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의 노림수는?

2013년 09월 27일 07시 14분

새누리당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9월 25일 자신이 주도하는 역사모임에서 공개적으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을 잇달아 역사 관련 주요 국가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역사를 권력의 입맛대로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9월 25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건전한 사고를 가진 국민 기업(교학사)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누가 해주겠느냐"며, 교학사 교과서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그 근거로 “기존의 7종 교과서가 모두 부정적으로 서술됐고, 교학사만 긍정적 사관으로 서술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극우 역사학자들이 먼저 제기한 '자학사관'(自虐史觀)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좌장인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에는 현재 10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새누리당 의원의 2/3 정도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순수한 의도로 역사교실을 열었고 어떠한 의도도 없다"고 이 모임에서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교실의 초청 인사들을 보면, 이배용 교수(박근혜 대선 후보 중앙선대위 의장), 이명희 교수(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한국현대사학회 회장), 허동현 교수(한국현대사학회 이사) 등이다. 또 오는 11월 6일 4차 모임의 초청강사도 권희영 교수(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한국현대사학회 전 회장)로 확정됐다. 모두 뉴라이트 성향이거나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청와대는 주요 역사기관의 기관장에 뉴라이트 인사나 박근혜 캠프 출신 학자들을 잇달아 임명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이배용(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의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유영익(한국현대사학회 상임고문)교수 등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김학준 전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이 취임한 것까지 따지면, 이른바 역사 관련 3대 국가기관의 수장이 모두 뉴라이트 성향 학자들로 채워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의 중심 권력을 잡은 이들이 미래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과거역사를 뒤틀고 역사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과거의 역사는 임의적으로 해석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의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역사를 바꾸는 일들은 또 하나의 역사에 누를 끼치는 일이자 뒷날 또 다른 심판과 평가를 받게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9월 25일 세 번째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김무성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우리가 집권여당인 우리 새누리당에서 건전한 사고를 가진 잘 해보겠다고 하는 국민 우리 기업(교학사)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누가 해주겠습니까.”

사실 오류는 물론 친일. 독재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교과서에 대해 대놓고 옹호한 것입니다. 그 근거는 이렇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학생들이 배우는 7종의 교과서가 다 현대사 부분에 있어서 부정적 사관에 의해서 집필됐다는 것으로 배우고 있었는데 교학사에서 긍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를 발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부정적 사관이라는 김 의원의 발언은 새역모 등 일본 극우 학자들이 먼저 제기한 ‘자학 사관’과 비슷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준식 연세대 연구 교수]

“제가 아는 한 나머지 7종 교과서가 그렇게 자학사관에 빠지고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서술한 게 아닙니다. 말하자면 독재를 찬양하면 긍정적 서술이 되는 것인지, 독립운동 대신에 친일을 찬양하면 긍정적 역사서술이 되는 것인지 이건 완전히 사물을 거꾸로 보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해석을 뉴라이트가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난 9월 4일 발족한 ‘근현대 역사 교실’ 모임은 현재 10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 이 참여중입니다. 새누리당 전체 국회의원(158명)의 2/3 정돕니다. 모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실세입니다.

지금까지 이 모임에 초청강사로 나선 인사는 교학사 집필자인 이명희 교수를 포함해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 학자입니다. 다음 4차 모임 강사 역시 또 다른 교학사 집필자인 권희영 교수입니다.

김무성 의원은 순수한 뜻으로, 역사교실을 열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뉴라이트 성향의 특정 학자들과 함께 하는 역사교실의 면면을 봤을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뉴스타파는 다시 한 번 김무성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했던 강연은 좌파와의 역사전쟁의 일환인가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왜요? 의원님. 왜 대답을 안 하시죠?)

“질문이 의도가 있기 때문에 안하겠습니다.”

(전혀 의도 없습니다.)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이념투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좌파 우파 이렇게 나누는 건 이념투쟁 도구로 사용하는 거 아닌가요? 의원님의 고견이 좀 듣고 싶은데요?)

9월 25일 역사교실모임에 초청 연사로 나선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내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역사전쟁라고 언급한 김 의원과 그 맥을 같이 한 것입니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

“그런데 우리 공동체는 지금 역사교육을 둘러싼 내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역사 기억을 둘러싼 내전적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즉 역사 기억을 잡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역사 기억을 잡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인식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 / 역사정의실천연대]

“현재 본인들이 우리사회의 중심 권력을 잡았지 않습니까.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제일 크죠. 그래서 과거를 자기중심으로 틀어놔야 되는 거죠. 그렇게 될 때는 과거를 그렇게 뒤틀어 놓은 다음에 그래야지만 차후에 미래권력을 창출할 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역사는 사실의 싸움이 아니라 권력 싸움인거고, 실제로 그들이 역사전쟁이라는 말을 선포했거든요.”

실제 지난 1년 사이, 뉴라이트 인사나 박근혜 캠프 출신 학자들이 역사 관련 주요 기관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그는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을 지낸바 있습니다. 또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의장을 맡은 이배용 교수가 지난 9월 23일, 한국학중앙연구원 16대 원장에 취임했습니다. 같은 날 국사편찬위원장 자리에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인 유영익 교수가 임명됐습니다. 이른바 역사 관련 3대 국가기관의 수장이 모두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로 채워진 셈입니다.

특히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자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로서 이승만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유영익 국산편찬위원장 내정자]

“이대통령이 이룩한 업적들은 조선왕조의 제도적 기반을 다진 조선왕조의 제3대왕 태종 이방원, 터키의 서양화 개혁을 주도했던 터키공화국 초대대통령 케말 아타투르크, 고대 중국의 문자와 제도를 통일한 진시황제,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출하고 그들에게 율법을 전수한 모세 등 일련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들, 카리스마라는 것은 보통 쓰는 용어가 아닌데요. 세계 역사의 카리스마라고 하면 지금 이런 사람들만 진짜 카리스마에요. 이승만은 그 급에 속합니다.”

또 2002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친일인명사전>의 발간을 위한 국고 지원을 반대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 교수]

“정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서 교육시키려 한달지 한다는 것이 전에 없는 새로운 민감한 정책들인데, 되돌아보면 일제시대의 식민당국이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고 우리나라 역사를 식민지 사관에 의해서 왜곡시켰던 것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식민지 당국은 우리나라 역사를 자기들 식민통치에 유리하게 폄하하고 왜곡시키고 그렇게 해서 한국역사를 훼손했는데 지금 현재 정부가 국사편찬위원회를 앞세워서 하는 행태가 실제적인 내용에서는 다를지 모르지만 형식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뉴라이트 교과서와 유영익 국편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고 있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역사전쟁은 멈출 줄 모릅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쟁이 아니죠. 역사를 왜 전쟁을 해요. 역사 인식이나, 저는 사실 역사적인 인식보다도 팩트를 가지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팩트는 없고 인식만 가지고 논쟁하는 거 논쟁이 아니에요. 그리고 어떻게 역사를 가지고 전쟁을 합니까. 역사를 가지고는 토론을 하는 거죠. 분석을 하고 토론하는 거지, 역사전쟁이라는 거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돼요.”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과거의 역사를 해석을 임의적으로 해석을 한다고 해서 바뀌는가? 그건 아니죠. 또 과거 역사의 잘못된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미화시킨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과거가 미화될 것이며 현재의 입장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호도 될 것인가? 아마도 기분은 그럴지 모르지만 그건 또 하나의 역사의 누를 끼치는 왜곡을 끼치는 그래서 뒷날 거기에 덤으로 얹어서 또 다른 심판과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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