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고대영 전 KBS 사장에게 월 300만 원 고문료, 사무실 제공 의혹

2021년 11월 18일 17시 26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고대영 전 KBS 사장에게 매달 300만 원의 고문료를 지급하고 사무실도 내줬다는 의혹이 새롭게 포착됐다. 시기는 대략 2018년 초부터 최근까지로 알려졌다. 윤우진 전 서장의 정관계 로비와 스폰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서장과 고 전 사장이 주고받은 돈의 성격을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변호사 소개 의혹’ 당사자인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검찰과 경찰, 언론계의 고위직 인사들과 유착 관계를 맺어 왔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윤 전 서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윤우진과 고대영의 관계를 보도한 바 있다. 2012년 윤우진 전 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이 윤 전 서장에게 갈비세트와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윤 전 서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이 부탁해 이OO KBS 정치부장,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전 KBS 사장)과 4명이 골프를 한 번 친 사실이 있다”고 관계를 시인한 바 있다.
인터뷰에서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갈비세트와 골프접대를 받은 기자 명단 16명을 경찰에 알려줬다”고도 주장했는데, 고대영은 이 16명의 언론인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대영 전 사장은 당시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사장 재직시에는 윤우진과 골프를 친 사실이 없고, 윤우진에게 갈비세트를 받은 적도 없다”는 해명이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윤우진 소유 세무법인에 고대영 방 있었다”

윤우진 서장이 고대영 전 사장에게 사무실을 내줬다는 시기는 2018년 3~4월경으로, 고 전 사장이 KBS 사장을 그만둔 직후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윤우진 소유의 세무법인 정현 강남지점에 있었다고 한다. 세무법인 정현은 윤 전 서장이 국세청을 정년퇴직하고 1년쯤 뒤인 2016년 4월 설립한 곳이다.
고 전 사장을 위해 마련한 사무실 집기 구입 비용은 인천의 한 중견기업 대표 P씨가 부담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P씨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1부가 수사 중인 윤우진의 ‘정관계 로비와 스폰서 의혹’ 사건에도 등장하는 중요 참고인이다. 그는 윤우진 전 서장에게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무마를 부탁하며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8년 당시 세무법인 정현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윤우진 전 서장의 한 지인은 “윤우진이 당시 고대영이란 사람에게 사무실을 내 준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윤우진이 P씨에게 떠 넘긴 집기 구입비용만 수백만 원으로 알고 있다. 고대영이 KBS 사장을 지낸 사람이란 건 몰랐다”고 말했다.
윤우진이 고대영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월 300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시기도 사무실을 내 준 때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문료와 사무실 제공 관련 의혹의 사실 관계는 조만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세무와 관련해 아무런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고대영 전 KBS 사장이 윤우진 전 서장의 세무법인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어느모로 보나 이상하다. 고 전 사장은 지난 7월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KBS 보도본부장이던 2011년경 윤 전 서장을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윤우진 수사 막바지, 1억 3000만 원 이상 범죄자금 수수 혐의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고대영 전 KBS 사장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고 전 사장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이후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윤우진과 고대영의 부적절한 돈거래를 수사대상에 올려 놓고 있는지”를 묻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확인해 주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KBS 사장에 임명된 뒤, 2018년 1월 KBS를 떠나 한동안 칩거하던 고대영 전 사장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공개지지 선언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고 전 사장은 장경우‧김태환 등 전직 국회의원 등과 함께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이루어줄 후보이며 공정과 상식의 토대위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후보”라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탄력받아 재개된 윤우진 사건 수사는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조만간 윤우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윤우진의 범죄 혐의도 일차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윤우진의 범죄 혐의를 검찰에 진정하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우진과 전현직 검사의 부적절한 관계 등을 고발했던 사업가 Y씨로부터 정관계 로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 한 사업가로부터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약속하고 3000만 원을 받은 혐의, 앞서 언급한 중견기업 대표 P씨 관련 사건에 개입해 금품을 챙긴 혐의 등이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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