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지원 책임 '행안부 이태원 지원단', 참사 후 생산 문서는 딱 2건

2022년 12월 29일 16시 00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돕겠다며 만든 전담조직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이하 이태원 지원단)이 설치 후 생산한 문서가 2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게다가 생산된 문서 2건도 '유가족 지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태원 지원단'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대본 역할 이어받은 '이태원 지원단'... 고작 11명

'이태원 지원단'은 지난 11월 30일 설치됐다. 11월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첫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한 직후였다.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지원단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행안부는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행안부는 '이태원 지원단'의 기능을 총 4개로 나눠 운영했다. 유가족 협의회 설립 지원, 유가족 요청사항 취함 검토 및 사후조치, 추모시설 설치 등 추모 방안, 기타 추가 지원사항 검토다. 행안부는 "유가족과의 근접성 및 원활한 관계기관 협의 등을 위한다"며 '이태원 지원단' 사무실을 서울과 세종시 두 곳에 뒀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관련 문서를 입수해 보니, 역할에 비해 '이태원 지원단'의 조직 규모나 구성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11월 30일 행안부가 만든 대외비 문서('이태원 참사 행정안전부 지원단 구성·운영 방안')에 따르면, 지원단 소속 공무원은 11명에 불과했다. 행안부 8명, 서울시·경기도·용산구 공무원 각각 1명이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행정안전부 '이태원 참사 행정안전부 지원단 구성·운영 방안' 문서. 
역할에 비해 규모는 턱없이 작았지만, 행안부는 '이태원 지원단'을 확실한 해결책인 것처럼 써먹어 왔다.  11월 30일 행안부는 중대본 브리핑에서 지원단 설치를 발표하며 "유가족들과 수시로 소통하겠다. 소통공간·추모공간 설치 등 각종 요청사항도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세심하게 지원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일에는 중대본을 해체하면서 "중대본의 업무와 후속조치를 '이태원 지원단'이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장관은 "정부는 중대본에서 지원단 체제로 전환해 유족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행안부 지원단에 문의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의 약속 후에도 '이태원 지원단'의 규모나 구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면피용 조직'? ... '이태원 지원단', 설치 후 생산 문서 딱 2건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이태원 지원단'이 11월 30일 설치 때부터 지금까지 생산한 문서 일체를 요구해 받았다. 딱 2건이었다.  
지원단이 생산한 첫 문서는 '행안부 지원단 구성 운영 방안'이었다. '이태원 지원단'의 조직도와 인력 구성, 기능을 담은 것으로 유가족 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두 번째 문서는 '이태원 지원단'이 12월 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내용이었다. 11월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유가족들끼리 서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문의한 것이었다. 역시 유가족 지원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12월 2일 개인정보위에 보낸 문서를 끝으로 '이태원 지원단'은 아무 문서도 생산하지 않았다. 심지어 개인정보위에서 보내온 유권해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서도 없었다. 추모시설 등 추모 방안 강구, 유가족 요구사항 취합·사후조치 등을 주요 기능이라 내세웠지만, 공식 자료로는 그 동안 뭘 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무시, 방치한다'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면피용 조직만 덩그러니 만들어 놓고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은재 씨의 유가족인 이민재 씨는 "12월 2일경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 '이태원 지원단' 연락처를 물어서 전화했더니 '할 수 있는 게 없다. 죄송하다'는 답만 들었다. 지원 계획이 뭐가 있는지 물어도 '죄송하다, 지원 계획이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민재 씨는 "정부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했다. 
11월 10일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행안부 '이태원 지원단', "문서 없지만 다양한 활동, 유가족은 못 만나"

'이태원 지원단'은 "생산된 공문서만 없을 뿐 전화나 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단체·기관과 협력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지원단'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생산 문서는 내부 결재 등을 통해 문서대장에 등록된 공문서를 말한다. 그동안 생산한 공문서만 없을 뿐 피해자들을 법률 지원하는 단체 3곳과 만나 유가족 요구사항을 전달받았다. 또 서울시·용산구와도 두 차례 정도 회의 해 추모 공간 마련을 요청했고, 현재 공간 마련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문을 통해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수시로 전화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법률 지원단체에 유가족 만남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법률지원하고 있는 굿로이어스 측은 "12월 초에 '이태원 지원단'을 한 차례 만나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건 맞다. 이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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