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감사원 상대 행정소송 제기..."업무추진비, 출장비 공개하라"

2023년 01월 18일 14시 00분

뉴스타파가 감사원을 상대로 각종 예산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개 요구 대상은 감사원장, 감사위원,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와 감사원 직원들의 출장비 등이다. 감사원은 타 공공기관이 대부분 공개하고 있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직원 출장비 사용내역 등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피감기관엔 '엄격', 자신에겐 '관대'한 감사원

우리나라의 중앙행정기관들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기마다 상세히 공개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몇 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공개한다. 공개된 내역은 해당 부처의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다르다. 분기별로 감사원장(장관급)과 사무총장(차관급)의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 총액만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22년 4분기 34건 사용, 총 1천 3백만 원' 같은 식이다. 사용 목적도 모두 세부 내역은 없이 "주요현안 관련 간담회"로 기재되어 있다. 몇명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업무추진비 사용 총액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자신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공개하는 감사원이 일상적으로 타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감사해 주의나 경고, 징계요구 등 처분을 내리는 건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이 공개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감사 결과. '구체적 증빙없이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고 지적돼 있다. 
출장비도 마찬가지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은 국내외 출장비 집행내역과 증빙자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감사원은 공개하지 않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감사원의 '최근 2년간 출장비 세부 집행내역'을 요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연간 출장비 사용액이 2020년 53억여 원, 2021년 39억여 원, 2022년(8월까지) 31억 여 원이라고만 통보했다. 건별 세부내역이나 지출결의서, 영수증, 카드내역서 등 증빙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코레일과 SR을 통해 공직자 수천 명의 지난 5년간 열차 탑승내역을 모두 받아갔다. 공직자들이 출장비를 적절히 사용했는지를 들춰보겠다는 목적이었다.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왔다.  

업무 수행에 지장 초래?...감사원의 '묻지마 비공개'

지난해 11월 28일, 뉴스타파는 감사원의 각종 예산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1)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
2)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의 출장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
감사원은 10일 후인 12월 8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이유가 달려 있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에 따라 해당 정보가 감사에 관한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해당 정보가 공개됐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지장을 받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에 연락해 정확한 비공개 사유를 물었지만, 감사원은 답변을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등 사용내역, 직원 출장비 집행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명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은 채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원·검찰총장 특수활동비도 공개... 법원 결정도 무시하는 감사원

감사원이 이유로 든 '정보 비공개 사유'는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법원 판결을 보자. 
감사원이 비공개하고 있는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대해 법원은 이미 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뉴스타파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와 함께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공개 행정소송'에서 1·2심 법원은 모두 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비용 지출내역이 공개되면 수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검사들이 언제 어떤 숙소·식당에서 얼마를 썼는지 안다고 해서 수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 소요되는 경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와 집행내역(수령한 현금 액수)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이 부족하다.

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판결문  (2022.12.15)
역시 뉴스타파가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진행해 온 '국회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공개'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3405)에서도 법원은 "국회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도 업무추진비 내역은 '지출 용도가 공적인 목적에 제한돼 있고, 지출 성격이 기밀성을 띤 것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크다고 나온다. 
공무원의 출장비 역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뉴스타파 등이 국회를 상대로 진행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비 내역 역시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초 국회는 국회 해외 출장비 내역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의장단과 정보위원회의 출장비 정보는 비공개했었다."출장비 세부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 차원에서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적 안정성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의장단과 정보위원의 외교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국회 측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출장비 집행내역에) 국회 의장단의 해외출장 방문국, 방문목적, 방문단 구성과 항목별 경비 집행내역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방문단이 방문국에서 누구를 만나 무슨 활동을 하였는지 등의 외교활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중략)..해외 출장비 집행내역을 공개한다고 하여 향후 의장단의 외교활동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를 비공개 정보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3405 판결문  (2018.7.27)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이미 수차례 행정심판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개인정보를 제외한 출장비 내역은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에도 출장비는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고 나온다.  

뉴스타파, 감사원 상대 '정보공개 행정소송' 제기

뉴스타파는 '감사원의 정보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감사원에 대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국가 예산의 투명한 사용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정소송을 대리하는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는 "그동안 감사원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어 왔다. 다른 기관을 감사하고 잘못을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은 철저하게 정보를 감춰온 것이다. 다른 기관에 비해 감사원의 정보 비공개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법원이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도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이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