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뉴스타파는 왜 수사받고 있나

2024년 04월 01일 10시 00분

기자는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직업이다. 그 명예훼손이 법률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한다. 그런데 형법과 민법이 정한 한계는 시대에 따라 대상과 내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립하는 당사자가 언론사와 공권력이었지만, 이후 언론사와 유명인으로 바뀌더니, 이제 개인과 개인이 됐다. 이렇게 구도가 달라진 배경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장이 있다. 예전에는 언론사만 대량으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이제는 누구라도 무제한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이라는 문제도, 직업 기자의 민주주의 투쟁에서, 개인의 발언할 자유 호소로, 개인 사이 명예훼손 분쟁 등으로 바뀌고 섞이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이용해, 언론은 질 낮은 사생활 보도를 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합리화하고, 권력은 언론을 부당하게 탄압하면서 개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21세기 인터넷 기술 덕분에 시민 모두가 메시지를 발신하지만, 여전히 가장 예리하게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기자다. 기자에게 닥친 문제는 곧 시민에게 닥칠 문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시작이 그랬듯이 모두의 문제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간섭 거부권

표현의 자유는 문자 그대로 자유다. 자유권은 국가권력의 간섭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다만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이때도 자유의 본질은 침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에 '표현'이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헌법 제21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에서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과 출판이 무엇일까. 일부 학자는 언론은 구두 표현을, 출판은 문자 표현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헌법 제21조가 보호하는 범위가 음악, 영화, 사진, 조각 등 모든 종류의 표현을 뜻한다는 게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따라서 제21조는 발표할 자유와 전파할 자유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당연하지만 언론‧출판의 자유는 언론사와 출판사의 자유가 아니다.
모든 기본권은 제한된다. 근거는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다. 그렇다면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다시 밝힌 헌법 제21조 제4항은 왜 있는 것일까. 이 조항을 두고 전에는 일반 제한에 더해 가중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전형적인 기본권이 인격권이어서 적었을 뿐이라고 본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도 견해를 바꿨다. 과거에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계라고 했지만, 견해를 바꿔 한계 설정이 아니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요건을 명시한 규정으로 볼 것이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2012헌마37)”라고 했다. 따라서 개인의 명예는 표현의 자유 앞에 놓인 특별한 한계선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함께 보호받아야 할 헌법상 권리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명예훼손, 표현의 자유 한계선

헌법 제21조 제4항에 따른 표현의 자유 한계선은 민사 손해배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법률들이 있다. 이들 처벌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명예훼손 처벌법은 의견(opinion)은 처벌하지 않고 사실(fact)만 처벌한다. 사실은 허위(false)와 진실(truth)로 나뉘는데, 모두 처벌된다. 그래서 처벌 조항 중에서도 진실한 사실을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성이 더욱 크다는 주장이 계속 있었다. 이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2021년 나왔다. 당시 여성 재판관이 3명이 있었고 그래서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여성 재판관이 모두 합헌 의견에 서면서 결론은 합헌이 됐다. 이 사건 평의에서 이들 재판관은 진실한 사실로 훼손된 명예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기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헌재 결정에서도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2017헌마1113 등 병합)”라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처럼 진실이든 허위든 사실은 모두 처벌 대상인데 예외가 있다. “…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형법 제310조가 근거다. 이에 따라 내용이 진실이고 목적이 공익이면 처벌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내용이 진실일 때에는 진실이라고 믿은 때도 포함한다. 진실이 아니었다고 해도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 해당한다(85다카29). 이렇게 처벌 대상에서 빠지면 대체로 손해배상 대상도 아니다. 불법행위 성립을 두고 민법상 명예훼손을 형법상 명예훼손과 같게 본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2014다61654). 이처럼 형사와 민사 책임이 없다면, 언론 보도는 헌법이 정한 한계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진실과 공익이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하지만 좀처럼 결론은 나오지 않고 처음으로 돌아간다. 진실한 사실 처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진실한 사실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머물고 만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하고 여전히 대립 중이다.

