 2015년 조용각의 장남인 조원영 씨가 이사장 자리에 올라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3대째 족벌 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사장 일가가 살던 고급주택, 동덕여대가 교육용 시설로 매입

▲동덕여학단이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평창동 고급주택

족벌 세습의 폐해를 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현재 동덕여학단(동덕여대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고급주택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고급 주택가에 있는 대지면적 563제곱미터 규모 2층 주택이다.

이 집은 1983년 설립자 조동식의 아들인 조용각 씨가 매입해 살던 곳이다. 1999년 조 씨가 사망한 이후 아내인 이은주 씨와 아들인 조원영(현 이사장) 씨가 상속받았다. 하지만 조원영 씨가 개인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됐고 결국 집은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 그리고 2016년 4월 동덕여학단이 이 집을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당시 주택 매입 가액은 18억 7,900만 원이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해당 주택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18억 원 넘는 매입 자금을 정부 보조금이 들어있는 교비회계 항목에서 지출했다.

결과적으로, 이사장이 살던 집을 대학 측이 매입한 게 됐다. 이 때문에 평창동 고급 주택을 학교가 굳이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조원영 이사장의 개인 빚을 학교 법인이 대신 갚아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용으로 쓰겠다며, 6천만 원이 넘는 취득세 면제 받아

그러나 당시 동덕여대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학교 측은 이 주택을 갤러리나 문화공간 등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2월 동덕여대 이사회에서, 설미애 이사는 주택 매입을 승인하면서 “평창동 주택을 매입해서 활용할 때 학생들을 위해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동덕여대는 이 주택을 교육 시설로 쓴다는 조건을 내걸어 6천만 원이 넘는 주택 취득세를 면제받았다. 그리고 2016년 10월, 동덕여대는 평창동 주택을 동덕문화원으로 설계하겠다는 입찰 공고까지 냈다.

매입 후 3년째 교육시설로 사용한 흔적 없어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주택은 동덕여대의 약속대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시설로 활용되고 있을까? 뉴스타파가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현재 해당 주택은 교육용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3년 전 경매로 나왔을 때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해당 주택을 갤러리 등의 교육용 공간으로 바꾼 흔적은 전혀 없었다.  

▲ 2019년 7월 현재 평창동 주택 사진(왼쪽) 과 2016년 경매 당시 평창동 주택 사진(오른쪽)

오히려 주택 곳곳에서 누군가 거주하는 흔적이 나왔다. 마당에는 행주 등이 널려있었고, 계량기도 켜져 있었다. 밤이 되자 1층과 2층 거실에 불이 켜졌다. 대문 앞에는 외제 차량 두 대가 주차돼 있었다. 학교법인이 교육용 시설 명목으로 사들인 주택에 과연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주택 앞 외제차 소유주 이름, 조원영 이사장의 장남 부부와 일치

뉴스타파는 주택 앞에 주차돼 있는 외제 차량의 차주를 확인했다. 1976년생 조 모 씨와 이 모 씨, 공동명의로 나온다. 그런데 조 모 씨는 조원영 이사장 장남의 이름과 생년이 정확히 일치했고, 이 모 씨 역시 조 씨의 아내 이름과 같았다. 차량 주소로 등록한 곳도 이 주택의 주소와 일치했다.

차주 명의, 택배 수신자 등 파악해 이사장 일가 평창동 주거 사실 확인

▲ 평창동 주택 앞에 주차돼있던 외제 차량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해당 외제 차량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조원영 이사장의 장남으로 추정됐다. 취재진은 차량 주인에게 조원영 이사장의 장남이 아닌지 물었지만, 그는 “모른다”, “얘기하기 싫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뉴스타파는 조원영의 장남 부부 등이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을 더 발견했다. 우선 2019년 7월 2일, 평창동 주택으로 배달된 택배, 수신자가 조원영 이사장의  첫째 며느리 이 모 씨 이름과 같았다. 또 2019년 6월 배달된 택배 겉면에는 조 이사장의 어머니인 이은주 씨 댁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매에 넘어간 이사장의 고급 주택을 학교가 교육시설 명목으로 사들인 뒤, 이 집에 이사장 일가가 계속 거주한다는 것은 학교를 개인재산으로 보는 족벌세습 학교가 아니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조원영 이사장에게 해명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어

취재진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묻기 위해 동덕여대를 찾아갔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해당 주택에 대해) 모른다”며 자신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법인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시설관재팀을 찾아갔지만 “본교 일이 바빠서 해당 주택에는 가본 적도 없다”며 “(주택 활용 방안은) 윗분들이 정해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여러차례 법인 이사장실을 찾았다. 이사장 일가에게 학교 소유 주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이유 등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조원영 이사장을 만날 수 없었다. 이사장 비서실장이자 법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도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동덕여대 측 “노모가 있어 한동안 살게 했다... 사용료 받아”

뉴스타파 취재가 진행되자, 동덕여대는 7월 9일 이사장 일가의 거주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취재진과 만난 동덕여대 관계자는 “조원영 이사장님의 일가분들이 학교가 주택을 매입한 후에도 한동안 살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은주 씨(조원영 이사장의 모친)가 아흔이 넘었고, 거동도 불편해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서 하루아침에 이사를 나가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은주 씨가 현 이사장의 모친이자 법인의 전 이사장이기도 하니 배려를 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학교 측은 주택 사용에 대한 월세를 이사장 가족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용료 명목으로 매월 월세를 받았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누가 얼마나 월세를 냈는지, 전월세 계약서는 작성했는지, 만약 월세를 받았다면 돈을 교비회계에 넣었는지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증빙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하루 뒤, 학교 측은 이사장 일가가 월세를 낸 자료는 대외비여서 외부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사장이기에 가능한 특권...취재 시작되자 집에서 사람 빠져 나가

▲ 취재진이 평창동 주택 앞에서 만난 남성

뉴스타파 취재 결과, 동덕여대는 경매에 넘어간 이사장 주택을 교육용 시설로 사용하겠다며 매입한 뒤 실제로는 이사장 일가가 거주하도록 했다.

조원영 이사장 일가가 평창동 주택을 계속 소유하고 있었다면 대지면적과 공시가격 등을 고려할때 조 이사장은 매년 300만 원 가량의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소유권이 동덕여대로 넘어간 2016년부터 계산하면 1,200여만 원이다.

그러나 조 이사장 일가는 이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됐을뿐 아니라 소유권이 학교로 넘어간 이후에도 제 집 처럼 자유롭게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었다. 더구나 동덕여대는 이 주택을 교육용 시설로 만들겠다며 6,000만 원에 이르는 취득세까지 감면받았다.

동덕여대가 조 이사장 집을 매입하며 지출한 돈 18억 7,900만 원은, 학생 한 명에게 300만 원 씩의 장학금을 지원한다면 모두 600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① 대학교는 망해도 설립자는 잘산다 
-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② 사학은 왜 정계로 진출했나?

데이터: 최윤원
데이터 시각화: 임송이
가계도 분석: 신학림 전문위원
회계분석: 조연우
자료조사: 최유리
편집: 윤석민
CG/타이틀: 정동우
웹디자인: 이도현
촬영: 최형석, 신영철, 정형민
취재: 강혜인, 김새봄, 박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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