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체리방송 협찬금, 수수료만 떼고 SBS비즈로 송금".. 방심위 과징금 처분

2021년 11월 12일 15시 42분

뉴스타파가 체리판매업체로 위장 취재해 방송사의 영업 실태를 폭로했던 SBS비즈의 ‘생생경제 정보톡톡’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은 방심위가 결정할 수 있는 법정 제재 중 최고 수위다. 방심위는 지난 10월 14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이같은 조치를 의결하고, 11월 8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타파가 대행사에 지급한 협찬금 660만 원은 수수료를 일부 제외하고 방송사인 SBS비즈로 대부분 입금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돈을 받고 시청자 고지 없이 사실상 광고 방송을 하는 경우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8월 12일 방송. 뉴스타파가 가짜로 만든 체리업체를 660만 원을 받고 홍보해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번에 방심위에서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기본적인 것들 다 팽개치고 업체 홍보"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번 제재를 결정하기에 앞서 지난 10월 14일 SBS비즈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소위원회에서는 SBS비즈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소위원회 이광복 위원장은 SBS비즈가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대해서 "‘함정에 빠졌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면서 "기본적으로 제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위에 참석한 정민영 위원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조차 다 내팽개치고 일방적으로 이 업체 홍보 하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방송 제작을 했다"면서 "SBS비즈에서 이 외주 제작사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성옥 위원은 "방송사가 맛집으로 소개했는데 돈을 받고 방송을 했다면 조작방송이고 시청자에게 기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협찬금 660만 원 대부분 SBS비즈로..."흔히 말하는 뒷광고"

의견 청취 과정에서 뉴스타파가 지불한 660만원의 행방이 드러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외주제작사와 SBS비즈 측에 660만 원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출석한 백종우 SBS비즈 경제편성팀장은 “대행사 쪽에서 대행비를 제외하고 일단 SBS비즈 쪽으로 들어오면 외주 제작사에게 제작비 형태로 지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협찬금 대부분이 제작비로 쓰이기 때문에 방송사가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윤성옥 위원은 이에 대해 "제작비는 경비이니까 어쨌든 (방송사) 수익"이라고 말했다. 원래 지급해야할 제작비를 협찬금으로 대신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방송사에게는 수익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1월 8일 전체회의까지 이어졌다. 방심위 정연주 위원장은 이 같은 협찬방송이 “흔히 표현하는 뒷광고”라며, 협찬주와 방송사 사이의 이같은 거래가 "비상식적이고 잘못된 한국 언론의 돈거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 언론 전반에 ‘이제는 제발 이러지 말자’는 경고의 의미가 필요하다"며 중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돈 받고 홍보해준 것'이 아닌 '허위사실 방송' 이유로 과징금 제재

방심위 위원들은 '돈을 받고 방송을 만든 것', '사실상 업체를 홍보해 준 사실' 등의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 결정된 제재 내용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아래는 방심위가 SBS비즈에 과징금을 결정하면서 발표한 제재 세부 내용이다.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2021.8.12.목,10:30-11:25):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국산 체리 상품을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허위의 사례자, 농장주인 및 전문가가 출연하여 사례자는 자신의 건강관리 비법으로 체리를 소개하고, 농장주인은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하는 체리는 무농약 재배라서 씻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언급하였으며, 전문가는 일본체리와 미국체리를 잘 섞어 자신이 신품종을 개발했고, 하루에 20개 정도 먹어도 거의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특히 어르신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발언하는 내용 등을 방송함.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제재 세부 내용
방심위는 제재 내용에서 '허위의 사례자, 농장주인 및 전문가가 출연'한 부분 등을 언급하며 이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사실을 방송한 것을 제재한 것이지, 돈을 받고 홍보해준 사실을 문제삼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이같은 제재 결과는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현행 방송법에는 "방송사업자는 협찬고지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서 방송사가 협찬금을 받고 방송을 만든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행 법의 한계로 인해 협찬 부분에 대해 제재할 수는 없지만 대신 징계 수위를 높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협찬 방송 실태' 파악할 방법이 없다

심의 과정에서 SBS비즈의 주장 중 주목을 끄는 것이 더 있었다. SBS비즈 관계자들은 일주일에 15~20개 정도 되는 코너 중 협찬을 받은 코너는 2~3개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방송사가 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로선 SBS비즈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협찬 관련 자료 제출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심위에서 하는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뉴스타파 보도처럼 속 사정이 공개되는 경우가 아니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말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한 대안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사는 협찬을 받은 경우 관련 자료를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보관해야 하고, 방통위의 요청을 받으면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생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SBS비즈의 '생생경제 정보톡톡' 프로그램에서 홍보한 수십 개의 공공기관 중 다섯 곳을 임의로 골라 연락해 협찬금을 냈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공공기관들은 홍보비를 지출할 때 기록을 남기고, 또 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중 임의로 다섯 곳을 골라서 질의했는데, 연락을 받은 공공기관들은 모두 5백에서 6백만 원을 지급하고 방송을 추진했다고 대답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