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항적, ‘사라진 29초’ 복원… “4초간 11도 변침”

2014년 10월 11일 01시 36분

해양안전심판원이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최종 항적기록 중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누락된 29초 구간에 대한 상세 항적이 포함된 새로운 항적기록을 최근 복원했다. 레이더 정보를 기반으로 복원된 이 항적기록을 뉴스타파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의 29초 구간 가운데 마지막 4초 동안 세월호의 진행방향이 11도나 꺾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의 최초 급변침 시점과 각도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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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초 구간이 누락된 기존 항적기록(위)과 레이더 정보를 기반으로 복원한 항적기록(아래)

해양심판원, VTS 유지보수 업체에 ‘레이더 항적 분석’ 의뢰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 8월 진도 VTS의 유지보수 업체인 GCSC에 참사 당일 세월호의 레이더 항적을 분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GCSC는 한 달여의 분석 작업을 거친 항적자료를 지난달 해양심판원에 전달했다.

이 자료는 세월호의 레이더 항적을 기본으로 하고 AIS 항적과의 오차를 보정해 새로운 항적값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참사 당일 AIS 항적값은 오전 8시 48분 44초부터 8시 49분 13초까지 29초 구간에서 누락됐고, 반대로 레이더 항적값은 오전 8시 49분 13초부터 8시 49분 44초까지 31초 구간에서 누락됐다. 양쪽 항적이 동시에 누락된 구간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구간의 항적정보를 복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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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S 항적이 누락된 29초 구간의 항적 복원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검찰은 세월호가 이 29초 구간의 마지막 시점인 8시 48분 13초에 세월호의 급변침이 시작됐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 29초 동안의 항적값이 전혀 없었던 탓에 이 구간 내의 어느 시점에서 급변침이 먼저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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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항적도 입수.분석… “4초간 11도 급변침”

뉴스타파는 이렇게 복원된 항적기록과 항적도를 입수해 이른바 ‘사라진 29초’ 구간에서 새로 확보된 항적값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 구간에서는 9개 시점에 대한 세부 항적값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시점마다 위도와 경도, 속도, 진행방향 정보가 담겼다.

각 시점의 정보들을 해도상에 옮겼더니 실제 세월호의 움직임과 근접한 항적도가 얻어졌다. 이 항적도를 기존 정부가 내놨던 최종 항적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 항적도에서는 일직선으로 표시된 29초 구간의 항적이 실은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할 때 좌측으로 조금씩 밀리다가 구간의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세월호의 구체적인 진행방향(코스값)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8시 49분 9초의 코스값이 134.8도, 8시 49분 13초의 코스값은 155.8도로 나타났다. 불과 4초 사이에 11도나 진행방향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초당 2.7도의 방향변화가 있었다는 것인데, 세월호와 유사한 배로 평가되는 새유달호의 최대 각속도가 초당 1.8도로 알려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급격한 회전율이다. 그러나 5천 톤급 이상 선박을 주로 운항하는 한 베테랑 선장은 만약 타를 거의 끝까지 돌린 조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5초간 10도 정도 진행방향을 꺾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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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침 시점은 기존 발표와 ‘대동소이’... 원인은 여전히 미궁

레이더 정보를 기반으로 새롭게 그려진 항적도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급변침을 시작한 시점은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9초와 13초 사이였음이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급변침 시점과 같거나 조금 앞선 대동소이한 시점이다. 변침 각도는 타를 거의 끝까지 돌려야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열린 세월호 공판에서 이준석 선장은 “사고 직후 조타실로 돌아와 타각지시기를 봤을 때 1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면서 “조타수 조 모 씨가 타를 15도 이상 돌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조타수 조 모 씨가 당시 실제로 전타에 가까운 조타를 했다면 무엇이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해볼 수 있다. 즉, 급격한 변침의 이유가 단순한 과실인지, 아니면 외부적 요인이나 고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수사기관이 철저한 조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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