고 이선균 배우 보도의 위법성

고 이선균 배우에 대한 보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안에 있을까. 연예인 마약 투약 혐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부터 문제다. 이를 판단하려면 보도 대상이 공적 인물인지, 내용이 공적 사안인지를 따져야 한다. 연예인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그렇지만 공적 인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하여야 한다(2015다33489)”라고 했다. 연예인 마약 투약 여부가 공적 사인인지도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로서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것(97헌마265)”이라고 했다. 간추리면 이선균 배우가 공적 인물인지 의문이며, 마약 투약이 공적 사안인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이선균 배우 보도는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들 보도가 헌법 제21조 제4항이 정한 민사 책임이 있는 보도인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그에 관한 보도가 진실한 사실이었는지, 거짓된 사실이었는지 따져야 한다. 일단 진실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기자는 없다. 그렇다면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자가 있는지가 남는다. 이선균 수사에 관한 정보는 모두 수사기관에서 나온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나온 정보야말로 믿기 어려운 것이다. 사법재판에 앞서 여론재판에서 범죄자로 만들어 피의자를 압박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형법에 피의사실공표죄를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정경심 교수 총장직인 파일 관련 보도를 비롯해 수사기관 정보가 진실이 아닌 사례가 수없이 많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미 25년 전에 수사기관 브리핑을 전달한 기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대법원은“수사담당 공무원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공표하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96다17257)”라고 했다. 여기에서 이선균 배우가 수사받은 것은 진실이지 않으냐고 말하는 것은, 법률 이전에 자신의 직업윤리를 시험하는 것이다. 저 여자가 마녀라고 주교들이 지목한 일도 마찬가지로 진실이었다.
지난해 9월 14일 검찰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압수수색했다. (출처:연합뉴스)

‘대통령 후보자 명예훼손’ 수사

최근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에 관한 보도를 수사하는 것인데, 영장에 적힌 혐의가 '윤석열 명예훼손'이다. 명예훼손 혐의로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사례는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알려진 게 없다. 어쨌든 이 사건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가 검사 시절 특정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처벌 대상인지 그래서 수사가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자. 이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의 검사 시절 일이다. 대통령 후보자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인이고, 검사는 검찰청법이 정한 공인이다. 판례에 따라 정치인은 공적 인물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는 공적 인물 가운데서도 핵심인 공인이다. 다음으로 검사의 사건 처리가 공적 관심사인지 보면, 검사의 사건 처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이고, 사생활이 개입하면 오히려 위법하다. 따라서 검사의 사건 처리는 공적 관심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는 순수한 공적 행위이다. 즉, 이 사건 보도는 공인의 공무에 관한 것이다.
다음으로 보도가 진실인지 또는 진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는지다. 이는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가리는 근거이자, 반대로 검찰의 수사가 검찰권 남용은 아닌지 판단하는 열쇠이다. 수사받는 언론사 가운데 뉴스타파가 가장 먼저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인 출신 사업가 김만배 씨 음성을 보도했다. 이 대화를 녹음한 사람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다. 내용은 윤석열 검사가 속한 수사팀이 검찰 출신 변호사 부탁을 받아 누군가를 봐줬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은 김만배-신학림 돈거래에 따른 허위 인터뷰라고 보고 있다. 반면 뉴스타파는 앞서 경향신문 등 보도와 같은 내용이며, 음성이 나와 보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검찰의 뉴스타파 수사는, 처음부터 경향신문 수사를 예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뉴스타파 수사가 한창일 때도 자신들을 수사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뉴스타파가 커피 타 준 사람을 바꾸고 인터뷰를 짜깁기 했다는, 사실이 아니거나 본질과 무관한 검찰 프레임에 언론까지 갇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 보도의 핵심은 윤석열 후보자가 속한 검찰 수사팀이 누군가를 부당하게 봐줬는지다. 설령 이 보도에 다소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배상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다. … 진실에의 부합 여부는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고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까지 완전히 객관적 진실과 일치할 것이 요구되어서는 안된다(2000다37524‧37531)”라고 했다. 이 판결처럼 손해배상 대상조차 아니라면, 강제수사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은 더욱 아니게 된다.

헌법 위에 형법, 형법 위에 검사

2024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문 남는 보도는 수사기관 정보를 받아쓰는 것이고, 가장 위험한 보도는 수사기관 수사를 감시하는 기사다. 언론은 수사기관을 감시하지 않고, 수사대상인 피의자를 감시한다. 이제 헌법 위에 형법 있고, 형법 위에 검사가 있게 됐다. 헌법이 시민 모두에게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싸구려 단독에 팔아 넘겨온 우리 기자들 때문이다.
# 이 글은 관훈클럽 발행 <관훈저널> 2024년 봄호에 기고한 글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을 제목을 수정해 게재한 것입니다.
제작진
취재이범준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