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2022년 05월 25일 10시 00분

전북 정읍시의회는 지난 2019년 4월, 한 업체를 불러 800만 원 상당의 홍보 물품 제작을 의뢰했다. 정읍시의회 사무국은 계약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공사 또는 물품은 경쟁입찰 방식 대신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한 지방계약법을 근거로 업체를 임의로 선정했다.  
정읍시의 수의계약 원칙에는 관내 업체와 우선 계약하고, 적정 업체가 없을 경우 전라북도 내 업체, 전국 업체 순으로 계약 업체를 정한다고 돼 있다. 정읍시 관내에는 현재 홍보 물품 관련 업체가 스무 곳 정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정읍시의회 사무국은 지역 업체가 아니라 광주광역시에 있는 애드피아라는 회사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물론 정읍시의회는 별개의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정읍시의 수의계약 원칙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는 통상적인 사례와는 달랐다.
뉴스타파는 당시 계약을 담당한 공무원을 찾아가 수의계약을 한 이유를 물었다. 여전히 정읍시의회 사무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어떤 영문인지 취재를 완강히 거부했다. 
▲ 정읍시의회 공무원 : 취재를 거부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카메라를 꺼 주세요.
△ 기자: 애드피아라는 회사와 수의계약을 한 이유가 있습니까?
정읍시의회 공무원 : 말씀을 안 드린다니까요.

정읍시의회 공무원 (당시 계약 담당)
뉴스타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애드피아와 연관이 있는 정읍시의원을 찾아냈다. 경제산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상철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출마 당시, 자신의 주요 경력을 애드피아 이사로 소개했다. 
정상철 의원은 "인맥을 소개시켜 주는 등 애드피아의 영업을 담당한 이사로 활동한 적 있지만, 정읍시의회의 수의계약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상철 의원의 비위 의혹은 이뿐 아니다. 정 의원이 소유했던 우림건설이 정읍시로부터 억대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 정 의원은 "2018년 당선된 뒤 회사를 넘겼고,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는 2019년 말까지 우림건설 지분을 100% 소유한 것으로 나온다. 정 의원이 정읍시의원이 된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간 우림건설이 정읍시로부터 따낸 건설공사는 모두 11건, 계약 총액은 1억 3,500만 원이다.
지방의원은 해당 지자체와 영리 목적의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한 지방계약법을 어긴 것이다.
법을 무시하고 이권을 챙긴 지방의회 의원은 또 있다. 경남 양산시의회 정숙남 의원은 삼성고속관광의 지분 75%를 가진 대주주였다. 양산시의회는 2018년 10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정 의원에게 삼성고속관광의 주식을 매각할 것을 권고했고, 정 의원은 같은 해 11월 지분 10%를 남기고 주식을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삼성고속관광은 양산시로부터 정 의원이 주식을 매각하기 전인 2018년 8월과 10월 두 차례 4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지방계약법은 지방의원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은 해당 지자체와 수의계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입찰 참가를 제한받는다. 
하지만 삼성고속관광은 제재를 받기는 커녕 이후에도 양산시로부터 2,600만 원 상당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2020년 10월 수의계약 위반 사실에 대해 수사 의뢰했지만, 울산지검은 정숙남 의원이 시의원의 권한을 남용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정숙남 의원은 뉴스타파에 보내온 서면 답변에서 "수의계약할 수 없는 사실을 알지 못한 본인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책임은 직원에게 떠넘겼다. 지역 유권자를 향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었다.  
정숙남 의원이 매각했다고 신고한 주식은 정 의원의 형부와 시누이 등 인척이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실제로 주식을 넘긴 것인지 차명으로 맡긴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 의원은 '다시 삼성고속관광을 운영하기 위해 시누이와 형부에게 주식 지분을 넘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알 수 없다. 제가 그냥 계속할지 안 할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회사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삼성고속관광 소유의 회사 차량을 개인 용도로 수년간 사용했다. 2018년과 19년에는 그랜저HG 모델을, 2020년과 21년에는 모하비 차량을 제공받았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울산지검은 4~5천만 원대의 모하비 차량 인수 대금 중 1500여 만 원을 정숙남 의원의 남편이 부담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시의원 임기를 시작한 2018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년 7개월간 사용한 그랜저HG 차량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현행법을 어기고 이권을 챙긴 의혹이 명백한데도, 어떠한 제제도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와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 검찰.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제작진
촬영최형석, 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